KTX 승강장에 스크린도어가 없는 이유

KTX를 탈 때 통상 기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이렇다. 그런데 승강장에 서 있는데 기차가 진짜 시속 300㎞로 굉음을 내면서 총알처럼 지나가면 나도모르게 움찔하는 경우도 많은데 자칫하면 사고가 나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한다.

유튜브 댓글로 “왜 지하철과 달리 일반 기차역에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하지 않는 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차역 대부분엔 스크린도어가 없지만 그렇다고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곳이 없는 건 아닌데, 고속열차 전용인 곳에 한정해서 설치한다.

작년 말부터 운행을 시작한 중부내륙선 KTX역 5곳과 SRT 동탄역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 돼 있다. 그런데, 이게 전부다. 국가철도공단에 물어봤는데 이 6개역을 제외하고 일반 기차역 684곳에는 스크린도어가 없다고 한다. 지하철역에 스크린도어가 대부분 설치돼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왜 이런 걸까?

결국 비용 문제인데 일반 기차역에 스크린도어가 없는 건 드는 비용에 비해서 설치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265개 지하철 역사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데 3160억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역 하나당 12억원 정도가 필요한 셈이다.

문제는 승강장의 구조가 다르다 보니 지하철역보다 일반 기차역에서는 스크린도어 설치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점이다.

박희민 국토교통부 철도시설안전과장
“지금 기준상 고상홈이라고 해서요 (선로) 바닥하고 승강장 높이가 한 1.1m 이상 되는 높은 홈에 대해서는 스크린도어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거든요. 그게 아닌 일반 철도역은 저상홈이거든요. 그래서 거기는 지금 의무화가 안 돼 있고 현행 구조상 설치하기도 어렵기도 해서...”

일반 기차에서처럼 승강장이 낮게 설계된 걸 저상홈, 승강장이 높아 열차 바닥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걸 고상홈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KTX나 무궁화호처럼 저상홈의 경우 승객이 열차 탑승구에 설치된 계단을 따라 올라타도록 설계된 반면, 지하철은 계단 없이 수평이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승강장부터 열차 객실 높이와 비슷하도록 설계한 게 고상홈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상홈의 경우 열차가 멈춰서 탈 때는 편하지만 열차가 들어오기 전에 승객이 선로로 추락했을 경우에는 문제가 커진다. 과거 스크린도어가 없던 시절 지하철역을 떠올리면 되는데, 열차가 들어오기 전 다시 승강장 위로 대피하기가 어렵다.

스크린도어 설치 전 한달에 한번꼴로 벌어졌던 지하철 투신 사고도 문제지만, 출퇴근 시간이나 월드컵 거리 응원 때처럼 지하철역에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도 고상홈에서는 사고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박희민 국토교통부 철도시설안전과장
"지하철 같은 경우에는 정원이라는 개념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용객이) 몰리면 막 몰리고 출퇴근 시간에 몰리잖아요”

하지만 일반 기차역은 다르다. 일단 승강장이 저상홈이라 선로에서 승강장으로 대피하기도 쉽고, 지하철과 달리 인파가 급격히 몰릴 일이 거의 없다.

박희민 국토교통부 철도시설안전과장
“그런데 일반 열차는 (예약제로 해서) 좌석으로 팔기 때문에 정해진 사람만 오고 그 용량을 수용할 수 있게 설계가 돼 있거든요”

게다가 지하철은 출입문의 위치나 크기가 비슷하지만, 일반 기차역에는 다양한 열차가 정차하는데 이들 열차의 출입문 위치가 각자 다르다는 점도 스크린도어 설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임광균 송원대 철도경영학과 교수
"예를 들면 (같은 승강장에) 고속철도도 서고, 일반열차도 서고, 또 때로는 화물열차가 서고 그래요. 거기에 더해서 통근열차도 또 (종류가) 약간 다르죠.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려면 열차의 위치가 일정해야 하고 열차에 계단을 올라가더라도 높이가 일정해야 해요"

앞서 소개한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중부내륙선 KTX역 5곳과 SRT 동탄역 승강장은 고속열차 전용이다 보니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열차를 커버할 수 있도록 이미 국내 한 중소기업에서는 지하철처럼 양쪽으로 열리는 스크린도어가 아닌 위아래로 열리는 스크린도어 기술을 개발해 해외 수출까지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스크린도어가 휠체어 이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등 아직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꽤 있다고 한다.

박희민 국토교통부 철도시설안전과장
“저상홈은 이 (열차 내) 계단 때문에 휠체어 이동을 고려하면 뭔가 (승강장의) 구조적인 개선이 같이 필요하다. 폭이라든가, 높이라든가 스크린도어에 관련된”

이런 난점을 고려하면 일반 기차역에 스크린도어 설치를 의무화하지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사고라는 게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술에 취해 선로에 추락하는 불상사라든가, 인명사고로 인한 열차 기관사들의 정신적 외상 같은 걸 줄이기 위해 스크린도어를 포함해 여러 안전대책이 적극적으로 도입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