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주택에 층층이 모여사는 한국인들을 괴롭히는 층간소음. 그런데 아파트 보면 짜증나는건 마찬가지지만 구축에 살 때랑 신축에 살 때랑 소음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도 한데 유튜브 댓글로 “구축 아파트는 층간소음이 덜하다던데 왜 그런 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아파트 공화국’인 한국에서 아파트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빠르게 확산됐는데 특히 주목할 것은 아파트 바닥구조다. 맨 아래 10~12㎝ 두께의 콘크리트 슬래브를 깔고 그 위에 온돌 난방을 위해서 하천에서 캐온 콩자갈을 깐 뒤 그 위에 모래를 부어 사이를 메웠다. 지금도 서울 종로에 가보면 확인할 수 있는 유사시 전차도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 를 보면 벽에 못이 안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튼튼한 아파트들인데 층간 바닥구조 역시 무거운 재료를 빽빽하게 채워서 진동을 최소한 형태였다.

그런데 노태우정부 당시 신도시 건설과 아파트 200만호 공급 등이 현실화되면서 아파트 층간소음은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된다. 신도시 광풍이 지나간 90년대 들어 콩자갈은 점점 채취가 어려워져 아파트 바닥에서 자취를 감춘다. 대신 콩자갈의 대체재로 등장한 ‘경량 기포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여기엔 단가 문제도 있었는데 콩자갈은 직접 인부가 메고 올라가느라 인건비가 더 들고 어려운데, 경량 기포 콘크리트는 위에서 기계로 시멘트처럼 부으면 되니까 훨씬 비용도 적게 들고 쉽기 때문이다.

또다른 원인은 공법의 차이다. 연구자별로 분류시기상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구축 아파트들은 기둥식이라고 부르는 라멘식 구조가 우세했다. 라멘 구조 자체가 소음방지 목적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소음을 잡는 효과가 있다. 이 ‘보’라는 구조물 때문이다.

보는 기둥이 받쳐주지 않는 부분의 무게를 기둥 쪽으로 분산시키려고 만든 건데, 이게 결과적으로 윗층에서 전해지는 진동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고, 진동이 줄어드니까 소음도 줄어든다.
A건설사 관계자
“보가 있음으로 인해서 구속 효과가 생겨요. 그러니까 구조물이 안 떨리도록 (잡아준다) 판을 그렇게 구속시켜줘서 소음이 크게 안 퍼지도록 만드는 거죠.”

그러나 90년대 신도시 건설을 시작으로 ‘벽식’ 구조가 급격하게 퍼졌다. 라멘 구조에서 윗층 무게를 받아주던 기둥의 역할을 벽으로 대체한 방식이다. 벽식 구조는 보가 없기 때문에 아파트 층수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고 공간 활용도가 커져 건설사 입장에선 더 돈이 된다. 하지만 진동을 잡아주던 보가 사라지고 소음진동이 벽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층간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구축 아파트에서도 위아래 천장소음은 덜해도 옆집 소음이 잘 들린다든지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최근에 워낙 벽식 구조 아파트의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다보니 기둥식 구조의 장점이 부각되기도 한다. 특히 비싼 주상복합의 경우 이런 기둥식 구조를 택하고 있는데 공사비가 벽식보다 훨씬 비싸다.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보여주기식 관리규정만 만들어놓고 관리하지 않은 역대 정부들과 이를 악용해 허술한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의 환장의 콜라보가 큰 역할을 했다. 신도시 건설붐으로 아파트 시공방식에 큰 변화가 왔지만 동시에 층간소음 헬게이트가 열리자 정부도 대책을 내놓기는 했었다. 믿기 어렵지만 실제로 이랬다고 하는데 공동주택의 바닥구조 관리 규정이 애초에 90년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바닥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하라’면서 그냥 선언 수준으로 돼 있던 걸 2000년대 중반쯤부터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를 라멘 구조는 150㎜, 소음에 취약한 벽식의 경우 두께를 210㎜ 이상으로 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지침을 준다.

또 표준바닥구조 라는 걸 도입해 일체화된 바닥구조로 시공하고 이걸 공인기관의 사전인정을 거치도록 했다. 이게 어떤 거냐면 설계도상 바닥의 구조를 그대로 실험실에서 재현해서 소음 테스트를 했고, 그것만 무리가 없으면 그대로 승인이 나는 거다.
류종관 전남대 건축학과 교수
“실험실에서 뚝딱뚝딱 해가지고 완충제라는 어떤 재료에 대해 성능을 검증했는데 면적도 다르고 그다음에 평형도 다르고 아니 그 평면 스타일도 다르고 그 다음에 구조도 다르고 다 다른데 하나의 완충로 그게 커버가 가능하냐 이거죠.”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런 사전 인정받은 것들이 죄다 엉망진창이었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2019년에 작정하고 실제 어떤지 검사를 해보니까 공공아파트의 경우 발망치로 쿵쿵거리는 걸 뜻하는 중량충격음의 등급이 사전 인정받은 등급보다 더 낮은 곳이 86%였고, 절반은 아예 최소성능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민간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는 더 심했는데 97%가 중량충격음 등급이 사전 인정받은 등급보다 떨어지는 걸로 나왔다. 감사원도 생각보다 심각해서 놀랬는지 엄청 꼼꼼하게 점검을 했는데 사전 인정을 통과하기 위해 제출한 시험체와 도면이 일치하지 않는데도 그냥 인정서를 발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22년부터는 제도를 바꿔서 기존의 사전인증제에 더해서 건물을 다 지은 후에 소음을 측정해 최소한 수치확인 정도는 받도록 하는 사후확인을 병행하도 했다. 완공된 뒤 실제 소음이 어떻느냐를 알 수 있게 됐단 면에서 예전보다 기준을 강화하긴 했는데 권고사항인데다 실제로 적용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류종관 전남대 건축학과 교수
“보완 시공을 성능이 나올 때까지 한다거나 돈으로 보상하자고 하라는 거 아닙니까? 근데 보완 시공이라는 게 사실은 너무 어렵다. 입주 직전에 공사도 어렵고 공사를 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