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농가 생산비도 못 건지는데, 대책 없다는 정부
마늘 생산비 이상의 경매가를 보장하라는 농민 요구에 정부는 "정부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농민들은 "정부는 있지만 정책이 없는 현 정부 농업정책의 현주소"라며 혀를 찼다.
지난 1일 창녕농협 등 전국 7개 공판장에서 시작된 대서종 건마늘(피마늘) 경매에서 상품 평균 ㎏당 경매가는 3600∼3700원에 머물러 있다. 생산비인 4000원에도 미치지 못하자 의무자조금단체와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등 농민단체는 "잘못된 마늘 유통구조가 근본 원인"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경매한 피마늘(건마늘) 90% 이상을 마늘가공협회에서 사간다. 실제 소비자가 구입하는 깐마늘 가격은 ㎏당 1만 원을 넘는다. 유통업자들이 과도한 마진을 얻는 데 대해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농민들은 ㎏당 4000원 이상을 요구하지만, 어떻게 정부가 중도매인들에게 가격을 요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전국 산지 공판장 7곳의 올해 시세는 오히려 지난해 경매가보다 높다"고도 했다.
농민단체와 농협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중국산 냉동마늘 수입과 정부의 물가조절 명목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낮은 경매가의 또 다른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정부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 민간 가공업체들이 자기들이 필요해서 물건을 들여오는데 정부가 어떻게 그걸 막겠는가"라며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TRQ 수입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유통구조 개선이든 수입량 조절이든 정부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냐는 되물음에 그는 "그렇다"고 말했다.
의무자조금단체 관계자는 "그러면 마늘 가격이 올라도 정부는 가만히 있어야지 왜 직수입을 하거나 TRQ를 도입하는가"라며 "그게 정부 영역이 아니라면 정부가 있을 필요가 있느냐"고 따졌다. 수입 문제에 대해 그는 "문제는 TRQ에 대한 불안이다. 이게 마늘 경매가 등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 정부가 '올해는 TRQ 없다! 마늘 수급 관리 가이드라인을 지키겠다!' 이렇게 선언하면 불안과 우려가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농민, 중간 유통단체와 농민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농협 관계자도 "정부는 있지만 정책이 없는 현 정부 농업정책의 현주소"라고 쏘아붙였다.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은 "TRQ가 없다는 말은 정부가 매년 해왔다. 그러면서 거의 매년 TRQ 수입을 해왔다. 그러니 농민들이 정부를 믿겠느냐"면서 "본래 정부는 마늘 수급·가격 상황에 따라 안정→주의→경계→심각이라는 단계별 매뉴얼이 있다. 대책이 없다고 할 게 아니라 매뉴얼대로 시행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대서종 마늘 경매가는 지난 1일 전국 7개 공판장 상·중·하품 전체 평균 3485원, 2일 3637원, 3일 3629원으로 집계됐다.
/이일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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