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류승완 감독 "창작할 수 있는 시간 많이 남지 않아… 한편 한편 조심스러워"[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4. 10. 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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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2', 747만 관객 돌파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사실 류승완 감독의 신작을 외면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1000만 흥행작을 내놓은 대표 흥행 감독들 중 최근 유일하게 흥행 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이도 류승완이고 한국 영화가 최악의 위기에 놓였던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모가디슈'를 개봉시키고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겼었다. 여전히 암울했던 지난해 여름 '밀수'를 선보이고 당시 여름 최고 흥행작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내놓는 작품마다 흥미진진한 신선한 스토리로 관객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이고 액션 연출에 있어서는 오랜 시간 첫손 꼽히는 감독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류승완 감독표 영화를 필모그래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국내 남자 배우들에게 "액션으로 인정받았다"라는 증표처럼 통할만한 것이다. 

지난 추석 연휴 직전 개봉한 영화 '베테랑2'는 개봉 6주차를 맞은 현재에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5위 이내를 지키며 747만 누적관객수를 달성 중이다. 최장 추석 연휴 기간을 앞두고 개봉했다거나 힘이 센 경쟁작이 없었다 해도 6주 넘는 상영기간 동안 오랜 시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750만에 가까운 관객들이 관람했다는 사실은 누가 뭐라해도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다. 

개봉 하루 전 진행된 '베테랑2'의 홍보 인터뷰에서 류승완 감독은 꽤 지쳐있는 표정이었다. 마치 큰 전투를 앞에 둔 노장의 표정 같았다고 할까. 인터뷰 현장에서의 류승완 감독은 한결 같이 웃음기 없는 모습인 적이 대부분이다. 대체로 세상의 모든 고뇌를 다 짊어진 듯 보인다. 기자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충실히 답변하기 보다 자신의 마음 속 깊은 생각들을 켜켜이 꺼내 단 하나의 문장까지도 이해시키고자 하는 편에 가깝다고 할까.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좀 과한 해석일수 있지만 28년째 연출자의 길을 걸어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창작의 고통을 온몸으로 맞부딪히며 한걸음씩 힘겹게 걸어가는 듯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 '베를린'으로 만났던 2013년에도 그는 영화 한 장면의 특정 시간대에 대한 표현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지적해줬던 적이 있다. 작은 것 하나에도 그는 늘 예민하리만치 정확하려고 한다. 1000만 감독, 칸영화제 공식 초대, 수차례의 감독상 수상, 작품상 수상 등 온갖 화려한 경력과 수사에도 그는 장면 하나, 단어 하나에도 허투루하는 법이 없다. 늘 불만족스러워 보이고 불편해 보이지만 바로 이런 지독한 고민과 숙고와 작품을 향한 끊임 없는 갈구가 창작의 모든 원천이리라. 

류승완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일은 늘 즐겁다. 또 어떤 혀를 내두를 액션과 신박한 스토리로 나를 즐겁게 해줄 것인가 기대하게 한다. 오랜 시간 스크린에서의 영화 관람 행위를 즐거워해온 자로서 꼭 한 번은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 '베테랑1'의 1300만 이후 9년만에 2편 제작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 황정민 선배도 저도 뭘하다가 9년이 걸렸는지 궁금하더라. 전편이 생각지도 못하게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9년만에 돌아오는 이 영화를 대중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사실 1편이 만들어질 때 투자배급사의 텐트폴 영화는 아니었다.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투입된 영화도 아니었다. 알뜰살뜰하게 만들었다. 개봉 시기도 추석 개봉이 목표였는데 추석에 더 중요한 영화가 있어서 밀리고 밀리다가 여름 개봉을 하게 됐다. 이 영화를 여름에 개봉한다는 것도 처음에는 뭔가 불안했다.

박스오피스 목표도 400만 관객이면 성공이라고 했다. 그런데 3배 이상 성공을 거두니 좋으면서 겁도 나더라. 이 영화는 무엇보다 현장 호흡이 좋았기에 속편을 만들자는 약속을 했다. 그랬기에 서도철의 의상을 잘 보관해달라고 의상팀에 부탁했다. 의상을 보관해달라고 한 부탁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 속편의 아이디어와 스토리도 꾸준히 개발했다. 그런데 1편이 너무 큰 성공을 거두니 쉽게 못만들겠더라. 1편에 연달아 시리즈 연작을 만들 마음은 없었고 다른 길로 가봤다가 돌아오고 싶었다. 제가 다른 영화들을 만드는 동안 통쾌한 장르의 사이다 영화들도 많이 나오더라. 이미 '베테랑'이 하려던 역할을 다른 영화나 드라마들이 잘 해주고 있는데 다른 것을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 고민이 고민을 이어간 것 같다.  

▶ 그 기간동안 저 스스로 개인적인 변화가 있었다. '베테랑' 1편은 제가 열받아 미치겠는, 저를 분노하게 하는 몇가지 사안을 엮어서 내 영화에서 시원하게 만들려고 한 영화다. 이후에도 나를 분노하게 하는 사건들은 계속 발생했다. 한번은 제가 어떤 가해자에게 화가 많이 난 상황이 있었는데 나중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사건이 있었다. 처음에 제가 분노한 사건의 사실과 진실이 다르더라. 그런데 이걸 깨닫고 나서 비난의 강도가 뒤바뀌는 것이 아닌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저 자신을 옹호하고 있었다. 그 사건과 인물에 대해 제가 아는 게 없었다. 그때 스스로에게 섬칫했다.

나의 분노 혹은 내가 정당하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선이라고 믿는 것이 있는데 만일 그것의 위치가 잘못된 것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도 비슷한 예인 것 같다. 그 가족들은 악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히틀러 치하의 나치를 신봉하던 대중들은 그를 정의라고 믿었던 과거가 있지 않나.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대사(김윤석)가 한 말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살아보니 진실이 두개 있습니다"라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뚜렷해지는 것이 아닌 질문이 뚜렸해졌다. 저도 답은 없었고 그 질문의 실체를 추적하다보니 '모가디슈'의 촬영을 마무리하고 모로코에서 돌아오면서 각본 작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밀수'의 작업이 먼저 끝났고 그렇게 9년이 걸리게 됐다. 그렇게 선과 악의 대결구도가 아닌 신념과 정의, 우리가 가진 분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했다. 

'베테랑2' 류승완 감독

- 기존 류승완의 영화와 비교해 주제의식을 여러 차례 곱씹어 봐야 하는 다양한 토론거리를 남기는 영화로 완성됐다. 

▶ 저는 실체를 모르는 공포가 두렵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벌어지는 불행들이 있지 않나. 시청앞 차량 사고 같은 것을 보면 아무 인과 관계도 없이 가해와 피해가 벌어진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분석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 일들은 계속 발생한다. 실체를 잡기 위해 포커스를 잡고 해도 쉽지 않다. 우리 영화에서는 빌런이 중요한 것이 아닌 빌런이 야기시키는 현상과 여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를 보신 후 많은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느낌표보다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 

- 극중 해치가 가진 신념은 무엇이었을까. 

▶ 혼란 자체였을 거다. 자기 과시욕도 있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대중들이 분노하고 있는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이 해결하고 대중들이 열광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투이의 사건만 보더라도 투이에게 죄가 없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를 복수의 대상으로 삼은 최종 목적은 대중들이 비난한 사건의 실체가 까발려졌을 때 그가 대리 처형을 해줬을 때 진짜 실체가 드러났을 때 야기되는 혼란이 목적이었을 거다.

애초 해치가 어디서 출발을 했고 그의 최종 목적을 드러내는 버전의 대본이 있었다. 결국 고민 끝에 그 내용을 걷어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서도철이었고 누구와 대립각을 세우고 체포하느냐가 중요했지 빌런의 서브 스토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도철이 빌런에게 "너는 쉽게 못죽는다. 내가 조서로 너가 왜 이렇게 했는지 밝히고 말겠다"라고 말하는 서도철의 결말의 방점이 중요했다. 전작을 해보니 빌런의 형태가 너무 뚜렷하면 포커스가 다 그리로 가더라. 형사의 집념이나 목적이 더 중요했다. 

- 박선우 역을 연기한 정해인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프렌치 커넥션'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봐도 빌런의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범죄 행각만 나온다. 관객들이 서도철을 따라가면서 겪는 사건들이 실체를 알 수 없는 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해인에게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연기하는 배우 스스로도 모순된 상태에서 연기하기를 바랐다. 정해인에게 요구한 것은 '일관성 지키려고 하지 마라'였다. 선량한 느낌의 박선우와 섬뜩한 표정의 박선우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당신의 연기가 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치는 혼란을 겪는 인물이었다. 해치에 대해 모든 것이 설명된 스크립트가 따로 있었다. 완성된 형태의 시나리오가 따로 있었는데 정해인에게 보여주지는 않았다. 관객들에게도 단서가 노출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면 서스펜스가 줄어든다. 다만 관객들이 해치라는 인간에 대해 궁금해서 미칠 정도이길 바랐다.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 저 스스로도 '저 인간 왜 저러지?'하고 설득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만 머리로는 안 받아들여지는 인물 말이다. 해치가 그런 양가적 감정을 가지게 되는 인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치를 메인 스크립트로 한 시나리오가 하나 있다. 만약 이것이 구현된다면 1편에서 주요하게 등장했던 인물 하나가 해치와 굉장히 밀접한 스토리가 있다. 

- 결말에서 박선우를 향한 서도철의 행동에 영화의 주제가 담겨 있다고 보이는데. 

▶ 서도철은 자신을 극도의 위기에 빠뜨린 박선우이지만 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CPR을 한다. 그게 서도철이라 생각했다.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 액션 촬영 등 모든 과정에 신경을 썼지만 가장 신경을 쓴 장면은 형사로서의 서도철의 모습이었다. 마지막까지 용의자를 살려 내서 그에게 '너는 함부로 못죽는다. 조서를 꾸며서 법의 심판을 받기전까지 너 스스로 (삶과 죽음을)선택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나. 자연인 서도철로서도 아들에게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1편에서 9년의 시간이 흘렀기에 그런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어른은 얼마나 고귀한가. 서도철이 지키려고 했던 것은 그런 것인 것 같다. 피곤하고 비굴한 일상일지언정 그 일상을 지켜내기위해 서도철이 싸운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상이 모여 세상은 평화로울 수 있다. 해치는 그렇게 돌아갈 일상이 없는 거다. 해치는 자신의 행위를 즐기는 자일 뿐이다. 하지만 그 위에 있는 사람은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 아닐까. 

-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고 빌런이 1편만큼 강렬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 만일 1편처럼 대중들의 분노와 서도철의 분노가 일치하고 사법 체계에서 벌을 받아 마땅한 빌런을 상대로 했다면 서도철이 스스로를 반추할 수 있었을까 싶다. 누가 봐도 나쁜 놈을 추격했다면 '세상에 좋은 살인과 나쁜 살인이 았나'라는 대사를 할 수 있었을까. 서도철이 아들에게 엔딩에서 하는 말과 행동 또한 그가 해치로 인한 혼란을 겪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 스스로가 해치로 오인될 수 있는 상황들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았나. 만약 1편과 같은 구조라거나 강한 빌런을 때려잡는 이야기라면 굳이 서도철이 아닌 왕형사나 공형사가 풀어도 됐다고 본다. 또 다른 영화들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고 있다. 관객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신 캐릭터가 서도철이기에 모험을 걸 수 있었다. 서도철이 있었기에 2편의 새로운 시도들이 가능했다. 

'베테랑2' 류승완 감독

- '베테랑2'를 연출하면서 지킨 유일한 원칙이 있다면. 

▶ 극중 전소장을 피신시키는 안전가옥의 사전 답사를 위해 경찰 연수원에 취재 간 적이 있다. 그곳에 액자로 표어자 적혀 있었는데 '달라지자'라고 돼 있었다. 저에게도 그 '달라지자'라는 말이 큰 숙제로 다가왔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제가 택한 것은 서도철에 대한 변화는 최소화하고 싶었다. 서도철의 인간적 태도는 유지하면서 관객이 응원할 수 있는 성장을 이루게 하고 싶었다. 여기에 새로움은 무엇을 더할 것인가. 뭔가 시원한 걸 보여드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봤다. 우리가 사이다, 콜라를 계속 마시면 위가 상하지 않나. 액션 장르 영화에서 쾌감이라는 표현을 지양하고 있다. 그냥 통쾌하기만한 영화는 아니기를 바랐다. 긴장과 박력, 박진감은 넘치지만 단순히 시원하다로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 1편의 큰 성공이후 꽤 긴 숙고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고민의 깊이도 매우 깊었다고 보여진다. 2편은 1편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해석해야 하나.

▶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어떤 사회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한 저를 포함한 일부의 반응에 대한 불편함 같은 것들이었다. 제 영화들이 흥행하고 나서 '어이가 없네'나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등의 짤 등이 사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삶에도 어떤 이면이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도 어떤 실수 혹은 이면도 있지 않나.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용서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비난하고 해소해버리고 마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불편함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2편에 반성의 태도가 분명히 있다. 서도철의 마지막 대사가 1편에 대한 저의 대응 방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저도 어린 시절에 형사가 폭력을 폭력으로 응징하는 내용을 넣었고 지금도 그런 작품을 보는 게 즐거울 떄도 있다. 그런데 대중적으로 너무 큰 성공을 거두고 나니 만든 사람으로서 너무 큰 책임감을 가지게 되더라. 하지만 권력과의 싸움이라는 측면에서는 1, 2편이 같다. 부당한 권력을 쟁취하려는 자, 그 권력은 인기일수도 있고 어떤 수익일수도 있다.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려는 자들과 그것에 저항하려는 서도철은 변함이 없다. 

- 28년째 영화감독으로서 지내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베테랑2'를 만들면서 황정민 선배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데뷔하고 20년이 훌쩍 넘고 영화도 10편 넘게 만들었는데 키스 장면을 한번도 못찍어봤다. 황 선배 말이 "류 감독은 제대로 된 영화 하나도 못만든 사람일수도 있어"라며 낄낄 우스시더라. 예전에는 호기롭게 내가 이런 것도 만들고, 저런 영화도 만들었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지금은 영화 한편 만드는 일어 너무 어렵고 조심스럽다. 물리적으로 애석하게도 이제 제가 영화 만들며 살아갈 날이 살아온 시간보다 많이 남지 않았다. 한편 한편이 조심스럽다. 섣불리 어떤 것을 할 수 있다거나 없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하나의 약속은 '전작보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은 항상 일관되게 유지해온 제 태도였다. 매전 잘못된 것이 무엇이었나 복기한다.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이 가장 많이 하는 일 두 가지가 창조해내는 과정, 아이디어를 짜내고 만들어내는 과정꽈 또 다른 측면에서는 선택의 과정이 중요하다. 촬영 현장에서 하루에도 NG와 OK를 판가름해야 하는 일이 수도 없이 많다. 하루에도 10분에 한 번씩 각 파트의 질문에 답을 해야한다. 완성된 영화는 오케이된 것들의 집합체다. 이 영화의 출발부터 현재까지 제 그릇 안에서 오케이가 된 전부를 모아 놓은 것이라고 보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아쉬운 점은 있다. 후회는 없다. 이렇게 해봐야겠다는 숙제는 있다. 그렇다면 그 숙제는 다음 영화에서 적용시킨다. 이 영화 안에서 출발지점부터 같이 나누고 싶었던 것들은 이 안에 다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 흥행 감독으로 분류되다 보니 개봉할 때마다 흥행에 대한 부담도 클 것 같다. 

▶ 단 한번도 상업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돈을 벌려고 했다거나 상업영화로 만들려고 했다면 2편은 더 먼저 만들어야 했다. 그러려면 액션신이나 군중신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도 안된다. 제 스스로 상업영화를 만들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에 대한 책임은 중요하다. 제 스태프들에게 항상 말한다. 만약 '100억이 생긴다면 영화를 만들래, 건물을 살래'하고 물은 적이 있다. 영화는 남의 돈으로 만들지 않나. 100-120페이지 분량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드는데 환산하면 시나리오 한장당 1억에 해당한다. 세상의 어떤 산업도 A4 100장으로 100억을 투자 받는 산업은 없다. 저희 회사에서 작업하는 사람들과 스태프들에게 각본에 오타나 비문은 없는가, 띄어쓰기 잘못은 없는가하고 늘 묻는다. A4의 활자도 통제 못하면서 무슨 현장을 통제하겠나.

연출부, 제작부원들에게 당장 지하철 역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10000원에서 15000원을 가져올 수 있냐고 묻는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분들의 주머니에서 그 돈을 지불하게 하고 그것을 영화로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실력이나 재능이 부족할 수는 있어도 자본의 무게감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매영화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목표다.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 사무실에 영화 감독에 대해 규정한 내용을 새겨 놓은 의자가 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예술가의 심성과 장사꾼의 머리와 노동자의 손발을 가지는 사람이다. 이것이 제가 영화를 만드는 태도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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