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대화하듯 피아노 연주…마리아 주앙 피르스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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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는 관객과의 대화'라는 80세 노장 피아니스트의 소신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당시 피르스는 "모든 음악의 이유는 거기에 대화가 있기 때문"이라며 "'내'가 아니라 '우리'가 연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주자와 관객은 서로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환한 미소로 무대에 오른 피르스는 관객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곧바로 의자에 앉아 쇼팽의 '녹턴 9번' 연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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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연주는 관객과의 대화'라는 80세 노장 피아니스트의 소신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클래식계의 대모'로 불리는 포르투갈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80)가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팽과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리사이틀을 열었다.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피르스의 연주는 음악을 매개로 한 관객과의 소통에 가까웠다.
공연 이틀 전인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클래식 음반 전문점에서 한국 팬들을 만난 피르스가 꺼낸 화두가 그대로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피르스는 "모든 음악의 이유는 거기에 대화가 있기 때문"이라며 "'내'가 아니라 '우리'가 연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주자와 관객은 서로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은 피르스의 이 발언을 잊지 않았다. 대기실에서 나오는 피르스를 박수로 환호하면서도 그의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공연 중에도 노교수의 명강의를 필기하며 듣는 대학생처럼 오롯이 연주에 오감을 맡겼다.
피르스도 한국 관객의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환한 미소로 무대에 오른 피르스는 관객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곧바로 의자에 앉아 쇼팽의 '녹턴 9번' 연주를 시작했다.
특유의 맑고 담백한 음색으로 쇼팽을 연주하는 피르스의 모습은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자를 무릎 위에 앉히고 조곤조곤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모습과 같았다. '그 편안함에서 벗어나기 싫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명곡'이라고 평가받는 '녹턴 9번'에 가장 걸맞은 연주였다.
관객과의 대화에 침묵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중간휴식(인터미션)을 없애고 90분 가까이 한숨에 연주를 이어간 점도 인상적이었다. 쇼팽의 '녹턴 9번'과 '녹턴 27번', '녹턴 72-1번'을 내리 연주한 피르스는 잠깐 대기실로 들어가 숨을 고른 뒤 곧바로 나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0번과 13번을 연주했다. 연주자 본인뿐만 아니라 관객도 감정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피르스가 직접 내린 결단이었다.
결과적으로 피르스의 결정은 성공이었다. 녹턴의 달콤한 서정성에 젖어있던 관객들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천진난만하고 장난스러운 멜로디로 자연스레 감정을 이어갔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르스의 완숙한 연주가 더욱 돋보이는 무대였다.
한국 팬을 대하는 피르스의 진솔한 태도와 열정에 관객들은 약 10분간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관객 대부분이 일어서서 거장과 함께 만들어 낸 공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피르스가 두 손을 모아 감격해하며 감사를 표하자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피르스는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21일 인천 아트센터인천, 26일 대전 예술의전당, 27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29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다음 달 26일에는 경기 성남 성남아트센터에서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함께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연주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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