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은 음료 한 잔 시키고 몇 시간까지 괜찮을까?

이 사진을 보라. 카페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카공족,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카공족에 대한 여론은 전반적으로 비판적인데, 검색창에 카공족을 치면 극혐, 참교육, 민폐, 사이다 등의 키워드가 상단에 노출되고 있다. 유튜브 댓글로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은 음료 한 잔으로 몇 시간 이용해도 되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진상 카공의 종류는 다양한데 카페에서 이야기할 거면 1층으로 내려가라는 눈치주기형, 멀티탭을 가져와 각종 기기를 충전하는 전기도둑형, 아이맥이나 데스크톱을 들고 오는 컴퓨터 설치 기사형, 모닝커피로 저녁 10시 버틴다는 출퇴근형까지.

듣다보면 이거 실화인가 싶긴 한데 현직 카페 사장님들에게 카공족 어떤지 물어보니,

이태원 A카페 사장님
"네 단골도 있고... 카공족, 작업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평균으로 4~5시간 있는 것 같아요. 저번 같은 경우는 네 분이 와서 각자의 이제 노트북이랑 이제 무슨 책을 들고 와서 여기서 이제 멀티탭을 꼽아서 또 쓰는 경우가 있죠. 보통 와가지고 그냥 커피만 먹고 가는 사람들의 회전율로 따지면 상당한 마이너스이긴 하죠."

이 사장님의 인내심은 아메리카노 1잔에 4~5시간까지도 OK, 멀티탭까지도 허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장님도 단체로 와서 멀쩡한 테이블까지 붙여가며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카공족만큼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사장님은 아예 카공족은 안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름 ‘노 스터디 존’을 설정하는 거다.

대한약사회 관계자
“저희들은 처음부터 안 받아요. 왜냐하면 다른 손님들이 공부를 하고 계시면 불편해하세요. 근데 요즘은 거의 이제 안 받는 추세죠. 노키즈존처럼 아예 이제 처음부터 안 받으려고 하고”

그래서 최근엔 진상 카공족으로 스트레스받은 카페 사장님들이 특단의 조치를 하고 있다는데. 이용시간 제한, 노트북 사용 금지, 콘센트 막기부터 와이파이 끊기, 냉난방 조절하기, 심지언 수능금지곡 반복 재생하기까지 하는 중이라고.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카공족으로 고통받는 사장님들의 목격담 글과 해결 방안을 토론하는 글이 수도 없이 많다.

스터디카페나 독서실도 잘 돼 있던데 왜 굳이 카페에서 공부하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많던데, 카공족들은 그럼 왜 카페에서 공부하는 걸까?

잘 알려진 것은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한 방송에서 언급했던 ‘커피하우스 이펙트’다. 카페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합쳐놓은 공간으로 혼자 집중하고 싶으면 일을 하고 집중이 안되면 다른 사람을 구경하는 등 공간에 대한 통제가 자유로워 오히려 집중력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한석원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굳이 카페에서 가는 이유가 항상 있던 자리에서는 조금 집중력을 유지하기도 좀 어렵고 분위기를 바꾼다든지 장소로 바뀌어서 조금 정신 상태를 환기시키는 측면에 있어서는 좀 유리한 측면이 있기는 있어요. 또 아주 조용한 환경보다는 적정한 정도의 백색 소음 같은 경우가 좀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없지 않아요.”

카공이 과학적으로 효과가 없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지만 뭐든 지나치면 민폐로 취급받기 쉽다. 카페 사장님과 카공족의 원활한 합의점이 어디일지 고민하다가 왱 커뮤니티에 물어보니, 2만 8천 분이 투표했다. 음료 1잔 기준으로 적당한 체류 시간은 1~2시간이 61% 정도가 가장 많았고, 뒤이어 1시간 미만이 25%, 2~4시간은 9%였다.

인터뷰하며 여러 사장님에게도 어느 정도까지 괜찮은지 물어보니, 마찬가지로 평균 2~3시간까진 괜찮지만 4시간이 넘어가거나 매장에 자리가 부족할 땐 타 손님을 위해 비켜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사실 시간도 중요하지만, 매장의 크기, 손님이 찬 정도 등 상황에 따라 눈치 있게 혹은 양심에 맡겨 판단해야 한다는 게 모두의 결론이었다. 뭐든 적당히가 중요한데, 진짜 이런 손님들은 알아서 잘 좀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