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피자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한국피자헛이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며 위기를 맞았다. 1985년 이태원 1호점을 시작으로 40년 가까이 한국 외식 산업을 이끌어온 브랜드의 추락 원인을 분석했다.
◇가맹점주 소송 패소·210억 반환 판결
한국피자헛의 몰락은 2022년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이 결정적이었다. 본사가 가맹점에 원재료를 공급하며 차액을 챙긴 '차액가맹금'이 문제가 됐다. 2022년 9월 법원은 피자헛이 210억 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고, 이는 치명적인 자금난으로 이어졌다. 계좌 동결로 급여·납품 대금 지급이 중단되며 운영 마비 상태에 빠졌다.
◇냉동피자·배달앱 시대에 뒤처진 전략
피자헛은 시장 변화를 읽지 못했다. 2017년 2조 원이던 국내 피자 시장은 2022년 1조2000억 원으로 축소됐다. 냉동피자 시장은 같은 기간 90% 성장하며 CJ·풀무원 등이 선점했다. 배달앱 확산으로 피자스쿨 등 소규모 업체들이 가성비 전쟁을 벌이는 동안, 피자헛은 4만 원대 고가 정책을 고수하며 소비자 이탈을 막지 못했다.
◇ MZ 세대 공략 실패
피자헛은 2019년 '양준일 신드롬'을 활용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다. 90년대 가수 양준일의 재조명 열풍에 편승해 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일시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쳤고, MZ세대를 겨냥한 지속적인 디지털 마케팅 전략 수립에는 실패했다. 경쟁사들이 SNS와 유튜브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동안, 피자헛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원재료 가격 급등·가격 인상 악순환
밀가루·치즈 가격 상승으로 2023년 피자 평균 가격이 11.2% 올랐다. 피자헛은 4만 원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라인업을 유지하며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 반면 도미노피자는 2만9000원대 '베이직' 시리즈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본사와의 갈등·경영권 다툼
1997년 모회사 펩시코가 한국 지사를 직영화하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은 치명적이었다. 창립자 성신제 씨가 320억 원에 경영권을 넘긴 후, 미국식 운영 방식이 현지화에 실패하며 점포 수가 340개(2021년)에서 297개(2023년)로 급감했다.
마치며
2010년대 초반까지 승승장구했던 피자헛은 변화의 속도를 놓치며 추락을 멈추지 못했다. 2025년 2월 현재 전국 330여 개 매장은 정상 영업 중이지만, 회생 계획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1세대 프랜차이즈의 흥망성쇠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글로벌 브랜드라도 잊지 말아야 할 생존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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