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는 것은 없다, 쓰레기일지라도” 소각장의 도전 [심층기획 - 폐기물 7000t의 딜레마]

윤지로 2022. 11. 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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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나는 자원이다 - 3회 에너지가 된 쓰레기
하루 3850t 처리
주변 지역·국가 폐기물까지 일부 반입
매일 드나드는 대형 트럭 400대 달해
“제대로 된 시설서 소각… 환경에 도움”
소각장 효율 30%
쓰레기 1t 태울 때 628㎾h 전기 생산
하루 소각량 기준 36만가구 사용 가능
남은 재는 도로 포장재 등에 써 매립 ‘0’
자원회수 시설 변모 필요
英도 ‘에너지 생산에 투자’ 인식 확산
국내 185개 공공소각장 중 발전 26곳
에너지 이용 보단 쓰레기 처리 목적 커
쓰레기: 쓸모없게 되어 버려야 될 것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
 
쓰레기의 사전적 정의를 인용하자면, 네덜란드 AEB암스테르담은 0의 쓸모에서 100을 찾아내는 곳이다. 조각칼로 파낸 듯 수십개의 운하가 기하학적으로 파인 암스테르담 중심부를 지나 북서쪽에 이르면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여기저기 턱턱 꽂혀 돌아가는 산업지구 웨스트포트가 나타난다. 한국에선 산 중턱 이상 올라야 볼 수 있는 풍력발전기가 가로등처럼 이질감 없이 도심 풍경에 녹아든 모습이 낯설다. 웨스트포트의 가운데에는 단일 부지 세계 최대 규모의 폐기물 처리장 AEB암스테르담이 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암스테르담에서 쏟아지는 각종 쓰레기가 전부 여기서 처리된다. 필요 없어 버려진 쓰레기지만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돌아가는 이 시설에선 허투루 낭비되는 건 없다. 재활용, 소각을 거쳐 소각재마저도 쓸모를 찾아 자원으로 회수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서부 웨스트포트에 있는 AEB암스테르담 전경. 구글맵 캡처
◆하루 3000t… 독일 홍수 폐기물까지 받는다

AEB암스테르담 부지에 들어오면 높다란 굴뚝 2개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나는 1993년, 또 하나는 2007년 시설을 확장할 때 설치됐다. 굴뚝 맨 위에는 총 6개의 작은 굴뚝이 튀어나와 있는데 6기의 소각로와 연결된 것이다. AEB암스테르담은 하루 2350t을 태울 수 있는 4기의 소각로에 더해 2007년 하루 1500t을 태울 수 있는 이른바 ‘4세대 소각로’ 2기를 추가로 지었다. 1년 최대 처리용량은 140만t, 유지·보수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20만∼135만t을 처리한다.

매일 드나드는 트럭만 400대. 한국에선 주민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밤사이 쓰레기차가 소각장으로 들어오지만, AEB암스테르담은 산업지구에 자리한 때문인지 인터뷰가 진행된 오후 두 시간 내내 대형 트럭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900만명이 넘게 사는 서울 시내 5개 소각장의 일 처리용량은 2898t이다.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을 후보지로 꼽은 신규 소각장의 용량을 더해도 하루 3898t이다. 암스테르담의 인구는 88만명으로 서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도시 면적을 따져도 서울의 절반 크기다. 이런 곳에 왜 3850t짜리 시설이 필요한 걸까.
폐기물을 싣고 온 대형 트럭이 네덜란드 AEB암스테르담 소각장을 다시 빠져나가고 있다. 트럭 뒤로 언덕처럼 보이는 건 소각재다. 소각재는 다시 금속 회수 과정 등을 거쳐 재활용된다.
“우리는 암스테르담 주민이 버리는 쓰레기만 처리하는 게 아닙니다. 주변 14개 지역의 생활쓰레기도 반입돼요. 3분의 1 정도가 이런 거(가정 생활폐기물)예요. 네덜란드 올 때 스히폴 국제공항으로 들어오셨죠? 그 공항을 포함해서 갖가지 회사 건물에서 쏟아지는 상업쓰레기가 나머지를 차지해요.”

코엔 뷔팅크 선임마케터의 설명이다. AEB암스테르담에는 네덜란드는 물론 독일, 영국, 이탈리아의 폐기물도 일부 반입된다.

“제가 여기서 일한 지 4년 됐는데, 저도 처음에는 ‘남의 나라 쓰레기를 들여온다고? 해외 쓰레기를 배로, 트럭으로 실어오는 게 말이 돼?’ 이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당연하단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용량이 남고, 그런 나라는 처리시설이 부족해요. 이걸 매립하면 온실가스가 나오고, 그냥 소각해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우리처럼 제대로 관리된 시설에서 소각하는 게 모두의 환경을 위해 더 도움이 되는 거죠.”

지난해 7월 독일 서부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한꺼번에 수십만t의 폐기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가운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오이스키르헨 폐기물 2만t도 이곳에서 처리됐다.
◆아낌없이 주는 쓰레기?… 99%의 ‘유’를 찾다

AEB암스테르담 유튜브 채널에는 ‘AEB가 매년 처리하는 140만t의 폐기물 중 99%가 원료와 에너지로 재활용된다’는 소개가 나온다.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은 재활용률 99%가 의심스러워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오느냐고 묻자 뷔팅크 선임은 되레 눈썹을 갈매기 모양으로 만들며 이렇게 말했다.

“99%요? 저는 거의 100%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여기로 반입된 쓰레기 중에 다시 쓰레기의 형태로 외부로 나가는 건 거의 없거든요.”

AEB암스테르담 소각장 옆에는 커다란 선별장이 있다. 시에서 수거해 온 쓰레기는 우선 선별장을 거친다. 네덜란드에선 우리처럼 분리배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저것 뒤섞인 폐기물에서 플라스틱, 종이팩, 종이, 금속 등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걸 선별한다. 12% 정도가 이렇게 회수된다. 나머지 88%가 소각장으로 반입된다.
네덜란드 AEB암스테르담 소각장 내부에서 대형 집게가 쓰레기를 집어 소각로로 이어지는 벙커로 옮기고 있다. AEB암스테르담 제공
쓰레기가 타는 동안엔 뜨거운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은 그냥 놔두면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리고 말지만 그 열을 스팀으로 붙잡게 되면 에너지로 거둬들일 수 있다.

AEB암스테르담에선 1t의 쓰레기를 태울 때마다 628㎾h의 전기와 208㎾h의 열을 생산한다. 하루 소각량을 놓고 보면 전기는 36만5000가구가, 열은 4만1000가구가 쓸 수 있다. 암스테르담에 47만가구가 있다는 걸 감안하면, 쓰레기에서 뽑은 전기가 77%의 가구를 커버하는 셈이다.

소각장 폐열로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건 높은 에너지 효율 덕이다. 2007년에 나온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기준 유럽 소각장의 효율은 15∼20%이다. AEB암스테르담의 경우 1993년 설치된 소각장은 23%, 2007년 신형은 30% 이상의 효율을 보인다.

“소각로에 불을 붙이는 법, 설비 내부 디자인, 공기를 불어넣는 법, 터빈 효율 등에 따라서 효율이 달라집니다. 30% 넘는 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죠.”
네덜란드 AEB암스테르담 소각장 제어실. 소각장은 연중 무휴로 운영된다.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얻고 난 뒤에는 재가 남는다. 이것도 쓸모가 있다. AEB암스테르담에선 연간 35만t의 잔재물이 나오는데 여기서 금속을 추출한다. 잔재물 중 13%가 회수되는데 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머지 87%는 도로 포장재 등으로 쓰인다. 이곳에 들어오는 연간 100만t 넘는 폐기물 중 ‘쓸모 0’이 돼 매립되는 건 없다. 한국에선 연간 216만t의 소각 잔재물 중 74%(160만t)가 매립되고, 재활용되는 건 24%(52만t)에 그친다.

◆소각장, 쓰레기 처리에서 에너지 회수로

영국 런던의 베올리아도 비슷한 방식으로 폐기물을 처리한다. 프랑스에서 출발한 글로벌 환경전문기업 베올리아는 런던에도 사업장을 두고 있다.

지리적으로 런던 중심부를 차지하는 서더크의 재활용센터에는 900만 런던 시민 중 200만명분의 쓰레기가 모인다. 육중한 기계들이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 철, 유리, 판지 등 6가지 재활용 소재를 선별하고 나면 나머지는 여기서 1㎞도 채 안 떨어진 ‘셀칩’(SELCHP·자원회수시설)으로 향한다.
AEB암스테르담 소각장의 한 창문에 ‘AEB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폐기물에서 30%의 전기 효율을 얻습니다’라고 써 있다.
셀칩은 연간 46만t(하루 1260t)을 태워 4만8000가구가 쓸 전기, 2800가구가 쓸 열을 만든다. 마틴 커투어 베올리아 영국 대외협력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도 예전에는 쓰레기를 그냥 매립했죠. 그런데 정부가 매립지에서 메탄(온실가스)이 나온다는 걸 인식하면서 매립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세금 내느니 쓰레기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데 투자하자’는 인식이 생겼고요.”

한국은 어떨까. 국내에선 주로 스팀을 그대로 판매한다. 소각장 옆에 지역난방공사가 있는 경우 이 스팀으로 온수를 만들어 지역에 공급한다. 스팀을 그대로 스팀으로 판매하니 소각장 입장에선 이게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다. 하지만 주변에 지역난방이 없으면 새로 관을 매설해야 하고 열손실 때문에 멀리 보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더운 여름엔 열이 별 필요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AEB암스테르담이나 셀칩처럼 전기를 만들어 계절이나 상황에 맞게 아낌없이 폐열을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국내 185개 공공소각장 중 발전을 하는 곳은 26곳뿐이다.

소각장의 에너지 회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회수율에 따라 폐기물처분부담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도 있지만 40곳만 적용받았다. 국내 소각장의 에너지 이용이 저조한 건 노후화 탓이 크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효율을 높이려면 고온, 고압으로 증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국내 설비는 오래되다 보니까 증기 온도는 220도 정도, 압력도 20바(bar) 정도예요. 유럽 시설은 400도, 50∼60바 정도 됩니다. 그동안 국내 소각장의 주목적이 자원 회수보다는 쓰레기 처리였기 때문이죠.”

불타는 쓰레기가 에너지가 되어 돌아오느냐, 한 줄기 연기와 한 줌의 재만 남기고 사라지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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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런던=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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