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질환인 ‘하지정맥류’…혈관 돌출 없어도 증상 있으면 의심해야 ① [인터뷰]
|[인터뷰] 흉부외과 전문의 김태호 원장
|오래 서 있거나 가족력, 과체중 등이 원인
|혈관 돌출 없더라도 다리 붓고 저리다면 하지정맥류 의심해야
|환자 상태에 맞는 정확한 진단 최우선 돼야
하지정맥류는 장기간 서 있거나 걸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질환이다. 다리의 혈관이 튀어나와 외부로 증상이 보이는 특징이 있다. 과거에는 중년 이상의 여성에게서만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중년 여성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 됐다. 흉부외과 전문의 김태호 원장(오케이내과심장혈관흉부외과의원)과 함께 하지정맥류라는 질환과 이로 인해 하지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노화 질환인 ‘하지정맥류’…유전, 비만, 여성호르몬 변화 등이 원인
혈관은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하지정맥류는 여름의 더운 날씨에도 악화되지만,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도 영향을 받는다. 하지정맥류는 주로 양쪽 다리, 그중에서도 허벅지 안쪽에서 발병이 많은 편이지만 종아리 뒤쪽 등 하지의 어느 부분에도 나타날 수 있다. 김태호 원장은 "정맥류는 노화 질환이며 계속 진행하기 때문에 심장혈관 흉부외과 전문의에게 직접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정맥류 질환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정맥류의 '류(瘤)'자는 혹(병적으로 불거져 나온 살덩어리)입니다. 즉, 표재 정맥(복재 정맥)이 늘어나고 확장되어 피부 바로 밑에서 두드러지게 보이고, 만져지는 질환입니다. 여러 단계로 구분되는데 1단계는 모세혈관 확장증(<1mm) 및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거미정맥류, 그리고 돌출되어 만져지는 망상정맥류(1~3mm)입니다. 2단계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지정맥류(≥3mm)입니다. 3단계부터는 정맥류가 진행되어 하지 부종이 있거나, 습진 및 피부 색깔 변화, 궤양까지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정맥류는 정맥혈류의 역류를 막는 판막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혈관이 기질적으로 약한 상태 즉, 가족력(유전)이 있는 사람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 모두 하지정맥류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도 동일 질환을 앓을 확률이 90%였으며, 부모 중 한 명이 하지정맥류라면 자녀에게 하지정맥류가 있을 확률은 45%로 보고됐다.
김 원장은 "하지의 정맥 혈류는 중력을 거슬러 복부를 지나 심장(가슴)에 이르게 되는데, 최근 체중이 많이 증가됐거나 과체중 혹은 비만인 상태로 인해 복부 압력이 증가됐다면 하지정맥류가 악화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여성호르몬 중 프로게스테론이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생리 주기에 따라 악화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임신 및 출산 횟수의 증가도 하지정맥류 위험인자 중 하나이며, 여성의 폐경기 동안 여성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면서 정맥류 위험이 증가하며 이때 폐경기 증상 조절을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할 경우 정맥류가 악화될 수도 있다.
단순 근육통과 혼동하기도…혈관 돌출 동반하지 않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어
하지정맥류는 주로 종아리 통증과 부종, 저림, 가려움증, 열감 등으로 나타나는데 다리가 묵직하게 무겁거나 저리는 증상이 지속돼도 하지정맥류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혈관 돌출을 동반하지 않는 하지정맥류는 질환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리가 무겁고 쥐나고 저리는 등 증상에 익숙해져 단순 불편함으로만 여기고 육안으로 관찰될 정도로 혈관이 돌출되어 있지 않으면 단순 근육통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김태호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이라 방치하면 계속 악화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당부한다. 특히 "망상정맥류(1~3mm) 및 정맥류(≥3mm)가 보인다면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정맥 혈관이 확장되고, 정맥 내 판막이 망가지며 발생하는 이러한 하지정맥류는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르며 악화되며, 젊고 건강할 때의 혈관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라며 "노화로 인한 하지정맥류는 자연적으로 좋아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임신 및 급격한 체중 증가에 의해 급성으로 진행된 하지정맥류는 출산 및 체중 조절로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성화되면 피부궤양이나 혈전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 따라서 하지정맥류 증상이 발생하면, 참지 말고 하지정맥 초음파를 통하여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좋다.
병력 청취 후 하지정맥초음파로 최종 진단
하지정맥류는 증상과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정맥 내 혈액 역류가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압박 요법과 정맥혈관 내에 혈관 경화제를 주입하는 혈관 경화 요법 등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진단은 심장혈관 흉부외과 전문의가 환자를 진찰하며 시작된다. 눈으로 돌출된 혈관이 있는지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 탄성을 확인하며 환자의 증상을 청취하는 등 다리에 불편감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을 감별한다. 이후 정맥류에 의한 증상이 의심된다면 하지정맥초음파(정밀)를 통하여 최종 진단할 수 있다. 정맥 초음파는 국내 및 세계에서 인정하는 거의 유일한 진단 방법이다.
"정맥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은 시술하는 사람에 따라 검사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력 있는 검사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사를 위해 특수 제작된 계단에서 15~20여 분간 초음파를 시행하며, 치료를 결정하는 전문의가 직접 초음파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음파 기계 및 프로브에 따라 해상력 및 정밀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장비를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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