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3-화합시대] "제 삶은 기적같은 일입니다, 여러분도 포기하지 마세요"
척추손상 중증장애 겪는 이노감씨 병상 인터뷰
40대때부터 몸 움직이지 못해 인공호흡기 도움
대화 중 20분마다 석션하고 욕창 감염 위험도
"이것도 내 삶이고 재미있다, 다들 용기내시라"
척수 손상을 입어 지난 15년간 침상에서 천장만 바라보는 병환 중에도 더 나은 삶을 고민하고 긍정의 힘을 발산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삶은 기적 같은 일이라며, 삶을 내보임으로써 중도일보 독자들이 용기 잃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대전 동구 판암동에 거주하는 이노감(57)씨는 지난 15년간 병상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지내는 척수손상 중증장애인이다 40대부터 갑작스러운 척수손상을 당하면서 신체활동이 어려워졌고, 2015년 스스로 호흡할 수 있는 심폐 기능이 13% 수준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지금은 목 아래의 몸을 일체 움직이지 못하고, 자가호흡도 어려워져 인공호흡기가 폐에 불어넣는 공기의 힘으로 호흡하고 있다. 이 씨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도 20분마다 목에 가래가 생겨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그때마다 어머니 이주보(86) 씨가 목에서 호흡기 연결호스를 빼고 가래를 빨아들이는 석션을 해주었다. 호흡기를 떼는 순간부터 무호흡 상태가 되는 이 씨는 침상 끝에 닿은 두 다리를 파르르 떨면서, 석션 호스가 목 안쪽으로 들어오는 고통과 무호흡의 두려움을 참아내는 것 같았다.
이노감 씨는 "이것도 내 삶이라고 생각하며 버팁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지 중요하지 않고 자기가 즐거우면 됩니다. 저는 제 삶이 재미있습니다"라고 썩션의 고통을 이겨낸 직후 첫 마디로 이같이 밝혔다. 서너마디씩 뱉어내고 숨이 차오르기를 기다려 다시 말을 하는 과정이 비장애인들의 대화 때보다 느렸지만,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그의 집을 방문해 줄곧 방문진료 해온 민들레의원 의료진들은 그를 '민들레 호킹 박사'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근육위축증의 루게릭질환을 앓았던 스티븐 호킹 박사가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과학적 상상을 인류에 펼친 것처럼, 이노감 씨도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고 스스로 호흡도 어렵지만 더 나은 삶을 향해 고민하고 발명을 향한 상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침상 위 천장에 설치된 모니터는 안구 마우스를 활용해 인터넷 뉴스를 보고 간단한 글도 작성할 수 있도록 설치됐는데 그의 구상을 바탕으로 이뤄졌고, 벽면에는 낙하산에서 착안해 개발한 앉았다가일어서는 운동기구가 있었다. 그리고 엠부백을 이용한 이동식 기계호흡기 제작을 생각해냈다. 음악을 검색하고 스피커로 들을 수 있도록 집안에 장비를 갖췄는데 트로트 가수 김홍의 '내일 다시 해는 뜬다'와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를 즐겨 들으며 삶을 위로하고 있다.
최근 그를 불안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의정갈등에 따른 응급실 진료공백이 그것이다. 오랫동안 누워서 지내는 탓에 면역력은 약해졌고, 등에 난 욕창은 2년째 사라지지 않아 언제든 감염에 노출된 상황이다. 발열에 패혈증까지 악화될 수 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응급실에 생명을 의탁하는 일을 경험할 수 있는 처지에서 지금의 의료 공백사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씨는 "저는 언제든 응급실로 실려 갈 수 있는 처지인데 의사가 없어 진료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불안해서 견딜 수 없고, 저 같은 환자를 생각한다면 아니면 부모들이 진료 못 받는 상황을 상상한다면 의사들도 지금처럼 행동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삶은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도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포기하려 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주기를 부탁드리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대전의 외곽에 마당 있는 집에서 휠체어에 앉아 햇볕을 쬐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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