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션 (The Martian)>, 리들리 스콧 감독

<마션>은 화상 탐사 프로젝트 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생존기와 지구 귀환기를 그린 작품으로 미국의 SF작가 앤디 위어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아 <그래비티>와는 상반되는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우주 재난 영화를 완성했는데 여기에 맷 데미언이 주인공 마크 와트니 역을 맡아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제73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코미디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받았다. 무엇보다 제작비의 2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흥행에도 성공, 화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깨 부쉈다.

<마션>은 원작 소설의 팬층이 두터운 작품이기도 한데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소설이 출간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앤디 위어는 원래 프로그래머로 평소 상대성 이론을 비롯한 과학 분야에 흥미가 많아 구글링으로 찾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직접 수학 계산을 하며 소설을 집필했지만 관심 갖는 출판사가 없어 자신의 블로그에 한 챕터 씩 공개했는데 웹상에서 인기를 얻으며 정식 소설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유머와 용기를 잃지 않는 주인공 ‘마크 와트니’ 덕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화가 결정된 후 리들리 스콧 감독과 맷 데이먼 역시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작품에 참여했다고 밝히기도 했을 만큼 지금까지 봐왔던 SF 영화 속 주인공과는 다른 결을 지닌 캐릭터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나사 소속 우주과학자와 우주비행사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완성되었는데 1997년부터 2004년까지 화성 프로젝트의 매니저를 맡았던 ‘루돌프 슈미트’ 박사를 비롯해 여러 중역들이 자문에 참여한 것은 물론 “영화가 단순한 재미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인류의 원대한 꿈에 영감을 제공한다”는 것에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참고로 영화에 등장하는 거주 모듈, 식물 재배, 물의 재활용, 산소 공급원, 우주복, 화성탐사차량(로버), 태양광 패널, 이온 추진 기술, 우주 배터리까지 총 9가지의 기술은 실제 나사의 연구 결과를 담은 것이다.
영화는 마치 실제 화성에서 촬영한 것 같은 로케이션도 돋보이는데 실제 화성 탐사 무인 로봇인 '큐리오 시티'가 전송한 화성 사진을 참고해 헝가리, 영국, 요르단 등 전 세계를 찾아다니며 화성과 가장 흡사한 모습의 배경을 구현해 냈다. 더불어 나사의 본부 장면들은 실제 휴스턴 본부에서 촬영한 것으로 나사에서 무려 3주간 촬영에 도움을 제공했다고 하니 자문에 참여하며 밝힌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이 단지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사의 아레스 탐사대는 화성을 탐사하던 중 모래 폭풍을 만나 급하게 지구로의 귀환을 결정하고 복귀하는 도중 마크 와트니가 사고로 낙오하게 된다. 팀원들은 그가 사망했다 판단하고 그를 남겨둔 채 지구로 떠나지만 사실 마크는 극적으로 생존해 있었고, 기지에 남은 식량과 ‘식물학자'의 역량을 발휘해 화성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본부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마침내 자신의 생존을 지구에 알리게 된 마크는 나사와 함께 지구로 돌아오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탐사대원들 역시 그를 구출하기 위해 그들만의 방법을 찾는다. 한편 마크의 이야기는 전 세계로 알려지며 온 지구가 그의 무사 귀환을 응원하기 시작하는데...

<마션>은 우주 영화라는 큰 틀 안에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를 그려내며 ‘세상은 대의를 위한 한 사람의 희생보다 아직 한 생명을 더 귀하게 여긴다는 휴머니즘’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마크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등장인물 중 누구도 상대를 비방하거나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오로지 최선을 다해 마크를 구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데 넓게 보면 주인공의 대척점에 서서 극을 끌고 가는 ‘빌런’이 없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극한의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주인공의 캐릭터는 관객들로 하여금 긍정과 선의로 가득한 세상을 보며 일종의 대리 만족과 함께 치유받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발행인에게 <마션>은 손에 꼽을 만큼 좋아하는 우주 영화이자 동시에 힐링 영화인데 특히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마음이 지쳐있을 때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무엇보다 마크 와트니의 화성 생존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우주에서 고립되는 재난을 당한 것이 아니라 화성으로 오지 체험 가서 브이로그 찍는 사람 같달까.🥹 그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유행어 ‘럭키비키’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자신이 식물학자라 화성에서 감자를 기를 수 있어 럭키이고, 가는 곳 어디든 화성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이라 럭키다.
<마션>은 캐릭터뿐만 아니라 서사 자체도 낙천적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 살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주인공의 생사를 놓고 서스펜스를 펼치지 않는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휴머니즘과 맞물려 관객들로 하여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직 희망적이라는 이야기를 전하는데 개인적으로 인간의 내면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세상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낙천적인 사람이 되기도 염세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인간애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짙어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아직 휴머니즘이 살아있다 말하는 이토록 유쾌한 화성 표류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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