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람부터 살려야 해요”…저수지 뛰어든 소방관 딸과 의용소방대원 아버지
“근무 중이든 아니든 생명을 살리는 게 소방관의 일”
주말인 지난 11일 오후 7시쯤 전북 김제의 한 저수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순간, 군산소방서 소속 이혜림(33·여) 소방위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아버지 이민구(62) 김제소방서 청하의용소방대원도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이 소방위는 “순간 머리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아버지와 함께 끝까지 붙잡고 물 밖으로 옮겼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육지에서도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1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춘 이 소방위는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남성의 의식과 호흡, 외상 여부를 확인하며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이 남성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가족에게 무사히 인계됐다. 그는 “저수지에 가득 찬 화사한 연꽃을 보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 무덤에 놓기 위해 한송이 꺾으려다 물에 빠졌다”며 부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소방위는 2014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 각종 화재와 구조·구급 현장을 누벼온 베테랑 소방관이다. 하지만 나들이에 나선 이날은 근무복 대신 평상복 차림이었다.
그는 “휴일이라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눈앞에 위급한 상황이 있는데 외면할 수는 없었다”며 “소방관은 근무시간이 아니라도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평소 화재 예방과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해온 아버지 이민구 대원 역시 “딸이 먼저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바로 따라 들어갔다”며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며 늘 배운 것이 생명을 먼저 살리는 일인데, 무사히 구조돼 정말 다행”이라고 웃었다. 그는 “딸과 함께 사람을 구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도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관 딸과 의용소방대원 아버지. 직업은 달라도 몸에 밴 사명감은 같았다. 자칫 늦었다면 익수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기의 순간, 부녀는 가족이기 전에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진형민 전북도소방본부장은 “근무 여부와 관계없이 시민의 생명을 위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진 두 분의 용기와 책임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소방의 사명은 일상에서도 계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제=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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