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가상화 솔루션을 도입하면 비용이 어느 정도로 줄어드나요? 개발자들이 바로 적응할 수 있을까요?"
이달 9일 서울 드림플러스 강남점에서 <블로터> 주최로 열린 '포스트 VM웨어 서밋' 현장의 공기는 뜨거웠다. 벤더(공급사)의 정책 변화로 인프라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각 기업 정보기술(IT) 실무자들의 질문은 날카로웠고 절박했다.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 이후 기업 가상화 환경에서 라이선스 비용이 최대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소식은 IT 담당자들에게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닌 '경영'의 문제로 다가와 있었다.
현 상황은 마치 매달 일정하게 내던 전셋값이 하루아침에 10배가 뛴 것과 같다. 집주인(벤더)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임차인(기업)의 설움이다. 여기서 경영진이 실무자에게 원하는 답은 '어떻게든 10%를 깎아보겠다'는 임시방편이 아니다. '언제든 짐을 싸서 나갈 수 있는 독립된 집을 짓겠다'는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미래다.
서밋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다양한 제언을 쏟아냈다. 글로벌 스토리지 기업 넷앱(NetApp)은 보안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와 복구 정책을 특정 가상화 플랫폼으로부터 조기에 분리하라고 조언했다. 플랫폼이라는 껍데기가 바뀌어도 알맹이인 데이터에 대한 접근 통제와 감사 정책은 기업의 온전한 주권 아래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글로벌 스토리지 기업 에버퓨어(Everpure)는 '기능 이관(Offload)'을 통한 비용 절감 해법을 제시했다. 데이터 압축이나 복제처럼 소프트웨어가 직접 하던 일을 저장장치가 대신 맡아 처리하게 함으로써 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매기는 기준인 중앙처리장치(CPU) 사용량을 낮추는 전략이다.
VM웨어의 직접적인 대체제로 꼽히는 뉴타닉스는 서버와 스토리지를 소프트웨어로 통합한 HCI(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 구조를 통해 운영을 단순화하고 '하나의 통합 관리 화면'으로 인프라 전체를 실시간 관찰하면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조직의 기술 성숙도에 따라 바로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갈지, 아니면 EVS(Amazon Elastic VMware Service)를 거칠지 결정하는 유연한 전환 경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EVS란 기존의 온프레미스(서버 등 IT 설비를 사내에 직접 구축해 운영하는 방식) VM웨어 환경을 AWS 클라우드 위에서 별도의 변경 없이 그대로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기업이 진정으로 통제 가능한 유연한 인프라를 갖추려면 첫째,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데이터 주권' 확보가 필요하다. 플랫폼을 갈아타더라도 데이터 무결성을 유지하며 단계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비용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단순히 초기 도입 비용을 낮추는 것보다 라이선스 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인 비용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기술적 성숙도를 높여야 한다.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전환 시 발생하는 심리적 저항과 학습 곡선은 기술검증(PoC) 등을 통한 직접 체험으로 해소할 수 있다.
이번 서밋은 단순히 비싼 제품을 싼 제품으로 바꾸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공급사에 휘둘리던 인프라의 주도권을 기업으로 다시 가져오는 '인프라 독립 선언'의 현장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날카로운 무기는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유연한 인프라 구조다.
박현준 IC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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