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발묶인 한은 “금리 인하, 집값 안정 전제돼야 가능”

김회승 기자 2024. 9. 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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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한은은 "물가만 보면 금리를 내릴 여건이 조성됐다"는 입장이고, 지난달 22일 금통위에서는 위원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금통위원들 사이에선 "한은이 잘못된 신호(금리 인하)로 집값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컨센서스가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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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수장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별관에서 열린 미국 FOMC 주요 결과 및 국제금융시장 동향 관련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 총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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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부동산발 가계부채’ 족쇄에 단단히 발이 묶인 상황이서 한은의 통화정책 행보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국내 기준금리 수준을 연 3.5%로 1년7개월째 동결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역대 최장기간 동결이다. 국내 통화정책 방향은 오랜 기간 미국 금융시장과 긴밀히 동조화돼왔던 터여서, 미 연준의 ‘빅컷’(한번에 0.5% 금리 인하) 결정은 국내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요 변수가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9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피벗으로 외환시장 압력(환율 상승)이 줄어 그쪽에 대한 고민은 줄었다. 통화정책은 국내 요인에 더 가중치를 두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한·미 두 나라의 금리 차이가 종전 2.00%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줄어든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간 두 나라 간 정책금리 차는 외환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혀왔다. 유상대 부총재도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미국 통화정책의 피벗이 시작되어 외환시장의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 연준의 경우 물가 둔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고용 둔화에 대응해 금리 인하에 나서며 통화정책의 균형을 찾아가는 수순인 반면, 우리는 ‘부동산발 가계부채 확대’라는 금융 불안 변수가 불거지면서 낮아진 물가 상승률과 ‘상충 관계’에 직면해 있다.

구체적으로 한은은 “물가만 보면 금리를 내릴 여건이 조성됐다”는 입장이고, 지난달 22일 금통위에서는 위원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금통위원들 사이에선 “한은이 잘못된 신호(금리 인하)로 집값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컨센서스가 강력하다. “정부의 부동산 공급 및 수요 대책 효과를 면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까닭이다. 시장에선 한은의 이런 메시지를 놓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 불안 요인을 완화해야 정책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해왔다.

정부는 부동산 공급 대책(8·8 대책)과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로 9월에는 집값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한두달 데이터로 금통위가 금리 인하에 나설 만한 충분한 확신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이 금리를 낮추는 데 미국 금리가 큰 제약 요인이었는데, 이는 약해진 반면 가계대출·부동산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창용 총재가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여러 (거시) 지표들이 서로 다른 답을 원하고 있다. 서로 상충되는 목표를 보고 그때그때 결정하는 것이 금통위”라고 말했다. 나아가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같이 움직일 거라고 하는데 하나의 경고를 드리겠다”며 “미국은 우리보다 금리를 더 빠르게 많이 올렸다. 우리는 미국보다 (금리 인하) 속도가 느리고 폭도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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