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로운 클럽이 출시될 때쯤이면, 주변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어느 드라이버가 더 좋은지 물어보는 막연한 질문부터, 샤프트는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늘 제 답은 한결같았던 것 같습니다. 꼭 한번 쳐보고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무성의한 답변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클럽에 대해 알게 될수록 직접 쳐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드라이버 로프트 - 또 하나의 잘못된 선입견
보통 드라이버 선택 시에는, 선호하는 브랜드와 모델을 결정하고 나면, 일반적으로는 샤프트에 대한 고민이 커지게 됩니다.
지난 몇 번의 칼럼에서 말씀드린 대로, 샤프트에 쓰여 있는 대략적인 그램 수와 플렉스를 보고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선입견과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골퍼들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기준은 세워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반드시 피팅과 시타는 필요하지만 말이죠.
일반적으로 다음 과정은 몇 도의 로프트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로프트(Loft)라는 표현은 이미 많은 분들께 익숙해진 용어일 텐데요. 모든 클럽은 이 로프트를 가지고 있고, 모델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언의 예를 들면, 7번 아이언 기준으로 20대 후반의 로프트부터 30대 중반의 로프트까지 다양한 옵션이 존재합니다.
드라이버 역시 로프트 정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9도, 9.5도, 10도, 10.5도 와 같은 식입니다. 그런데 이 로프트 선택에 있어서도 샤프트만큼이나 잘못된 선입견이 있습니다. 9도 정도 되는 헤드, 즉 낮은 로프트의 클럽 헤드는 좀 잘 치는 사람이나 스윙 스피드가 빠른 사람이 선택하는 옵션이라는 생각 한다거나, 여성 골퍼는 12도 정도가 일반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선수들은 어떤 로프트의 클럽을 사용할까?
외국의 매체를 통해 공개된 유명 선수들의 최근 클럽 구성을 살펴보았습니다. 공개된 정보만으로 '일반화'를 시키는 것은 어렵겠습니다만, 적어도 우리의 선입견이 올바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아래에 몇몇 선수들의 드라이버 모델과 로프트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 스코티 셰플러 - Qi10 (8도)
- 존람- 엘리트 트리플 다이아몬드 (10.5)
- 로리 맥길로이 - Qi10 (9도)
- 다니엘 버거 - G430 LST(10.5도)
- 브룩스 켑카 - GT3 (10도)
- 브라이슨 디섐보 - 크랭크 포뮬러 파이어 프로 (5도)
- 리키파울러 - DS-Adapt X (10.5도)
- 토미 플릿우드 - Qi35 (10.5도)
위 내용을 보면 크게 두 가지 특이점이 보이는데요. 첫 번째는 의외로 반드시 새 클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두 번째는 10도가 넘는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스피드가 빠른 골퍼들일수록 낮은 로프트의 클럽을 사용하다는 것이 꼭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최근에 나오는 드라이버의 경우, 로프트와 라이 옵션을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실제로 어떤 로프트로 세팅해서 쓰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품 자체는 10도 내외의 로프트를 가진 클럽을 쓰는 선수들도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윙 스피드가 빠르니 낮은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꼭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높은 로프트의 클럽을 쓰는 이유
이렇게 높은 로프트의 드라이버 사용 선수가 많아진 데에는 드라이버 기술의 발전이라는 배경이 있습니다.
바로 최근 드라이버들이 모두 '낮은 스핀양(Low Spin)'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비거리를 충분히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충족해야 할 요건이 있는데, 그중 중요한 요소가 바로 스핀양입니다. 이 스핀양이 너무 높을 경우 비거리에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니, 클럽의 선택과 피팅의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스핀양을 낮추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핀양은 로프트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로프트가 높아질수록 스핀양이 올라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낮은 로프트의 클럽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죠.
하지만, 최근의 드라이버들은 관용성을 제공하면서도, 스핀양을 낮춘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이 로프트-로우 스핀 (High Loft - Low Spin)이 바로 드라이버의 트렌드가 된 것입니다.
이는 아마추어 골퍼의 입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근 드라이버들의 스핀양이 낮아지고 있으니, 오히려 볼을 공중에 띄울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로프트가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급자라고 하더라도, 혹은 스윙 스피드가 빠르다고 하더라도, 10도 이상의 클럽 사용으로 인한 이득이 오히려 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이내믹 로프트(Dynamic Loft)의 중요성
과거에 비해서 분명 높은 로프트의 클럽이 확산되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클럽의 기술적 변화만큼이나, '다이내믹 로프트' 개념이 중요해졌다는 '피팅'관점의 트렌드도 주목해 볼 만합니다.
드라이버에 새겨져 있는 로프트는 실제로는 정적 로프트 (Static Loft)라는 개념입니다. 이에 비해, 동적 로프트(Dynamic Loft)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 숫자는 임팩트 순간, 즉 클럽페이스와 공이 접촉할 때의 실제 로프트를 의미합니다.
골퍼의 스윙과 샤프트의 조합에 의해서 실제 임팩트시에 만들어지는 로프트이고, 이 숫자가 실제 샷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드라이버에 새겨져 있는 로프트가 모두 같더라도, 결국 스윙 과정에서, 클럽의 어택 앵글, 샤프트의 플렉스 등을 통해 실제로 유효한 '다이내믹 로프트'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 수치가 직접적으로 클럽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결국, 임팩트 순간에 만들어내는 '골퍼'와 '클럽'의 조합에 의해 로프트가 정해지며, 이에 따라 론치 앵글 (Launch Angle)과 스핀양 등이 정해지는 것이죠.
그러니, 결국 클럽을 직접 쳐보지 않고, 자신의 수치를 확인하지 않고 9도, 10도와 같은 드라이버의 로프트를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최근에 나오는 드라이버들은 대부분 Loft 조절 옵션을 가지고 있는데요. 연습장에서 한 번쯤 이 로프트를 올리거나 내리면서 테스트해 보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한다면, 분명 더 좋은 옵션을 선택하거나,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될 거라 믿습니다.
아래 시리어스골퍼 톡채널 추가를 통해, 칼럼 관련 의견을 남길 수 있으며, 다양한 골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