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앞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건물 둘러싼 갈등 [시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0월14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8번지.
반면 '성병관리소 철거 추진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10월21일 동두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병관리소는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건물이 아니라 공중보건을 위해 일시적 역할을 했던 시설에 불과하다"라며 "우리의 자녀들이 자랑스러운 고향, 깨끗한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월14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8번지.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의 정문은 인근 미군 부대처럼 윤형 철조망을 두른 채 굳게 닫혀 있었다. 철거하려고 진입한 중장비의 흔적도 곳곳에 선명했다. 일반인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조망에 누군가 묶어놓은 분홍색 리본이 흩날렸다. ‘지켜줘, 우리의 역사잖아.’
1960~1970년대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 주둔지마다 기지촌을 조성했다. 미군의 자유로운 성 매수를 보장하기 위해 성병 관리는 필수였고, 그렇게 생겨난 곳이 성병관리소다. 경기도에만 6곳, 전국적으로 40여 곳이 운영되었다. 정부는 미군 위안부를 대상으로 불시 검문을 해 낙검자(검사 탈락자)를 찾아냈고, 이들에게 강제로 페니실린을 투약한 후 완치될 때까지 가둬두었다. 누군가는 약물 과다 투여에 따른 쇼크로, 누군가는 탈출하려고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하기도 했다. 미군들은 철망을 잡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동물원 원숭이 같다며 ‘몽키하우스’라고 불렀다.
동두천 성병관리소 건물은 1973년에 세워져 1996년에 폐쇄된 이후 사학재단 소유로 30년 가까이 방치되면서 ‘흉가 체험 명소’로 변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동두천시가 소요산 관광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해당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 철거를 발표하면서 갈등이 촉발되고 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국가가 성매매를 조장한 역사의 흔적을 보존해야 한다며 지난 8월부터 건물 인근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최현진 집행위원장은 “전 세계에 단 하나 남아 있는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려는 것은 기지촌 이미지 지우기에 불과하다. 단지 건물 하나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흔적을 바로세우고, 군사독재와 주한 미군 문제의 흔적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다”라며 철거 반대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2022년 성병관리소 운영이 정부 주도의 국가 폭력이라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반면 ‘성병관리소 철거 추진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10월21일 동두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병관리소는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건물이 아니라 공중보건을 위해 일시적 역할을 했던 시설에 불과하다”라며 “우리의 자녀들이 자랑스러운 고향, 깨끗한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동두천·조남진 기자 chanmool@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