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아닌' 비밀번호...빌라·원룸촌 '불안'

[앵커]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대학가 원룸촌이나, 다가구 주택의 공동현관문 비밀번호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택배와 배달 기사들의 편의를 위해 공동현관문에 비밀번호를 버젓이 적어둔 건데요.

저희가 현장을 둘러봤더니,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안상혁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시 침산동의 한 빌라.
LH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입니다.

그런데, 공동현관 키패드 가장자리에
네 자리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스탠딩]
"키패드 아래 적힌 번호를 이렇게 누르면 누구나 공동출입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겁니다."

[주민]
"다른 목적으로 들어온다면 아주 섬뜩하죠. 저희가 출근을 한 뒤에 애들만 있을 때 얘들아 잠깐 문 열어봐, 이런 식으로라도."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원룸이 밀집한 인근 대학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비밀번호가 써 있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돕니다.

[스탠딩]
"대학 원룸가입니다. 공동출입문 비밀번호가 키패드뿐만 아니라 출입문 자체에 버젓이 적혀 있습니다."

정작 입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대학생]
"번호가 대놓고 있는 건 좀 안전불감증 아닌가. (키패드) 밑에 봤는데 진짜 번호가 있으니까. 저도 여자친구 있는데 되게 위험하죠, 이건."

이처럼 비밀번호가 버젓이 노출되는 건 문 앞까지 가져다 놔야 하는 택배와 배달 물량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비밀번호가 오가는 게 정상이지만, 하루 택배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선 이 과정이 생략되기 일쑵니다.

[택배기사](음성변조)
"그 고객이 다 적어서 기재를 합니다. (키패드에 적어놔요?) 네, 네."

일단 비밀번호를 누르고 건물로 들어가게 되면 곳곳에서 개인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공동 우편함과 택배함, 그리고 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 등에 거주자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무인 택배함을 확대한다든지 아니면 배달 음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좀 안전하게 지정한다든지. 비밀번호를 없애라고 하는 방범 지도나 교육이나 홍보가 필요하죠."

온갖 강력범죄에다 디지털 성범죄까지
갈수록 범죄유형이 다양화하는 가운데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입주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TBC 안상혁입니다.(영상취재 노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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