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꽉 막힌 2층집, 내부에 들어가니 눈이 휘동그레

[땅집고] 경기 하남시에 있는 단독주택 ‘화운풍재(花雲風齋)’는 홍만식 리슈건축 대표가 직접 거주할 목적으로 설계한 집이다. 홍 대표는 꽃과 구름, 바람 소리가 오감을 만족시키는 이곳에서, 오랜 염원이었던 단독주택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이자, 건축주인 건축주 홍만식 리슈건축 대표를 인터뷰했다.

[땅집고] 홍만식 리슈건축 대표가 직접 설계한 경기 하남시 단독주택 화풍운재 전경. /리슈건축

<건축 개요>
위치 : 경기 하남시
대지면적 : 260.80㎡
건축면적 : 130.07㎡
연면적 : 258.18㎡용적률 : 76.24%
건폐율 : 49.87%

[땅집고] 화풍운재 1층(위)과 2층 설계도. /리슈건축

-본인의 집을 직접 설계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설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예전부터 우리 가족이 살 집도 짓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어요. 그래서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여러 부지를 보러 다니곤 했죠. 아파트, 타운하우스 등 전부 살아봤는데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들과 비교하면 항상 조금씩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특히 가족 구성원 여럿이 살다 보니, 동선이 얽혀 마음 편히 지낼 수 없다는 단점도 있었죠. 그래서 우리 가족만의 맞춤형 주택을 짓고 싶다는 열망을 늘 품고 있었고, 드디어 실현하게 됐어요.”

[땅집고] 화풍운재가 있는 경기 하남시 일대 모습. /리슈건축
[땅집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화풍운재 모습. /리슈건축

-여러 지역 중, 이곳 경기도 하남시에 터를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집을 투자의 개념으로 보러 다니기보다는, 살기 좋은 곳 위주로 다니다 보니, 공원을 끼고 있는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보행로가 있어서 채광 면에서 유리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죠. 기존의 주 생활권이 서울시 강동구였다는 점도 한 몫 했고요. 근처에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소식도 있어서 자녀들이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오갈 수 있겠다는 장점도 있었어요.”

[땅집고] 화풍운재 중앙 중정에서 올려다본 하늘의 모습. /리슈건축
[땅집고] 화풍운재 내부 마당. /리슈건축

-중정이 있다 보니, 외부와의 소통도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단독주택 마당의 역할에 대해 수없이 많이 강조한 편이에요. 마당을 둔 단독주택과 그렇지 않은 단독주택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실제 이곳에서 살아보니 그런 부분들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져요. 건축가로서 어떤 집을 설계할 때 ‘아, 이렇게 마당을 활용하겠구나’ 정도는 인식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직접 그곳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모르잖아요. 잘 설계된 마당은 단순히 관망의 대상이 아니라, 자주 이용하게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데, 화운풍재의 마당 역시 수시로 드나들며 마당을 통해 자연이 주는 다양한 산물을 느낄 수 있어 만족감이 높은 편이에요”.

[땅집고] 화풍운재 1층 모습. /리슈건축

-평소 마당을 설명하실 때 전통 건축과의 연계성에 대해 말씀하시곤 하더라고요.

“마당이라는 공간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집’이라는 장소가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떠올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전통 건축에서의 집이란,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삶을 담아내는 역할을 담당했었죠. 오늘날의 집과 비교해본다면, 전통 건축이 훨씬 더 복합적으로 다층적이고 가변적이며 삶의 변화를 온전히 담는 그릇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현대건축에서 마당을 설계할 때는 공간을 비우기보다는, 정해진 수치에 맞춰 채우는 것에만 급급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당’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는 그 이상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당은 실마다의 관계성을 갖게 만들고, 내외부를 드나드는 소통의 창구를 대신하니까요.”

[땅집고] 화풍운재 1층 테이블. /리슈건축

-집에서 주로 머무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응접실과 제 집무실이 있는 1층에 있을 때가 많아요. 특히 집무실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왼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외부 손님들이 다른 가족의 주거 공간을 통하지 않고 바로 방문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죠. 특히 낮은 좌식 테이블을 설치해서 바로 맞닿아 있는 중정의 풍경을 사시사철 즐길 수 있어 더욱 좋고요. 무척 애착이 가는 장소이다 보니, ‘질문을 묻고 의견을 듣는 방’이라는 의미에서 ‘문문(問聞)정’이라는 이름을 따로 짓기도 했어요. 1층 안쪽으로는 중정과 외부 테라스를 동시에 접하는 응접실이 있는데, 가족 모두가 모여서 식사를 하거나 외부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을 경우에는 이곳에서 미팅을 하기도 하죠. 때로는 아내의 작업실로도 활용하고요.”

[땅집고] 화풍운재 1층 집무실. /리슈건축

-다른 집들과는 다르게, 1층에는 거실을 따로 배치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집마다의 인적 구성이나 관계에 따라 다른 평면도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이곳 역시 저희의 라이프 스타일상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다가 잠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층에 거실을 두기보다는 2층에 거실을 두고 안방과 연계해 바로 잠을 청할 수 있도록 설계했죠. 2층에 거실을 둔 덕분에 1층 주방과 거리가 있어 요리를 할 때 냄새 문제에서 벗어난다는 장점도 있어요.”

[땅집고] 화풍운재 2층 방. /리슈건축

-이곳의 장점인 군더더기 없는 설계처럼, 2층도 단출하게 구성한 것 같아요.

“2층의 경우 1층과 마찬가지로, 중정을 중심으로 공간들이 구분되고 있어요. 중정을 통해 거실과 아들들의 동선이 확실히 구분 지어져 있어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서로 편리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죠. 특히 두 아들 방의 경우에는 자녀들이 전부 성장했기에, 아이들의 의견을 고려해 단출하게 구성했어요. 이 중에서도 외부 테라스를 겸하고 있는 한 방은 테라스에서 2층 거실과 1층 중정, 응접실 등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글=홍예지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