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지연, 미분양 속출에 부동산 신탁·시공 줄위기

부동산 침체 계속... 현 상황은?

지난해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5월 -0.05%를 필두로 2023년 1월 -2.12%까지 9개월 연속 하락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한때 불패를 자랑했던 분양시장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의 전국 미분양주택 현황은 2021년 1월 1만7130가구를 기록한 이래 그해 9월 1만3842가구로 급감하며 빠른 감소세를 나타낸 바 있는데요. 2022년에는 9월 4만1604가구로 1년 만에 무려 3만 가구 가까이 증가한 후, 2023년 1월에는 7만5359가구로 4개월 만에 3만 가구가 넘게 늘었습니다.

시공사만 문제 아냐... 신탁사 위험도 증가

이처럼 부동산 침체가 계속될 경우, 부동산 신탁사의 위험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어 주목할 만합니다. 얼마 전 한국신용평가는 ‘시공사 부실 위험이 부동산 신탁사로 전이 시 위험 수준 및 대응력’이란 보고서에서 부동산 신탁회사들의 리스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현재 토지개발신탁에는 크게 차입형, 관리형, 책임준공형이 있습니다. 그중 최근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신탁 방식은 차입형과 책임준공형(이하 책준형)입니다. ‘차입형’은 신탁사가 금융기관이나 시공사로부터 직접 사업비를 조달하고, ‘책준형’은 위탁자(토지 소유자)가 사업 비용을 부담하되 신탁사가 준공 과정의 위험을 부담 및 관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책준형이 차입형보다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고, 투자 자금 대비 수익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한신평 보고서에 따르면, 토지신탁 진행 사업장 중 책준형이 차입형보다 2배 이상의 규모에 달한다고 알려졌습니다. 2022년 9월 기준으로 책준형은 62조원, 차입형은 26조원으로 책준형 상품의 규모가 차입형의 약 2.4배에 달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본래 사업 위험도는 차입형이 책준형보다 더 크지만, 지금과 같은 침체 상황에서는 책준형의 위험 총량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책준형 사업장 위기 급증... 수십억 대위 변제도

그 원인으로는 책준형 사업에 참여하는 시공사의 시공 능력이 차입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여있다는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2022년 총 사업비 기준으로 책준형은 시공 능력 10위 이상인 곳이 0%로 나타났습니다. 시공 능력 100위 이하인 시공사 비중은 책준형이 무려 70%로 차입형(16%)보다 4배 이상 많습니다. 시공능력 500위 이하 시공사 비중도 책준형은 21%나 달했습니다(차입형은 2%).

결국 책준형 사업에 시공 능력 및 자본력이 비교적 열위인 중소 또는 중견 건설사가 몰리면서 올해 이들 기업의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분양시장이 호황일 때는 상관이 없겠지만, 요즘처럼 미분양이 증가하는 시장에서는 책준형 사업이 더 위험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책준형 사업지는 상대적으로 단지 규모가 작고, 시공사의 브랜드 파워도 낮은 편입니다. 당연히 분양성이 낮다 보니 리스크도 자연스레 커집니다. 공정률이 떨어지면서 준공 지연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한신평 보고서에서는 2022년 9월 현재 책준형 사업장 중 공정률 5%p 이상 차이 나는 사업장 수가 전국에 116개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의 한 신탁사에서는 지난해 책임준공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한 시공사 대신 수십억원을 대위변제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시공사, 신탁사의 리스크가 높아지자 정부에서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6일 정부에서는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를 막기 위해 정책 금융 공급 규모를 전년 잔액 말 대비 5조원 늘어난 28조4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향후 부동산 자산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리스크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