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홍명보 감독 선임 시 면접했는지도 의문…절차 위반 확인"
국민적 관심을 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 감사 중간 결과가 2일 발표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이 확인됐고,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어도 이를 근거로 홍 감독과 계약을 정부가 무효화할 권한은 없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이임생 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 없어…면접 실제 했는지도 의문"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문체부 브리핑에 따르면, 홍 감독 선임 과정은 감독 후보 추천 절차에서부터 문제였다.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는 축구협회 규정상 감독 추천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이 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 3명의 면접을 진행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최종 감독 후보를 추천했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도 아니고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위촉된 바도 없으며, 6월 30일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 온라인 임시회의에서 위원들로부터 감독 추천 권한을 위임받은 것도 아니"라며 "(이 이사는)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사항에 감독 추천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 감독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다는 국민적 여론 역시 이번 감사에서 재확인됐다.
문체부는 지난 7월 5일 이 이사와 홍 감독 당시 후보자의 대면 면접은 다른 두 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다른 절차로 진행됐음을 지적했다. 사전 질문지가 없었고, 참관인이 없이 면접관이 홀로 장시간 홍 감독 후보자 집 앞에서 기다리다 늦은 밤 단 둘이 면접을 실시해 감독직을 요청했다.
문체부는 이는 "상식적인 면접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독대한 상황에서 실제 면접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뤄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축구협회가 이사회 선임 권한을 형해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체부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올해 전까지는 관행적으로 이사회 선임 절차를 계속 밟지 않았다. 올해 5월 이사회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강위가 권한 없이 임시감독을 선임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5월 28일에야 이사회를 열어 임시감독 선임을 추인했다.
그러면서도 축구협회는 통상 감독 선임은 전강위에서 선임 후 절차상 이사회를 통해 (사후) 추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같은 축구협회 입장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또 변경됐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 선임 시에는 감독을 내정 발표한 후 이사회 서면 결의 절차를 밟았다. 이전에는 전강위가 우선 선임 후 이사회의 사후 추인을 거친다고 했다가, 홍 감독 선임 시에는 이사회를 통한 선임 절차를 거친 셈이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전강위는 이사회 업무를 돕는 자문기구이자 감독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는 역할'이라고 했다"며 "이렇듯 축구협회는 상황에 따라 협회에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규정을 다르게 해석·적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 감독 선임 과정 역시 감독을 이미 전강위가 내정한 후 형식적으로 이사회 서면 결의를 거친 만큼 이사회 권한을 형해화하는 행위라고 문체부는 지적했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 "실제 이사회 이사 중 일부는 이사회의 서면 결의가 단순 요식행위에 가부판정으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유감이라는 의견을 냈고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 의견도 있었"음을 확인했다.
클린스만 선임 시 축구협회가 전강위 무력화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축구협회가 전강위를 무력화했음이 감사 결과 우선 확인됐다.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감독은 전강위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 따라서 전강위는 감독 후보자들의 면접과 평가 등 절차를 진행해 이사회에 감독 후보자를 추천한다.
그러나 클린스만 선임 당시를 보면, 지난해 1월 당시 마이클 뮐러 전강위원장과 축구협회는 전강위가 구성되기도 전에 이미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감독 후보들과 접촉까지 했다.
아울러 뒤늦게 꾸려진 전강위 위원들은 첫 회의에서부터 위원 권한을 뮐러 위원장에게 위임하라는 축구협회 요청을 받았다. 이어 두 번째 회의에서 클린스만이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정몽규 회장이 클린스만을 면접한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따라 감독 후보자 면접은 전강위가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확인됐듯 전강위는 처음부터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배제돼 있었고 당연히 후보자 면접 과정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정 회장이 클린스만을 포함한 최종 1, 2순위 후보자의 2차 면접을 직접 진행했다. 그런데 정 회장에게는 후보자 면접 권한이 없다.
문체부는 "축구협회는 회장의 권한 없는 2차 면접을 문제 삼기 전까지는 언론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 선임 시 복수의 외국인 감독을 상대로 1·2차 화상 면접을 진행했다고 하다가, 2차 면접의 주체를 문제 삼자 다시 말을 바꾸어 회장이 1·2순위 감독 후보자와 화상 미팅을 한 것은 면접이 아닌 의견 청취를 위한 면담이었고 후보자 선정을 위한 절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선임 절차 역시 누락됐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권한은 이사회에 있지만, 축구협회는 여태껏 관행적으로 대표팀 지도자 선임 시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클린스만 감독 선임 시에도 이사회 선임 절차를 건너뛰었다.
논란 일자 축구협회가 사실상 대국민 거짓말?
홍 감독 선임 불공정 논란 등이 크게 일어나자 축구협회가 국민을 상대로 사실상 거짓말했다는 지적 역시 문체부는 제기했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 축구협회는 사실솨 다른 내용으로 반박 보도자료나 보도 설명자료를 배포했음이 확인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전강위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자, 축구협회는 보도 반박자료를 내 뮐러 전강위원장이 위원회와 함께 후보자를 줄여나가고 있으며, 복수 후보자를 상대로 1·2차 화상 면접을 진행해 우선순위를 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는 거짓말이었다는 게 문체부 지적 사항이다. 뮐러 위원장이 단독으로 후보자를 줄였고 1차 화상 면접을 진행했고 2차 화상 면접은 정 회장이 진행했다.
홍 감독 선임 논란이 일던 지난 7월 22일 축구협회가 배포한 '국가대표팀 선임 과정을 설명드립니다. 대표님 감독 선임 과정 Q&A'라는 보도 설명자료에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겼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지난 달 24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도 확인됐듯, 이임생 이사에게는 감독 추천 및 결정 권한이 없었다.
홍 감독이 제10차 전강위에서 단독으로 최다 추천을 받은 것처럼 당시 보도자료에 설명됐으나, 감사 결과 홍 감독은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공동 1위였다.
이 같은 오류 내역이 언론, 국회 현안 질의 등의 과정에서 확인되자 축구협회는 지난 달 27일 문체부에 입장을 번복하는 답변서를 보냈다.
이임생 이사가 감독 추천을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제10차 전강위에서 전강위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정해성 당시 위원장이 협회에 후속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 요청에 따라 축구협회가 적임자로 꼽은 이 이사에게 후속 절차를 맡겼기 때문이라는 게 축구협회의 답변서 내용이다.
축구협회는 또 답변서에서 지난 6월 30일 열린 전강위 임시회의(11차 회의)는 어떤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정식 회의가 아니었다고도 강조했다. 따라서 제10차 회의에서 이 이사의 감독 선임 권한이 확정됐고, 이를 바탕으로 실시한 홍 감독 선임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축구협회의 입장이다.
문체부는 "그러나 이와 같은 축구협회의 번복된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설사 정해성 위원장이 본인이 위임받은 권한을 협회에 재위임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하더라도 당초 전강위에서 정해성 위원장에게 협회에 재위임 권한까지 위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임생 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천안 축구종합센터 관련 사항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번 감사 결과 지난 2022년 21억 원, 작년 56억 원의 국고보조금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게 집행된 정황이 밝혀졌다. 문체부는 현재 이 내역을 조사 중이다.
문체부는 보조금법 위반 행위가 있었음을 최종 확인할 경우 교부 결정 취소, 보조금 반환 명령, 제재부가금 부과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축구협회가 센터 건립 과정에서 문체부 승인 없이 615억 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문제는 지난 달 3일부로 철회됐다. 문체부는 관련 경위 파악은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일부 국가대표 피트니스 코치는 축구협회가 요구한 필수자격을 보유하지 않은 무자격자였음도 드러났다.
문체부 "축구협회 자율적 판단 기대"
문체부의 이번 발표는 중간 발표다. 관련자 문책 등의 처분 요구는 이달 말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올 때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홍 감독 선임 과정의 규정 및 절차 위반 사항은 감사 결과 이미 확인된 만큼, 문체부는 축구협회에 시정 방안 마련을 통보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체부가 축구협회에 어떤 강제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되었지만,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명보 감독과의 계약이 당연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축구협회가 자체 검토해서 국민 여론, 상식과 공정의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 관한 수사 의뢰 계획 역시 없다고 밝혔다.
한편 축구협회는 이번 문체부 감사 결과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문제를 제외한 모든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그러나 "축구협회는 대부분의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내오면서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타당한 근거나 객관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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