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스페인에 반도체 팹 짓나···경영진 내년 1분기 유럽행
산체스 총리 訪韓때 적극 구애
현지매체 다수 "삼성 내년 방문"
獨·佛 등 다른 국가들도 찾아가
유럽거점서 사업 가능성 검토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도 대비
최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방한 때 반도체 공장 투자를 부탁받은 삼성전자(005930)가 내년 초 유럽 지역에서 실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으로 반도체의 탈(脫)중국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을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엘 파이스 등 다수의 스페인 언론 매체는 산체스 총리가 한국을 떠난 직후인 18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경영진이 팀을 꾸려 내년 1분기 유럽을 방문할 계획이며 그 가운데 스페인을 가장 먼저 찾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엘 파이스는 “삼성전자가 스페인 공장 건설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이를 심도 있게 연구하기 위해 팀을 꾸려 조만간 스페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산체스 총리는 이달 17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레예스 마로토 산업통상관광부 장관 등 스페인 주요 부처 장차관 40여 명과 함께 곧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부터 찾았다. 스페인 정부 수반이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경기 평택에서 삼성전자의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 사장을 만난 산체스 총리는 다음 날인 18일 서울에서 이 회장과도 마주했다. 그야말로 삼성전자에서 시작해 삼성전자로 끝난 일정이었다. 산체스 총리가 이 자리에서 대규모 금융·세제 지원 등을 제시하면서 반도체 공장 투자를 제안했고 이 회장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체스 총리는 방한 기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스페인은 120억 유로를 투자해 반도체 공급망의 플레이어가 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 유럽 지역 직접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던 삼성전자가 입장을 바꾼 것은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주요 경영진을 스페인에 파견해 사업화 가능성을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뿐 아니라 대규모 반도체 관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독일·프랑스 등 다른 국가도 방문해 유럽 생산 거점 구축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경 사장은 올 9월 기자 간담회에서 생산 거점 확대의 가능성을 두고 “확정한 것은 없지만 다방면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내년 초 실사를 나갈 경우 이 회사를 향한 유럽 각국의 구애전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현재 450억 유로 규모의 반도체 지원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유럽의 비중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독일·프랑스 등 각국도 핵심 반도체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현재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의 대규모 반도체 제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유럽 공장 건설 가능성에 이미 선을 그은 상태라 삼성전자를 대체할 안은 세계적으로 거의 없는 형편이다. 유럽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제안한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칩4’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짓게 되면 이는 첫 사례가 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오스틴, 중국 시안 등에만 반도체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국 인텔의 경우 3월 유럽 전역에 10년 간 800억 유로를 투입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위스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프랑스와 반도체 제조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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