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도이치 2심 재판부가 파고든 ‘관계’, 김건희에게 적용한다면? [영상]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에서 ‘전주’(돈줄) 역할을 한 손아무개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세간의 시선은 일제히 김건희 여사에게로 쏠렸습니다. 거액을 투자하면서 다수의 시세조종 주문을 낸 손씨의 행위가 김 여사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인데요. 345쪽에 달하는 항소심 판결문에는 별지 제외한 본문에만 김 여사의 이름이 84회, 김 여사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이름이 33회 등장합니다. 1심 판결문에서 언급된 김 여사의 이름이 37회였습니다. 언급 횟수가 2배 이상입니다.
이름이 나온 횟수보다 더 중요한 건 판결문 내용입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손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손씨와 시세조종 세력들과의 ‘관계’에 주목했는데요. 손씨가 시세조종을 방조했다는 혐의에 무게를 싣는 과정에서 ‘2차 주포 김아무개씨와 유죄를 받은 손씨가 단순한 증권회사 직원과 고객의 관계가 아니라 상당히 오랜 기간 친분관계’를 유지했음을 판시했습니다. 친분관계에 더해 김씨의 추천으로 대량 주식을 매집했던 사례까지 고려하면, 손씨가 김씨의 시세조종 행위를 잘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미필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관계를 통해 범죄의 정황을 폭넓게 살피는 방식은 김 여사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김 여사와 시세조종 사이의 연결고리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2심 판결문에서 새롭게 등장한 문구도 눈에 띄는데요. 도이치모터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초기투자자 명단에는 김 여사의 이름이 가장 처음에 나옵니다. 2심 재판부는 이 명단을 두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초기투자자들은 모두 피고인 권오수와 가까운 지인들”이라고 적시했습니다. 또 권 전 회장이 1차 주포인 이아무개씨와의 신뢰관계에 문제가 발생하자 권 전 회장이 이씨에게 맡긴 김 여사 명의의 신한증권 계좌를 회수했다는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시세조종의 1단계 시기(2010년 10월20일 이전)는 공소시효가 끝난 것으로 판단했는데요. 그럼에도 1단계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2심 유죄 판단의 간접적인 근거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손씨가 시세조종을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적 행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재판부는 2010년 10월8일 손씨의 대량매수 행태를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공소시효) 이전 사례이나, 시기적으로 근접하고 손씨가 주식매수를 통한 시세조종 방조 범행을 지속해왔다는 점에 부합하는 간접정황에 해당하므로 이를 살펴본다”고 했습니다. 1단계 시기 범죄 행위 자체의 유무죄를 따지지 않더라도, 1차 시기의 행위가 2차 시세조종에 영향을 미치거나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음을 재판부가 충분히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논리의 연장으로 피고인들의 범죄 행위를 살피며 1단계 주가조작 과정에서 김 여사가 보인 행태도 판결문에 담겼습니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으로부터 소개받은 1차 주포 이씨에게 10억원이 입금돼 있던 신한증권 계좌의 관리를 맡겼고, 2010년 6월16일 동부증권 담당자와 통화하며 “도이치모터스 앞으로 거래를 할 때 저하고 이씨 말고는 거래 못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1단계에 이뤄진 김 여사가 통정매매를 한 정황은 2심 판결문에도 언급됐습니다. 손씨의 경우 유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재판부가 시세조종 동원 목적이라고 인정한 계좌는 없었는데요. 2심 재판부도 김 여사의 계좌를 명시하며 “시세조종에 동원된 계좌”라고 했습니다. 1심에 이어 항소심도 김 여사의 3개 계좌가 시세조종에 활용된 점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이 향후 김 여사의 수사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1심과 2심 모두 권 전 회장의 행위에 대해 “자신의 주식은 아니더라도 주식 수급을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 부양을 촉진시키려는 행위의 일환으로 김 여사 등 기존 도이치모터스 주주들을 주포 이씨에게 소개해주었다”고 밝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이) 김건희, 김○○, 양○○ 등 기존 도이치모터스 주주들을 피고인 이씨에게 소개해주면서, 주식 관리를 맡기고 그 수익의 30~40% 정도를 이씨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전적으로 시세조종의 대가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해당 금원을 시세조종에 투입하든 별개로 운용하든 투자수익을 올리면 이씨가 사례나 수수료를 받아갈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모두 복합적이긴 하더라도 시세조종의 대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주가조작 ’주포’ 이씨가 김 여사에게서 받아가는 수수료가 전액은 아닐지라도 시세조종의 대가가 포함돼있다는 표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는 주가조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검찰의 수사 결론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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