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익 19조, 청년 신규채용 1천명뿐…사회책임 저버린 5대 은행

조계완 기자 2024. 10. 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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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청년채용 규모 해부…은행별 ‘채용 비교·공시’ 도입하자
NH농협은행 2024년 하반기 신규채용 공고. 농협은행

요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 하반기 신규채용 절차를 진행중이다. 근래 수년간 고금리 시기에 해마다 ‘사상최대 이익’을 경신(2023년 5대 은행 합산 영업이익 19조1488억원)하고 있지만 고졸·대졸 청년 신입직원 규모는 5대 은행을 합쳐 연간 1천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전체 정규 임직원 대비 2% 수준인데, 산업은행·한국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의 이 비율(2.7~6.9%)에 훨씬 못 미친다. 한은 및 특수은행들은 ‘청년 신규채용 현황’을 주기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시중은행도 공공성을 띠고 있는 만큼 청년 고용 관련 사회적 기여 평가지표로 은행별 ‘신규채용 비교·공시’를 도입하고, 감독당국의 은행 경영평가실태조사에 신규채용 항목을 넣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청년 신규채용 “축소균형”

7일 은행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를 합쳐 올해 연간 신규채용(계획)규모는 5대 은행을 합쳐 총 2465명이다. 5대 은행 채용규모는 2020년 총 1407명, 2021년 1642명, 2022년 2223명, 2023년 2530명이었다. 이 숫자에는 경력직 채용도 포함돼 있는데, 고졸·대졸 ‘청년’ 채용은 전체 신규채용에서 대략 절반 남짓이다.

한 예로 국민은행의 경우 2023년 경력직 포함 신규채용은 420명(상반기 250명, 하반기 170명)인데 ‘(청년)신입직원’ 채용은 254명에 그쳤다. 그 이전 해의 신입직원은 2020년 188명(경력직 포함 총 신규채용 300명), 2021년 269명(470명), 2022년 261명(600명)이었다.

지난 3월말 기준 5대 은행 합산 정규직 인원(총 6만3211명·무기계약직 포함, 기간제 제외)과 대비해보면 올해 신규채용 규모는 3.9%, 청년 신입채용은 2% 안팎으로 추산된다. 반면에 정책금융기관과 한은의 경우 청년 신입채용 비율(최근 3개년 중 연간 채용이 가장 많은 해 기준)은 산업은행 6.9%(2022년 235명 채용), 한국은행 5.5%(2023년 132명 채용), 수출입은행 5.2%(2022년 65명 채용), IBK기업은행 2.7%(2023년 363명 채용)다.

한은은 누리집의 경영정보에 신규채용 현황을 자세히 공표하고 있고, 정책금융기관들도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정기공시 항목에 각 년도 청년 신규채용 현황을 매년 공시하고 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들이 그동안 인력 감축을 통해 비용을 통제해왔지만 이는 은행의 고용창출 능력을 감소시키는 축소균형이었다”며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고임금체계 개선과 상시 구조조정 도입 등 인사관리체제를 바꿔, 인력 채용에서부터 확대균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5대 은행의 인력규모는 자산 규모가 유사한 글로벌 금융회사(스페인 카이샤은행, 캐나다 몬트리올은행 등 4만3천~4만9천명)에 견줘 훨씬 작다.

은행별 신규채용규모 비교·공시는?

각 시중은행들은 회사 사업보고서에 “인력구조 개선과 효율화”를 위해 실시한 최근 년도 조기·희망·특별퇴직자 숫자를 상세하게 공표하고 있다.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한 직원은 2020년 1949명, 2021년 2582명, 2022년 2355명, 2023년 1868명가량이다. 희망퇴직자와 신규채용 인원이 대략 엇비슷하다. 은행들은 또 누리집이나 각종 경영보고서에 주요 은행별 자기자본비율이나 주식가격 상대비교 차트 등 온갖 경영지표를 경쟁적으로 외부 공개하고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반면 5대 은행 경영공시 보고서나 누리집, 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에 게시된 공개자료에서 은행들의 청년 신규채용 규모와 증감 추이 정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사업보고서에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넓히고자 했다”(신한은행),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자 했다”(하나은행)고 적고 있을 뿐이다. 국민은행은 사업보고서에서 ‘그밖에 투자의사결정에 필요한 사항’ 항목에 “신입직원을 000명 뽑았다”고 딱 한 줄 기록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중 하나로 300인 이상 대기업(4057개)에 고용형태공시제(비정규직 인원·비중 등 의무 공시)가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면허를 얻고 ‘예대금리차를 통한 이익’을 허용받아 영업수익을 내는 민간 은행들에 대해, 사회적 책무·기여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청년 고용지표’(신규채용 규모와 증감 추이, 총임직원 대비 청년 고용 비율 등)를 비교·공시하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은행 인력은 지난 3월말 기준 국민·우리·농협이 1만3천명 안팎, 신한 1만2천명, 하나은행 1만명가량이고,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국민·신한·하나 4조1천억원~4조1천억원, 우리 3조3천억원이다. 인력 및 수익성 규모가 엇비슷한 편이라서 은행끼리 청년 신규채용 규모를 상대 비교해볼만 하고, 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더 많은 청년 고용’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 은행평가에 청년고용 사회적 책임 넣어야

금융당국이 은행경영평가실태조사 항목에 청년고용 지표를 새로 추가 반영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꾀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은행업감독규정’에서 은행경영실태평가부문(자본 20%, 자산 25%, 경영관리·리스크 각 10% 등)을 보면 경영관리 세부항목에 ‘사회적 책임 이행 실태’가 있다. 여기에 신규채용 지표를 반영할 수 있다.

케이비금융의 ‘지속가능금융 보고서’(2023년)는 지속가능금융을 지원받을 ‘사회적 적격 프로젝트’로 고용창출 기업을 명시하고 있는데 그 조건으로 ‘전년 대비 5% 이상의 인력 추가 채용’을 꼽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은행 스스로는 신규채용 확대를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지는 않고 있다. ‘2023년 KB 사회적 가치창출 성과’ 보고서(총 5조6984억원·은행의 기업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측정해 화폐금액으로 산출)의 여러 항목에 배당·자사주소각(3조143억원)과 임직원역량강화(퇴직자지원 등 373억원) 등이 쭉 나열돼 있지만, 청년 신규채용은 이 가치 항목에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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