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때론 전기차로, 때론 BMW답게..효율 끝판왕 530e

내연기관 시대, 독일 자동차 제조사는 ‘전통 강호’로서 100년 동안 자동차 시장을 리드했다. 하지만 전동화 시대를 맞으며 분위기가 반전했다. 내연기관 기술의 정점인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국에서 때아닌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 팩 논란에 휩싸였다. 폭스바겐 그룹은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으로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 강호로 명성이 자자했던 독일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시대에 후발 주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명성을 지키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도 있다. 바로 BMW다. BMW는 지난 7월 유럽 전기차 시장 판매 1위 자리를 테슬라로부터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BMW의 1위 탈환 소식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는 경쟁 자동차 제조사와 다른 노선으로 전동화 전략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화 전환을 선언한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는 공통적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강조한다. 반면, BMW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 ‘CLAR’을 활용해 전동화 전략을 착실히 수행해나가고 있다.

누군가는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전략이라며, 전기차 시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이라며 BMW를 비판했다. 정말 그럴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BMW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눈에 보이는 성적표를 가져왔다. 하지, 실제 자동차는 어떨까. BMW 530e M 스포츠 패키지를 만났다.

BMW 530e M 스포츠 패키지

현행 5시리즈는 어느덧 8세대(G60) 모델로 지난해 국내 출시했다. 8세대로 진화하며 가장 큰 변화는 5시리즈 라인업에 순수전기차 ‘i5’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뼈대는 7세대 5시리즈에 적용했던 CLAR 플랫폼을 개량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5060mm, 전폭 1900mm, 전고 1515mm, 휠베이스 2995mm다.

역대 5시리즈 가운데 가장 큰 차체일 뿐만 아니라, 동급 프리미엄 중형 세단 가운데 가장 긴 전장을 가졌다. 한국 시장에서 대표적인 경쟁 상대로 꼽히는 제네시스 G80보다 전장은 55mm 더 길고, 휠베이스는 15mm 짧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전기차 라인업 i5 추가에 대한 영향이다. 넉넉한 용량의 배터리 팩을 탑재하기 위해 차체 크기를 늘리는 선택을 했다.

BMW 530e M 스포츠 패키지

외관 디자인은 2000년대 중후반을 풍미했던 5세대 5시리즈(E60) 인상이 물씬 느껴진다. 우연의 일치인지 코드네임도 G60, E60으로 알파벳만 다르다. E60의 짙은 향기가 느껴지는 부분은 단연 헤드램프다.

E60의 전매특허인 날카로운 눈매와 G60의 헤드램프가 닮았다. 다만, 차체 전체를 놓고 보면 G60만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E60이 매끈하고 우아한 캐릭터 라인을 기본으로 했다면, G60은 각지고 다부진 캐릭터 라인이 특징이다.

E60 5시리즈의 향기가 느껴지는 헤드램프 디자인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됐다. 넓은 에어 인테이크와 공격적인 범퍼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BMW의 상징과도 같은 키드니 그릴도 그대로다. 기존 5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콧구멍의 크기가 한층 커졌지만, 최근 출시된 BMW 모델과 비교했을 때 부담스러울 정도의 크기는 아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상황에 따라 흡입구를 여닫아 공기저항을 개선하는 액티브 셔터가 적용됐다. 또한, 키드니 그릴 테두리에 아이코닉 글로우를 적용해 ‘BMW’의 인상을 전한다.

충전구는 운전석 도어 앞쪽에 마련됐다
BMW 고유 디자인 ‘호프마이스터 킨크’

측면 디자인으로 넘어오면 5060mm의 전장 그리고 1500mm의 전고가 체감된다. 특히 이번 5시리즈는 순수전기차 i5에도 대응해야 하다 보니, 배터리 탑재 공간 확보를 위해 전고가 높아졌다. 지금까지 봐온 5시리즈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잘 달리겠다는 인상이었는데, 전고가 다소 높아지면서 그런 분위기는 다소 옅어졌다.

C필러에는 BMW 고유의 디자인 ‘호프마이스터 킨크’를 마주할 수 있으며, 5시리즈의 상징인 ‘5’를 음각으로 새겨 포인트를 줬다. 530e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운전석 도어 앞쪽으로 충전구를 마련했다.

BMW 530e M 스포츠 패키지

후면의 가장 큰 변화는 테일램프 그래픽이다. 테일램프 그래픽이 기존 5시리즈 대비 얇고 심플한 형상으로 바뀌었다. M 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한 만큼 후면 범퍼에는 공격적인 형태의 디퓨저가 적용돼 스포티한 분위기를 뽐낸다. 다만, M 스포츠 패키지임에도 머플러 팁은 숨겼다.

BMW 530e M 스포츠 패키지 실내

실내 디자인은 화려하다. 한 체급 위인 7시리즈의 디자인 요소 대다수를 가져왔다. 센터페시아 전반을 감싸는 인터랙션 바는 앰비언트 라이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적 정보를 제공한다. 비상등을 켜면 인터랙션 바 전체가 3회가량 붉은색으로 점멸한다.

특히 송풍구를 제대로 숨겨 미래 자동차 같은 인상이 강하다. 송풍구 조작부는 인터랙션 바 하단에 숨겨져 있다. 통상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자동차는 적응에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5시리즈의 송풍구 디자인은 성공적이다. 디자인이 깔끔할 뿐만 아니라, 조작감이 부드럽고 직관적이다.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다. 아쉬운 점은 주행 중에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인터랙션 바에 놓인 버튼이다. 터치 인식으로 조작되지만, 햅틱 피드백이 일절 없다. 운전자의 터치를 인식한 건지 아닌지 즉각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비상등 사용이 잦은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서 아쉬움이 도드라진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커브드로 이었다. 또한, 디스플레이가 전반적으로 운전자를 향하고 있다. 크기가 크고 화질이 좋은 데다 반응 속도도 빠르다.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이 적용돼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앱 아이콘은 여전히 중구난방이다.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볼 수 있지만, 약 24개의 앱 아이콘이 한눈에 들어오다 보니 빠르게 원하는 메뉴를 찾을 수 없다.

기어 쉬프터는 토글식을 적용해 실내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줄였다. 토글식 기어 쉬프터 주위로는 운전 중 사용이 잦은 버튼들이 자리한다. i 드라이브 컨트롤러, 미디어 조작부, 전·후방 카메라 활성화 버튼, 주행 모드 변경 버튼, 오토 홀드 버튼 등이다. 버튼 소재를 크리스탈 및 블랙 하이글로시로 마감한 덕에 고급감이 좋다.

2열 공간은 차체 크기가 커진 만큼 넉넉하다. 키 176cm 기자가 앉았을 때 무릎 공간에 주먹 하나 반, 머리 공간에 주먹 하나가 넉넉히 들어간다. 내연기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은 2열 시트 착좌감이 좋지 못한 경우가 다수다.

2열 시트 아래 배터리 팩을 탑재해 시트 바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행 5시리즈는 순수전기차 i5를 염두에 둔 범용 플랫폼이다 보니 이런 아쉬움이 530e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530e는 i5와 동일하게 차체 바닥에 배터리 팩을 탑재했다. 덕분에 장시간 주행에도 2열 탑승객은 안락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프리미엄 중형 세단답게 2열 탑승객을 위한 편의장치도 충분하다. 수동식 2열 도어 커튼, 전동식 뒷유리 커튼, 공조 장치를 조작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마련됐다. 2열 탑승객을 위한 송풍구는 센터 콘솔은 물론 B필러에 하나씩 더 마련돼 있다.

USB C타입 포트는 센터 콘솔에 2개, 1열 시트백에 각각 하나씩 장착했다. 특히 1열 시트백 C타입 포트는 최대 45W 충전을 지원한다. 저전력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급하게 충전할 때 제격이다.

100% 충전 상황에서 전기 모드로만 93km 주행 가능하다고 띄웠다

이제 시승에 나설 차례다. BMW 530e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라인업이다. 이전 세대 530e와의 가장 큰 차이는 배터리 팩 용량이다. 이전 세대 530e는 9.2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현행 530e는 19.4kWh 용량으로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1회 충전 주행 거리도 대폭 향상했다. 환경부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73km다. 다만, 환경부의 가혹한 주행거리 시험을 감안하면 해당 수치가 얼마나 보수적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처음 시승차를 받았을 때, 1회 충전 주행거리는 93km(100% 충전)를 띄웠다.

530e에 시동을 걸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시내 도로를 주행하는 와중에도 엔진은 단 한 번도 켜지지 않았다. 넉넉한 19.4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전기 모드 활용도가 좋아진 덕이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55% 이상 밟는 경우가 아니라면 140km/h까지 전기 모터의 힘만으로 가속할 수 있다.

사실상 왕복 출퇴근거리가 80km 이내라면 출퇴근에서는 온전히 전기차로 530e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연료 효율을 끌어올리는 이피션트 모드로 주행하면 '내가 전기차를 운전하고 있는 건가?'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전기차 특유의 매끄러운 주행 감각과 부드러운 승차감이 일품이다.

엔진이 달린 BMW를 전기 모드로만 타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한다. 디지털 계기판 및 인터랙션 바가 붉은색으로 물들며 엔진이 즉각 켜진다. 한동안 숨어 있던 엔진 회전수(RPM) 게이지도 모습을 드러냈다.

BMW 아이코닉 사운드를 통해 부각되는 엔진음이 귓가를 울린다. 가속 페달을 밟아보라며 재촉한다. 530e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 조합으로 최고출력 299마력, 최대토크 45.8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는 단 6.4초 소요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짜릿함을 선사한다. BMW 아이코닉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카랑카랑한 엔진음과 한스 짐머의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의 조화도 신선하다. 한 대의 자동차에서 BMW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530e는 퍼스널 모드와 이피션트 모드에서 프리미엄 중형 세단 특유의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구현한다. 노면 요철을 최대한 부드럽게 걸러낸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여지없이 BMW다운 하체 감각을 구현한다. 노면 상태가 어떤지 엉덩이로 즉각 느낄 수 있다.

꽉 조인 하체 감각은 핸들링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8세대 5시리즈는 차체 크기가 커지고 공차 중량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일부 마니아의 조롱거리가 됐다. 실제 차량의 거동에서는 커진 차체 크기와 무거워진 공차 중량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닛이 길어졌지만, 엔진을 차체 안쪽까지 깊숙이 밀어 넣은 설계로 앞머리가 가볍게 돈다. BMW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 감각이 그대로라는 말이다.

퇴근 후에 완속 충전기를 꽂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차의 장점은 다음날 일어나 시동을 걸었을 때, 추가로 주행거리가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주유소를 갈 일이 그만큼 적어진다.

특히 530e의 경우 아침마다 늘어나는 주행거리가 약 80~100km로 출퇴근에 문제가 없다. 5%에서 100%까지 충전은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약 350km 시승 이후 연비는 무려 30.5km/L를 기록했다. 전체 시승 가운데 257km가량을 전기 모터로만 주행했다. 일상 주행 영역에서 전기 모드가 적극 개입한 덕이다. 프리미엄 중형 세단급에서 30.5km/L라는 연비를 뽑아낼 수 있는 자동차가 몇이나 될까.

전비도 놀랍다. 14.7kWh/100km, 즉 6.8kWh/km다.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은 3.2kWh/km에 두 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BMW 530e M 스포츠 패키지

통상 프리미엄 중형 세단을 탄다면 한 자릿수대 연비를 감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분명한 '감내'다. 국어사전에서 감내는 어려움을 참고 버텨 이겨내는 것이라 정의한다. BMW 530e는 운전자의 연비에 대한 운전자의 감내를 크게 덜어준다. 두 자릿수대를 넘어서 전기차에 버금가는 효율성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BMW CLAR 플랫폼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플랫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실제 530e에 올라 달려본다면 그런 말은 쏙 들어간다. 평상시에는 전기차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운전자가 달리기를 원할 때면 여지없이 BMW답게 달려준다. BMW 530e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중간 지점에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자동차다. 사실상 BMW CLAR 플랫폼의 활용도가 가장 두드러지는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줄 평

장 점: 때론 전기차답게 때론 BMW답게..효율 끝판왕

단 점: 8000만원대 시작 가격은 경쟁자가 여럿 보인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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