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가능 전기차 배터리, 한국에서 안쓰는 진짜 이유

날씨가 쌀쌀할 때마다 유독 공포에 떠는 사람들이 바로 전기차 운전자들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평소 때보다 충전당 주행거리가 차종에 따라 많게는 100㎞ 이상 줄어드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영국에서 이렇게 생긴 휴대용 전기차 배터리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작년에 들려오기도 했다. 유튜브 댓글로 “전기차를 휴대용 배터리로 충전할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휴대용 전기차 배터리는 현재 기술로는 제대로 구현하기가 어렵다. 전기차를 온전하게 충전할 정도의 전력량을 담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비슷한 발상으로 건전지처럼 전기차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지도 알아봤는데, 현재로선 널리 쓰이긴 어려워 보였다.

영국에서 개발된 휴대용 전기차 배터리는 재작년 9월 설립된 스타트업이 만든 ‘짚 차지 고(Zipcharge Go)’라는 제품이다. 원래는 올해 상반기부터 상용화가 될 거라는 소식에 88개국에서 1만명 이상이 사전예약했다고 했다. 약속한 시기가 한참 지났지만 이 제품 관련 소식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해 10월을 마지막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공식 SNS 계정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국내 자동차 업체에 물어봤더니 발상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현대 기아차 관계자
“전기차처럼 고전압 배터리 같은 경우에는 이걸 별도로 조그마한 휴대용으로 배터리를 갖고 다녀서는 얼마 가지를 못하거든요. 거의 못 가거든요.”

배터리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휴대가 가능한 배터리의 무게나 부피로는 전기차에 쓸만한 수준의 전력을 담기가 어렵다는 것.

한국전기연구원 도칠훈 박사
“말도 안되는 얘기예요 그건 전지에 들어가는 무게가 지금 100㎏ 가까이도 넘을텐데 차량이 차에 들어가는 전지 무게가. 그 슈트케이스 (정도) 조그마한 거에 담아갈 수 있는 거는 불가능해요. 거의 현재 기술로는”

숫자로 따져보면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전기연구원 도칠훈 박사
“1㎾h로 갈 수 있는 거리가 6㎞에요. 전지가 무게 1㎏당 150Wh(0.15㎾h)가 보통 들어가요. 1㎏을, 그러니까 물통 페트병보다 절반 정도 되는 (1㎏짜리 전지) 한 개를 들고 다니면 0.7㎞, 0.8㎞ 간다는 거 아니에요.”

이 전문가는 아이언맨에서나 보던 핵전지가 훨씬 안전하게 상용화되지 않는 이상 현재는 이런 전기차 휴대용 배터리가 상용화 되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사실 당시 보도를 자세히 보면 이런 기술적 한계가 드러나 있다. 당시 휴대용 배터리를 개발했다는 기업에서는 이 제품이 22.5㎏ 무게에 최고사양 기준 1시간을 충전해 최대 65㎞를 달릴 수 있다고 광고했다. 현재 국산 전기차의 1회 충전당 상온 주행거리가 300~450㎞ 수준이니까, 14~22%만 충전한다는 건데 이걸 1시간 걸려 도로 한가운데서 충전하기보다는 차라리 전기차 충전업체를 부르는 게 효율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무거운 배터리를 차에 실었다 내렸다하며 별도 충전까지 해야 하니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것.

그럼 다른 방법은 없을까. 유력히 거론됐던 게 건전지처럼 전기차 배터리를 완충된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인데, 중국에서 일부 상용화 중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이걸 안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반응이었다.

현대 기아차 관계자
“워낙 차에 들어가는 건 고전압 배터리기 때문에 교체 방식으로 하면 접점 부분에 단락이 생기거나 이게 스파크가 튈 경우에 화재 위험성 같은 게 있어요.”

과거 2013년 르노코리아(구 르노삼성자동차)가 제주도에서 ‘퀵드롭’이라는 이름으로 전기택시 대상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시도했던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일단 적용 기종이 하나밖에 없었고, 당시 전기차 보급 자체도 부족했던 터라 사업성이 부족해 접었다고 한다.

르노코리아 관계자
“전기차 자체도 좀 흔치 않은 것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그것도 결국에는 누군가 이제 운영을 하셔야 되는데 사업성이 아마 유지를 하기에는 좀 부족했던 시점이지 않았나”

이제와 다시 추진을 하기에는 배터리 배치 자체가 많이 달라지기도 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
“당시에 저희가 했던 거는 배터리를 탈부착이 하부에서 가능했던 그런 형태였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저희가 보완을 했던 거였는데 지금은 사실 배터리가 바닥에 깔리지 않습니까. (이젠) 저희가 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중국은 거의 유일하게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가 생산 중인데, 이런 식으로 차량 밑면 배터리를 자동교체 해준다. 다만 교체소의 설치 비용 자체가 충전소보다 훨씬 비싸서인지 교체소 수가 적다는 불만이 많다. 최근엔 지난 3월 출시됐던 신형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 ‘카오카오60(曹操60)’의 배터리가 주행 중 도로에 떨어지는 황당한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배터리 용량 자체가 더 늘도록 기다리거나, 추위에도 배터리가 견디도록 ‘윈터패키지’ 등 옵션을 추가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딱히 보이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