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주인 바뀌었는데…'나쁜 기업' 주홍글씨는 여전

김아름 2024. 9. 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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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상반기 매출·이익 부진
홍원식 회장 물러났지만 효과 못 봐
사회공헌 강화로 기업 이미지 쇄신
그래픽=비즈워치

남양유업이 논란의 홍원식 회장 시대를 마감하고 한앤컴퍼니(한앤코)의 품에 안겼지만 여전히 실적 회복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적 분쟁이 마무리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은 데다, 불매운동 당시 다른 브랜드를 선택한 사람들이 다시 남양유업 제품으로 돌아올 만한 유인책도 없었다는 분석이다. 

잃어버린 10년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4787억원, 영업손실 2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0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 4년 만에 회복했던 반기 매출 5000억원대가 1년 만에 다시 무너졌다. 

기간을 늘려 잡아보면 남양유업의 부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대리점 갑질사태 파문이 벌어지기 직전인 2012년 남양유업은 상반기에만 65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년 매출 성장을 이어가던 남양유업이 고점에 오른 해다. 

이듬해부터 남양유업은 고난을 겪었다. 2017년엔 반기 매출이 5000억대로 돌아왔고 2020년엔 5000억대마저 깨졌다. 2019년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가 마약 관련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남양유업으로 화살이 돌아갔다. 당시 남양유업은 황 씨와 남양유업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남양유업 상반기 실적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이후 남양유업의 매출은 5년째 횡보 중이다. 반기 기준 4000억원 후반에 머무르고 있다. 불매운동 이전, 남양유업이 반기 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건 2010년이 마지막이다. 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2010년 '맛있는우유GT 900㎖'의 평균 가격은 2122원이었다. 이달 평균 가격은 이보다 43.8% 오른 3052원이다. 가격은 40% 넘게 올랐는데 매출이 비슷하다면 판매량 기준으로는 크게 역신장한 셈이다. 

"가게 주인 바뀌었어요"

눈에 띄는 건 올해 1월 긴 법적 분쟁 끝에 남양유업의 경영권이 완전히 한앤코로 넘어갔음에도 실적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남양유업의 실적 부진이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잇단 실책에 따른 것이라면 홍 회장이 물러난 후 매출이 개선돼야겠지만 실제로는 역신장했다.

업계에서는 우선 복잡한 경영권 이슈에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고 본다. 2021년 홍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겠다고 말한 뒤 바로 매각이 이뤄졌다면 달랐을 수 있지만, 이후 3년여에 걸쳐 매각 발표와 취소, 재매각 발표, 소송 제기가 이어지며 남양유업 이슈에 흥미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일지/그래픽=비즈워치

대체재가 풍부하다는 점도 맞물렸다. 많은 소비자들이 경쟁사인 매일유업이나 서울우유 등으로 갈아탄 상황에서 홍 회장이 물러난다고 남양유업 제품을 다시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심지어 3년이나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소비자들로서는 그냥 '남양유업'을 구매하지 않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재가 없는 상품이라면 모를까 식품류는 한 번 떠나 다른 상품을 선택한 소비자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며 "떠나간 소비자가 돌아오는 게 아닌, 새로운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남양이 달라졌어요

남양유업을 품에 안은 한앤코 역시 올해 들어 이미지 쇄신을 위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꾸준한 신제품 출시는 물론, 남양유업이라는 회사와 브랜드에 씌워진 '나쁜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회공헌 등 도덕적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해 윤리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지난 8월엔 '준법·윤리 경영 강화 쇄신안'을 발표하고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도 출범했다. 위원회는 남양유업의 준법·윤리 경영 정책 및 규정을 심의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자문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이다. 초대 위원장은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변호사가 맡았다. 헌법재판관 출신인 이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선고 주문을 읽어 화제가 됐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명근 기자 qwe123@

이달 중순엔 책임경영 의지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231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계획도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 한앤코가 매출 회복 뒤 빠른 엑시트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대해 '책임경영 강화'라는 대답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남양유업은 홍 회장을 횡령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홍 회장이 더이상 남양유업과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명확히하기 위한 행보다.

업계에서는 이전의 남양유업과 지금의 남양유업이 완전히 다른 회사라는 점을 소비자들이 납득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긴 불매운동으로 영업망이 붕괴됐지만 신제품 개발력이나 생산력, 맛있는우유GT·17차·초코에몽 등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의 '나쁜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대형 신제품 등은 그 뒤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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