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유치전]④ 우리은행 펀드·ETF 상품 라인업 확대..."신규 유치 총력"

/그래픽=박진화 기자

우리은행이 펀드·상장지수펀드(ETF)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이와 함께 해당 영업부 인력을 늘리고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0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올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7조6017억원으로 신한은행(46조3974억원), 국민은행(42조7627억원), 하나은행(41조2443억원) 등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서도 타 은행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 상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은행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펀드와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을 대거 확보해 고객이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힌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리은행의 1분기 말 기준 실적배당형 상품은 총 543개로 펀드 377개, ETF 166개다. 실적배당형 상품 총개수가 은행권 가운데 가장 많을 뿐 아니라 2023년 말 펀드상품은 310개에서 377개로, ETF는 102개에서 166개로 늘어나는 등 상품 증가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원리금비보장형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이 낮은 점을 보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1년 수익률은 5.05%로 신한은행(6.24%), 하나은행(5.43%), 농협은행(5.16%), 국민은행(4.99%)보다 낮은 상태다.

또 확정기여형(DC) 1년 수익률은 2.84%로 국민은행(3.57%), 하나은행(3.55%), 신한은행(3.50%)과 견줘 뒤처진다. 개인형퇴직연금(IRP) 1년 수익률도 3.24%로 나타나 국민은행(4.01%), 하나은행(3.75%), 신한은행(3.71%)과 비교해 떨어진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적립금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데 우리은행이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반인 상품을 충분히 마련한 만큼 적립금 규모도 본격적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비대면 고객 전담센터였던 연금고객관리센터를 '디지털연금영업부'로 영업조직을 전환했고 연금전문인력 연금전문가(PA)를 작년 168명에서 올해 555명으로 전 영업점에 확대 배치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낮은 수수료 체계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분석한 결과, 우리은행의 DB·DC형 수수료율(적립금 1억, 10년 기준)은 0.561%로 국민·신한·하나은행(0.578%) 대비 1.7bp(bp=0.01%p) 낮았다. IRP형에서는 비대면 수수료를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면제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퇴직연금 수수료는 매년 적립금의 일정 비율로 계산돼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낮은 수수료율도 충분한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리은행이 계열사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우리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속도가 타행보다 낮은 이유로는 비은행 계열사가 약해 고객층이 두텁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우리투자증권이 3월 투자매매업을 인가받고 경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돼 우리은행은 자산관리(WM) 등에서 협업 기회를 늘리면서 수익률도 높이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또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 뒤 퇴직연금 관련 서비스를 강화할 공산도 크다.

금융지주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계열사 간 협력으로 퇴직연금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등 서비스 강화를 꾀할 부문이 크다. 실제 KB금융은 국민은행, 손해보험, 라이프생명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퇴직연금 협의체를 구성하고 다양한 관련 상품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급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 규모에 맞춰 전문화된 상담과 고객 관리를 위해 연금 전문가 확대가 필요하다"며 "올해부터 연금전문가 배치로 상품운용·은퇴설계 등 다양한 부분의 전문적 상담을 제공해 수익률을 제고하고 고객이탈방어 및 신규 고객 유치에 총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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