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기 전 거울로 자기 몸 크기 확인하는 물고기

이병구 기자 2024. 9. 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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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급(Heavyweight), 페더급(Featherweight)처럼 격투기 종목에서 몸무게에 따라 체급을 나누는 이유는 몸 크기와 무게 차이가 경기에 주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물고기도 거울로 자신의 몸 크기를 확인하고 상대 물고기와 싸울 '견적'을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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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에서 헤엄치는 푸른줄무늬청소놀래기(학명 Labroides dimidiatus) 왼편으로 거울이 설치돼 있다. Osaka Metropolitan University 제공

헤비급(Heavyweight), 페더급(Featherweight)처럼 격투기 종목에서 몸무게에 따라 체급을 나누는 이유는 몸 크기와 무게 차이가 경기에 주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물고기도 거울로 자신의 몸 크기를 확인하고 상대 물고기와 싸울 '견적'을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가와 슌페이 일본 오사카 메트로폴리탄대 생물학과 교수팀이 푸른줄무늬청소놀래기(학명 Labroides dimidiatus)라는 물고기가 거울로 자기 몸 크기를 다른 물고기와 비교하고 싸움 결과를 예측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결과는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됐다.

지난해 발표된 선행 연구에 따르면 청소놀래기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자기 자신을 식별하는 '거울 자기 인식(MSR)'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청소놀래기가 자신의 몸을 이미지로 정확히 파악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먼저 거울을 보지 않은 청소놀래기에게 자신보다 몸이 10% 크거나 작은 동종 물고기 사진을 각각 제시하자 두 상황 모두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반면 거울을 보고 MSR 테스트를 통과한 청소놀래기는 자기보다 큰 물고기 사진에는 공격을 자제하고 작은 물고기 사진에는 계속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거울을 한번 본 물고기는 자기보다 큰 물고기 사진을 제시했을 때 거울을 자주 다시 보기도 했다. 연구팀은 "물고기가 거울을 통해 형성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기 몸 크기를 정확하게 인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아닌 동물이 정신적인 신체 이미지, 기준, 의도, 목표 같은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연구결과가 인간과 비인간 동물에서 '자기 인식'의 유사성을 밝히고 자기 인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설명하는 데 주요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98-024-70138-7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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