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밤과 바다는 유독 드라마에 잘 어울립니다. 인물의 감정이 가장 진하게 흐르는 순간마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이 부산이었던 이유도 그 때문일 겁니다.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사랑과 이별의 서사를 따라가며, 도시의 풍경을 감정선처럼 활용한 작품이었습니다. 그 장면들이 촬영된 장소를 따라가다 보면, 드라마를 다시 보는 대신 도시를 걷는 여행이 완성됩니다.
이번 여행은 드라마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습니다. 대신 감정이 가장 먼저 기억되는 장소들을 중심으로 부산, 그리고 수도권의 주요 촬영지를 묶었습니다. 화면 속 장면을 떠올리며 천천히 따라가 보기 좋은 코스입니다.
바다 위에 펼쳐진 첫 장면, 광안대교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장소는 광안대교였습니다. 밤바다 위로 길게 뻗은 다리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장면이 됩니다. 광안리 해변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의 야경은 늘 비슷해 보이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인물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이곳은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와 광고 촬영이 끊이지 않는 장소입니다. 오륙도와 황령산, 동백섬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시야 덕분에 부산의 스케일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가장 강렬한 기억의 공간, 시그니엘 부산

1화 초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장면의 배경은 시그니엘 부산입니다. 해운대 바다를 정면으로 품은 이 호텔은 극 중에서도 현실에서도 부산의 랜드마크로 불립니다. 특히 로열 스위트 오션뷰 객실은 공간 자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활용됐습니다.
실제 공간 역시 드라마 속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탁 트인 바다 전망과 정제된 인테리어는 부산의 화려한 면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드라마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부산의 분위기를 가장 농축해서 경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하늘 위에서 마주한 식사 장면, 부산 엑스더스카이

해운대 엘시티에 위치한 부산 엑스더스카이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공간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두 주인공이 마주 앉아 식사를 하던 장소로 등장하며, 고도와 함께 감정의 긴장감도 높아집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해운대와 바다는 현실감보다 비현실에 가깝습니다. 이곳에서는 부산이 ‘여행지’라기보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배경처럼 느껴집니다.
항구의 공기, 북빈물량장

영도의 북빈물량장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장소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이 거친 항구 풍경이 인물들의 관계를 드러내는 배경이 됩니다. 바다와 방파제, 그리고 일상의 노동이 공존하는 이곳은 부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관광지로 정리된 공간은 아니지만,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드라마의 장면이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부산을 조금 더 깊게 보고 싶다면, 이곳은 꼭 한 번쯤 들러볼 만합니다.
밤의 감정이 모이는 곳, 더베이101

드라마 속에서 송혜교가 장기용을 찾아 헤매던 장면의 배경은 더베이101이었습니다. 마린시티의 고층 빌딩 불빛과 바다, 요트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부산의 밤을 가장 영화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이곳은 촬영지이면서 동시에 여행지입니다. 야경을 바라보며 머무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드라마를 몰라도, 부산의 밤을 기억하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부산을 넘어 이어지는 이야기

드라마는 부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서울 성수동의 옹근달, 인천의 아트센터인천, 가평의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까지, 촬영지는 도시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합니다. 이 장소들은 부산의 감정을 다른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촬영지를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됩니다. 이 드라마가 공간을 얼마나 섬세하게 사용했는지, 그리고 부산이라는 도시가 왜 자주 선택되는지 말입니다. 이 여행은 촬영지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장면에 담긴 감정을 직접 걷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장면이 남아 있는 도시는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부산은 그렇게, 다시 여행의 이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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