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삿대질 대신 “하니님”… 의원들, 인증샷 찍기 바빴다

김형원 기자 2024. 10. 1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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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 국감에 뉴진스 하니 출석
하니는 증언대서 눈물 - 하니가 이날 환노위 국감에서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증언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20·본명 하니 팜)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 멤버가 국감(國監)에 출석한 첫 사례다. 하니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환노위원장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질의하겠다”며 국감 참고인 명단에 포함했다. 국감 증언대에 선 하니는 “(누군가를) 인간으로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면서 울먹였다.

하니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국회 본관 민원실 출입구에 도착했다. 흰 셔츠, 크림색 조끼, 청바지 차림이었다. 이날 하니가 착용한 붉은색 명품백, 신발, 반지도 대중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취재진이 ‘팬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하니는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팬분들이 다 아시니까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최민희는 인증샷 - 최민희(사진 맨 왼쪽)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서자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독자 제공

국회사무처는 하니의 국감 출석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 경호’에 나섰다. 국감장에도 일부 사진기자를 제외한 취재진 출입을 통제했다. 실제로 하니가 국회 본관에 들어서자 뉴진스 팬과 취재진, 국회 직원들이 일순간에 몰리면서 혼잡이 빚어졌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 본관 출입문 근처에 있다가 하니가 들어서자 휴대전화로 ‘인증 샷’을 찍기도 했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하니 말고 미니(최민희) 위원장님, 사진 찍지 마시고 가서 과방위 상임위 준비하시라. 한숨 나오네 진짜”라고 썼다.

이날 오후 2시 30분 환노위 국감이 시작되자 초점은 하니에게 모였다. 여야 의원들은 베트남계 호주 국적자인 하니를 ‘하니님’ ‘하니씨’ ‘하니 팜 참고인’이라고 불렀다. 다른 증인·참고인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삿대질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하니의 국감 출석을 두고 “역사의 한순간”이라고 했고, 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자기 노트북에 ‘버니즈(뉴진스 팬덤명)’ 스티커를 붙여놨다.

박홍배는 팬덤 스티커 - 환노위 소속 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자기 노트북에 뉴진스 팬의 상징인 ‘버니즈’ 스티커를 붙였다. /TV조선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에게 “하니 팜 참고인은 외국인이라 말이 서툴고 늦더라도 양해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국감에서 경북 안동 예천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가면서 “어느 회사가 내 저건지(소속인지) 명확하게 인지했느냐”고 질의하자, 하니는 “죄송한데 저 이해를 못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하니는 이날 국감에서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 사옥 복도에서 마주친 다른 계열사 아이돌 그룹 매니저가 자기 멤버들에게 ‘(하니를) 무시해’라고 하는 말을 들었고, 이에 문제 제기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하니는 “데뷔 초반부터 어떤 높은 분을 많이 마주쳤다.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으셨다”며 “제 인사를 안 받으시는 건 직업을 떠나 그냥 인간으로서 예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니는 ‘어떤 높은 분’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연예계에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란 말이 퍼져 있다. 이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제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예술인을 근로자로 보기는 어려워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하니에게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얘기도 나왔다. 뉴진스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김유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국감 답변에서 “현행 근로기준법상으로는 (하니에게) 적용하기가 힘든 현실이 있다”고 했다.

하니와 관련한 질의응답은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하니는 국감 막바지에 “제가 다시 나와야 한다면 한국어 공부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하니가 국감장을 떠난 뒤에야 환노위 회의장에는 취재기자들의 출입이 허용됐다.

이날 국감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환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목소리와, “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감에서 아이돌 인사를 회사 대표가 받았냐 안 받았냐 같은 문제를 다루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동시에 나왔다.

한편,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는 최민희 위원장이 환노위 참고인으로 출석한 하니를 별도로 만나고 왔다는 ‘특혜 논란’으로 한때 파행했다. 최 위원장은 “(하니와) 면담을 진행하지 못하고 인사만 나눈 뒤 과방위로 복귀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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