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로소 미술가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컬럼비아대 학생들을 감동시킨 ‘소리의 화가’ 이성근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이성근 화백은 서울에서 태어나 이당 김은호의 문하에서 동양화의 기초를 다졌고, 이후 운보 김기창과 함께 후소회에서 활동하며 한국 근대미술의 흐름 속에 자리 잡았다. 전통을 기반으로 삼되 전통에 묶이지 않고, 현대적 감각을 더해 자신만의 추상적 언어를 만든 것이 그의 예술적 출발점이었다. 강렬한 붓질, 화면을 가르는 속도감, 동양적 색의 번짐은 서구 추상의 에너지와 만나 독자적 세계를 형성했다.
세계적 미술평론가이자 뉴욕 컬럼비아대 미술대학장을 지낸 그레엄 설리번 교수는 학장 시절, “이성근의 미술세계는 전통적 경계를 넘어서 눈에 보이는 것을 서정적 방식을 통해 새롭게 펼쳐 나간다”며 “그의 그림은 알기 어려운 어떤 형태의 에너지를 지닌다. 불에 기름을 끼얹어 활활 타오르는 생명의 원천으로 인해 내 자신이 넋이 나간 느낌이다. 2005년 서울 삼성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이중섭 그립을 접했을 때 그의 작품에서 비슷한 감정이 떠올랐다”고 평했다. 이는 그의 작품이 지닌 격과 정서를 정확히 짚어낸 진단이다.
이 화백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소재는 ‘말’이다. 질주하는 말의 근육과 동작은 소리, 리듬, 움직임을 모두 품고 있다. 제23대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과 가천대 부총장을 지낸 소진광 교수는 평론에서 그를 ‘세계적으로 말을 가장 잘 그리는 화가’라 소개하며 말의 순간 동작, 호흡, 그리고 그 동작과 이어지는 ‘소리’를 동시에 포착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작가가 말의 세 가지 덕목(빠르게 달리는 속도, 멀리 바라보는 시야, 자신을 낮추고 동반자를 영웅으로 세우는 겸손)에 깊이 매료돼온 점도 그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았다.

그 중요한 전환점 가운데 하나가 뉴욕 컬럼비아대에서의 강의 경험이다. 그는 당시 대학생이 아니라, 예일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미술 석사를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으려는 고급 과정의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했다.
이 화백은 “처음에는 ‘작업 기술’을 소개하는 강의를 준비했으나,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보는 순간 기술을 설명하는 건 이 자리에서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즉석에서 강의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주제는 ‘동양 미학’이었다. “화가가 되고 싶었다가, 예술가가 되고 싶었고, 결국 미술가가 되고 싶었다”는 자신의 예술적 여정을 풀어내며, 예술은 “손의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표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즉흥적 강의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훗날 설리번 교수가 남긴 평론으로 이어지며 그의 작품 세계를 국제적으로 다시 확인받는 계기가 됐다.





그의 작품은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확인된다. 청와대, 국회의사당, 포스코 미술관, 유엔본부, 미국 펜타곤, 영국 왕실, 필리핀 대통령궁, 파리 에르메스까지 그의 그림이 걸린 공간은 국가와 기관의 얼굴과도 같은 상징적 장소들이다.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50여 회가 넘는 개인전과 초대전이 열렸고,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그의 그림을 보고 진심이 담긴 장문의 편지를 보내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식물원과 국기원에 설치된 기증 작품 역시 그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세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성근 화백의 작품 앞에 서면 관객은 눈앞의 화면 너머 바깥에서 전해져 오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감각을 경험을 하게 된다. 달리는 말의 꿈틀대는 근육, 숨소리, 색과 먹이 스며든 자리에서 피어오르는 잔향, 그리고 여백 속에 고요히 내려앉은 예감까지 서로 얽히며 긴 울림을 만들어낸다. 그의 그림은 시간 속에서 천천히 의미가 자라나는 살아 있는 예술이다.
그의 작품을 마주한 사람들은 한 인간이 평생 탐구해온 존재의 깊이를 만난 듯한 여운을 선물받게 된다. 겸손과 절제, 자유와 의식이 켜켜이 담긴 그의 예술세계는 삶의 순간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시간이 흘러도 그의 작업이 계속 회자되는 이유는 그의 그림이 한 시대의 트렌드가 아니라, 결국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 자체로 남기 때문일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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