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질환 유전체 분석기업 쓰리빌리언이 미국 보험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연내 미국법인과 임상검사실(CLIA랩)을 설립하고 보험수가 기반의 검사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술력과 인증은 이미 확보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가운데 미국 진출이 적자탈출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영업손실 지속됐지만…"중기 내 BEP 도달"
14일 업계에 따르면 쓰리빌리언은 올 하반기 미국 현지법인을 세우고 캘리포니아주를 기반으로 CLIA 인증 랩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곳은 검사실자체개발검사(LDT) 형태로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를 수행하고, 현지 보험사가 지정한 절차에 따라 수가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미국 진출이 쓰리빌리언의 적자탈출을 위한 분기점이 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사는 매출이 2021년 5억원에서 2024년 58억원으로 11배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누적 영업손실이 964억원에 달할 만큼 순손실 구조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쓰리빌리언 측은 이 같은 적자기조가 인공지능(AI) 기반 해석모델 고도화, 자동화 진단 시스템 인프라 구축, 글로벌 인증 확보 등 선제투자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금흐름을 뒷받침할 고정 매출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술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보험수가 기반의 미국 진출 소식에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 측은 연매출 190억원 전후에서 손익분기점(BEP) 도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매출 성장 속도와 고정비 구조를 감안할 때 중기 내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2024년도 매출은 전년 대비 112% 성장하는 등 외형 성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美, 글로벌 파이 절반 수준에 높은 단가까지
쓰리빌리언은 미국이 글로벌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희귀질환 유전자검사(WES·WGS)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48%를 차지하며, 최대 연간 7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은 연간 1400조원의 희귀질환 비용이 소모되는 국가로도 알려져 있다.
단순히 규모만 큰 것도 아니다. 보험 체계도 정비돼 있어 검사단가가 글로벌 평균보다 높다. 특히 WES·WGS 항목의 경우 보험수가를 적용하면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기준보다 3~4배 이상 높은 500만원 정도의 단가가 형성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자체 수익 창출력이 제한되는 기업간거래(B2B) 방식의 해외 병원 판매구조보다 확연히 유리한 조건이다.
진출 기반도 이미 확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쓰리빌리언은 미국 진출을 위해 최근 △미국병리학회(CAP) △미국 임상검사실(CLIA) △캘리포니아주보건국(CDPH) 등 유전자검사 분야의 핵심 인증 3종을 모두 획득했다. 미국 내에서 유전자검사를 수행하려면 연방 및 주 정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이번 인증으로 LDT 형태의 진단이 가능해졌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연내 미국 현지법인 설립과 CLIA 인증 랩 개소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업구조도 B2B에서 보험수가 청구 기반의 직영구조로 전환할 방침이다. 검사, 해석, 수가 청구를 단일체계에서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구조다. 미국 외 지역에서 운영하는 영어권 B2C 플랫폼 역시 미국 현지의 검체 수집과 연계되며, 병원의 의뢰 없이 반복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보험사 계약 성사 여부'+'인프라 구축'
업계에서는 보험사와의 계약 성사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LIA 인증 랩을 세운다 해도 개별 보험사와의 수가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검사단가 상승이나 반복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에는 일부 보험 항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실제 수익 창출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보험청구 시스템 정착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과제로 꼽힌다. 미국 내 유전자검사 보험수가는 보험사마다 조건과 심사기준이 달라 의료기관과의 청구 경험 축적이 초기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회사 측은 현지 병원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점진적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의사 개인 대상의 영업 경험을 현지화하는 방식으로 미국 의료시장의 복잡한 구조에 단계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파이프라인 확장도 병행하고 있다. 단순한 유전자 진단기업을 넘어 희귀질환 진단부터 치료까지 연결하는 AI 기반 정밀의료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AI 기반 희귀질환 진단으로 축적된 8만건 이상의 환자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석 모델의 정밀도 및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유전체,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을 구축했다. '바이오 USA 2025' 행사에서도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발굴한 초기 전임상 단계 신약후보물질 2종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첫 기술이전(BD) 논의를 본격화한 바 있다.
업종을 변경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쓰리빌리언은 올해 5월 업종을 '의료용기기 제조업'에서 '자연과학 및 공학 연구개발업'으로 변경했다. AI 기반 유전체 해석, 희귀질환 진단, 신약개발 플랫폼을 통합하는 정밀의료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미국 보험시장 진출과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 등을 통한 실적 모멘텀 확보의 준비작업이기도 하다.
FI 이탈에 엇갈린 시선…"부정 신호" vs "단순 처분"
일각에서는 주요 재무적투자자(FI)의 이탈에 주목하기도 했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6월16일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하며 대량보유주주 지위를 상실했다. 유안타는 기존 5.05%(159만주)에서 4.28%(136만주)로 보유 비중을 줄였다. 총처분금액은 이날 종가 7980원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1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단순한 차익실현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업종 변경이나 미국 진출 등 대내외적 변화가 추진되는 시점에서 주요 투자자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은 향후 주가반등 가능성에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에서 쓰리빌리언의 실적반등을 위한 모멘텀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쓰리빌리언은 최근의 주가상승에 따른 처분일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쓰리빌리언 관계자는 "유안타인는 들어온 지 꽤 오래된 펀드"라며 "그쪽에서 생각했을 때 지지난주까지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처분하는 게 이득이라 그렇게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유인타 측에서 처분해 특수관계에 놓인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쓰리빌리언이 올 하반기 진출을 준비 중인 미국은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에 보험 적용이 가능한 구조"라면서 "미국 보험시장 진입을 위한 법인 및 랩 설립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며, 이후 보험청구 자격이 확보되면 현지 기업과 유사한 수준의 단가 체계로 영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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