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내가 너무 거칠었다”
한창 잘 나가던 스타의 오만한 전성기

1970년대, 허진은 말 그대로 ‘잘 나가던’ 여배우였다. 데뷔부터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당대 스타들과 나란히 호흡을 맞추며 드라마와 영화계를 종횡무진 누볐다.
하지만 너무 이른 성공은 오히려 그녀에게 독이 되었다.


"신성일보다 출연료를 더 달라고 했다"는 허진의 고백처럼, 자신감은 어느새 ‘오만’으로 변했고, 힘든 장면은 “안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제멋대로 행동하기 일쑤였다.
섭외하러 온 방송국 국장과 싸우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그 끝은 ‘퇴출’이었다. 방송계에서 35년의 공백기가 시작되었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다
700원 남기고 멈춘 인생
퇴출 이후의 삶은 처절했다. 무명의 설움조차 겪어보지 않았던 허진은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시간 속에서 처음으로 ‘현실’을 배웠다. 간간이 들어오는 역할도 있었지만, 전성기의 ‘허진’에게는 너무나 작고 짧은 무대였다.

한때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는 월셋집에서 단돈 700원으로 일주일을 버텨야 했다.
“그때 음료수 하나가 1,000원이었어요. 그런데 난 700원밖에 없었죠.”
그녀의 말은 담담했지만, 그 속엔 지나온 시간의 고단함이 묻어 있었다.
돌아올 수 없을 줄 알았다

35년 만의 복귀, 그건 정말 기적이었다
허진이 다시 방송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연줄' 때문이 아니었다.
오랜 친구 강부자와 작가 김수현, 그리고 연기에 대한 ‘갈증’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강부자는 오랜 세월의 단절 속에서도 허진의 안부를 잊지 않았고, 김수현 작가에게 그녀를 조심스레 추천했다.

그렇게 출연하게 된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감초 역할로 등장한 허진은 묵은 연기 내공을 제대로 보여줬고, 시청자들은 그를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라 착각할 만큼 열광했다.
“지금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기적 같아요.” 허진은 지금도 이 말을 자주 되뇐다.
과거 잘못된 판단이 만들어낸 길고 외로운 시간, 그 시간을 지나 다시 무대 위에 선 지금은, 주연도 아니고, 스포트라이트도 없지만 그저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한때 까다로운 성격으로 업계를 떠났던 허진.
하지만 이제는 “고개 숙일 줄 아는 벼”처럼, 스스로의 실수를 되돌아보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그녀는 말했다. “지금의 제가 배우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건 누군가가 한 번 더 기회를 줬기 때문이에요. 그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이제는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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