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운용사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16종을 쏟아낸 가운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장 첫날에만 수 조원 규모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결국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시장 쏠림이 뚜렷한 모습이다. 동일한 기초자산과 레버리지 구조를 갖춘 상품임에도 운용사 브랜드에 따라 거래대금이 수백 배씩 벌어지는 모습이다.
29일 한국거래소 데이터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상장 첫날이었던 이달 27일 삼성운용의 코덱스(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은 4조3923억원에 달했다. 이날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신한·한화·키움·하나자산운용 등 8개 운용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을 동시에 출시했는데, KODEX 상품이 비슷한 상품 중 가장 많은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이 상품들은 기초자산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한다. 가격 변동성이 높아 장기 보유보다는 하루 단위 단기 매매 수요가 주를 이루는 점이 특징이다.

미래에셋운용의 타이거(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거래대금 2조70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의 거래대금은 각각 1조9495억원, 1조169억원이었다.
이미 ETF 시장을 선점한 대형 운용사가 거래대금을 쓸어모은 반면 중소형 운용사는 100억원 대에 그치는 거래대금을 보였다. 키움자산운용의 키움(KIWOOM)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의 같은날 거래대금은 121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상품과 비교해 364배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선물이 아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품 중엔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의 거래대금이 297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한화자산운용의 플러스(PLUS)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지가 31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화운용은 유일하게 삼성전자의 일일 수익률을 두 배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을 출시했다.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의 거래대금은 1059억원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쏠림 현상을 수익률 차이보다는 유동성과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투자자 선택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특성상 단기 매매 비중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이 호가 공백이 적고 빠른 체결이 가능한 대형 운용사 상품을 선호했다는 분석이다. 거래대금이 많을수록 유동성을 더 키우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매수·매도 호가 간격이 촘촘해지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 또한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운용은 국내 시장에서 ETF를 처음 출시하며 초기 시장을 선점한 바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해외 투자에 강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ETF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규 상장 ETF의 경우 초반에 형성된 유동성이 이후 거래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매수·매도가 몰린 상품은 자연스럽게 호가가 촘촘해지고, 거래가 더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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