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훼손' 비판받은 연합 사장 내정자… 첫 인사·조직개편 주목
전 노조위원장 고소 등 노조탄압 우려… 일각 "경영계획서 등 지켜봐야"
연합뉴스 신임 사장에 황대일 연합뉴스 경기북부취재본부 선임기자가 내정됐다. 연합뉴스 최대주주이자 경영 감독 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는 9월26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전날 연합뉴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추천한 후보자 3명 중 황대일 선임기자를 사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황 내정자는 10일 주주총회 정식 선임을 거쳐 3년 임기의 사장에 취임한다.
황 최종 후보자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연합뉴스에 입사해 법조팀장, 경제부장, 콘텐츠총괄본부장 등을 지냈다. 박근혜 정권 시기였던 2015~2016년 박노황 사장 체제에서 전국·사회에디터를 맡아 메르스 사태, 국정교과서 논란 등 주요 보도를 지휘했는데, 그 과정에서 공정보도를 훼손한 책임 등이 제기돼 2018년 경영진 교체 후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잇따라 부당징계란 판결이 나오자 연합뉴스는 2021년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취소했다.
징계는 취소됐지만, 책임론은 남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황 내정자가 최종 후보 3인에 들자 “박노황 경영진 시절, 최악의 공정보도 훼손의 주역”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언론노조도 9월27일 낸 성명에서 황 내정자의 징계 전력을 거론하며 “당시 황대일을 포함한 연합뉴스 수뇌부는 국정교과서 논란이나 탄핵 촉구 촛불집회 보도와 관련하여 억지스러운 기계적 중립을 강요한 바 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는 황 내정자의 정파성도 지적하며 그의 사장 선임을 두고 “한국 언론 생태계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연합뉴스마저 극우 담론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속셈”이라고 했다. 황 내정자는 우파 성향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올 초 창간한 자칭 ‘미디어 감시 전문매체’ 미디어X에서 기명 칼럼을 써왔다. 지금은 삭제된 해당 칼럼과 <붉은 항일> 등의 저서에서 편향된 역사관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노사 관계에 대한 불안한 전망도 나온다. 황 내정자는 얼마 전 전직 노조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2017년 당시 노조가 ‘공정보도 쟁취’와 박노황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허락 없이 회의장에 들어왔던 것을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이제야 문제 삼은 것이다. 연합뉴스지부는 “노조 탄압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황 내정자가 ‘노조’에 무조건 적대적인 건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을 앞두고 연합뉴스에선 두 번째 노조인 ‘연합뉴스 공정보도 노동조합(공정노조)’이 출범했는데, 황 내정자가 그 배후이자 실세라는 설이 안팎에 파다했다. 하지만 실제로 황 내정자가 공정노조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정노조는 ‘민노총 언론노조’와 조성부-성기홍 사장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수십 건의 성명을 발표해왔다. 공정노조는 황 내정자 선임을 비판하는 언론노조 성명에 대해서도 9월28일 반박 성명을 내고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합뉴스지부에 대해 “황 내정자에게 사적 악감정을 갖고 있는 일부 불순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이처럼 황 내정자의 전력 등에 비춰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지만, 그가 사장 후보에 지원하며 낸 경영계획서를 토대로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경영계획서에서 ‘지난 정부 시절 편향 보도를 대국민 사과하겠다’거나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인 편집총국장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입길에 오른 타 후보들과 달리 황 내정자는 크게 논란이 될 만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연합뉴스 르네상스를 위해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우리가 취재 현장에 가장 먼저(First) 도착해서 가장 빨리(Fast) 기사화하되 사실(Fact) 중심의 공정한(Fair) 보도를 하는” ‘A1+F4’ 전략을 추진하겠다면서 “수십 년 내전으로 생긴 (아프리카) 이산가족의 혈육 찾기를 지원하는 ‘우분트(UBUNTU) 프로젝트’”를 핵심 공약의 하나로 내세웠다. 황 내정자는 사장 후보자 면접과 연합뉴스지부의 질의에도 ‘재정 상황을 바로잡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현행 제도를 당분간 유지하고 분열과 분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양이가 발톱을 숨긴 것”이라며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황 내정자는 연합뉴스 이사 등 경영진 인선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내주 정식 취임 뒤 이뤄지는 인사 및 조직개편에 따라 파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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