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성산의 조용한 마을, 온평리. 이곳에선 여름이 되면 마을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된다. 형형색색 수국이 만개하고, 전통혼례가 울려 퍼지며, 해녀들이 북을 두드리는 소리로 마을이 살아 숨 쉰다.
축제를 즐기러 왔다가, 마을의 이야기에 머물게 되는 이곳. 바로 ‘수국과 공연이 꽃피는 혼인지’다.
수국이 피는 계절, 사람과 자연, 그리고 전통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 축제는 그 자체로 제주가 품은 특별한 시간이다.
혼인지

‘혼인지’는 단순한 연못이 아니다. 탐라국 시조 삼신인과 벽랑국 세 공주의 혼례가 올려졌다는 전설이 깃든 역사적 장소다.
이 전설을 품은 공간을 배경으로,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수국 축제가 올해로 4회를 맞이했다.
2025년 축제는 5월 24일부터 6월 23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며, 하이라이트인 전통혼례 및 서민혼례 재현은 매주 금·토·일요일(5월 30일~6월 15일) 열려 마을 전체가 전통의 장으로 변신한다.

6월 초 기준 수국은 약 65% 개화해 있으며, 6월 둘째 주 주말이면 절정의 풍경 속에서 축제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장료나 주차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축제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수국과 공연이 꽃피는 혼인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아름다운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이 축제는 마을 주민들이 기획, 준비, 진행까지 전 과정을 직접 이끄는 마을 주도형 축제다.
온평리 문화유산보존회가 전통혼례와 서민혼례를 재연하고, 주민 문화동아리가 무대에 올라 풍물놀이, 해녀 난타, 댄스와 생활체조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누군가를 위한 ‘볼거리’가 아닌, 자신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무대인 것이다.

수국은 매해 어디에서든 피어나지만, 혼인지에서 피는 수국은 특별한 이야기를 품는다.
조용한 연못 주변을 따라 분홍, 파랑, 보라빛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그 풍경 속에서 전통혼례의 고즈넉한 의식이 펼쳐지면, 관람객들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감각에 빠져든다.

햇살에 반짝이는 꽃들과 고운 한복 자락이 어우러지는 그 장면은 사진이 아닌 기억으로 남는 경험이다.
축제 현장에는 삼공주추원각, 혼인지 연못 등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포토존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 누구와 함께든 추억을 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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