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 가솔린 대신 구매해도 좋을까?

지난해 KG 모빌리티의 판매량을 이끌었던 토레스. 여기에 전기 파워트레인을 이식한 토레스 EVX를 시승했다. 전기차 분위기 물씬 풍기는 얼굴과 깔끔한 실내 디자인, 매끈한 고속 주행 감각이 돋보였다. 소소한 디테일에서 물음표를 띄우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내연기관 토레스보다 나은 상품성을 자랑했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KG 모빌리티, 서동현

‘쌍용자동차, 2022년 4분기 잠정 결산, 24분기 만에 흑자전환.’ 올해 1월 KG 모빌리티로부터 날아온 보도자료 제목이다. 4분기에만 3만3,502대를 판매하며 2016년 4분기 이후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연간 판매량 역시 전년도 대비 34.9% 올라 11만3,960대를 기록했으며, 매출도 41.7% 상승한 3조4,242억 원을 달성했다.

희소식을 만든 주역은 단연 토레스다. 지난해 7월 야심차게 데뷔, 정통 SUV 스타일의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쌍용차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상위 세그먼트 SUV와 맞먹는 넉넉한 트렁크도 장점. 덕분에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2,000명이 몰렸으며, 출시 2주 동안 판매량 2,752대를 기록했다. 이후 가솔린·LPG 바이퓨얼 모델을 선보이고 해외 시장으로도 뻗어나가며 당당한 주력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KG 모빌리티는 이 기세를 토레스 EVX로 이어갈 계획이다. 전기차 프로젝트 ‘U100’의 결과물로, 앞서 나온 쟁쟁한 국산 전기 SUV들 사이의 절묘한 위치를 파고든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와 영종도 사이를 왕복하며 토레스 EVX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① 익스테리어

토레스 EVX의 외모는 지난 3월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먼저 마주했다. 내연기관 토레스와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앞모습. 미래지향적 느낌 가득한 일자형 주간 주행등이 시선을 확 끈다. 가운데 부분은 블랙 컬러 장식을 촘촘하게 더해 점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범퍼 또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매끈하게 다듬고,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적재적소에 넣었다.

뒷모습에선 디테일을 차별화했다. 리어램프 내부 형상을 바꾸면서 후진등을 범퍼 아래로 내렸다. 스페어타이어를 형상화한 트렁크 장식 위엔 큼직한 ‘evx’ 배지도 더했다. 오른쪽 하단 배지는 간결하게 바꿨다. 모터쇼 당시엔 ‘KG MOBILITY’로 다소 길었는데, 이제는 ‘KGM’으로 줄였다.

차체 크기는 길이와 너비, 높이 각각 4,715×1,890×1,735㎜. 내연기관 토레스보다 길이 10㎜, 높이 15㎜가 늘었다. 새로운 범퍼와 차체 하부 배터리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휠베이스는 똑같은 2,680㎜. 휠은 18인치와 20인치 두 가지를 준비했다. 시승차는 전부 18인치 사양인데, 기본형인데도 디테일이 훌륭하다. 게다가 전비도 20인치 모델보다 뛰어나다.

② 인테리어

실내는 기존 토레스와 완전히 다른 차로 보일 만큼 새롭다. 가느다란 계기판+12.3인치 중앙 모니터+8인치 공조장치 패널 대신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가로로 연결해 얹었다. 공조 기능은 중앙 화면에 모두 통합하고, 아래쪽은 100%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기어레버마저 전자식으로 바꾸면서 공간 활용성이 크게 올라갔다.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USB-C 포트 2개와 12V 소켓도 마련했다.

플로팅 타입 센터콘솔에는 토글 타입 기어레버와 스마트폰 거치대와 컵홀더 2개,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를 담았다. 대시보드와 함께 황동 컬러로 포인트를 내 보기에도 멋스럽다. 다만 컵홀더가 아쉽다. 바닥이 깊지 않아 500㎖ 페트병처럼 길이가 긴 물통을 잘 잡아주지 못한다. 또한 기어레버는 D와 R을 오갈 때 두 번씩 당겨야 한다.

2열의 최대 장점은 머리 공간. 1열보다도 지붕이 높아 키 180㎝ 성인도 여유롭게 앉을 수 있다. 시트를 폴딩한 뒤에도 넉넉해 차박 등 레저활동에도 유리하다. 마음에 쏙 든 옵션은 시트백 테이블이다. 상위 트림인 E7에 들어가는 기능으로, 1열 시트 뒤편에 감쪽같이 숨겼다. 튼튼한 이중 힌지에 맞물린 덕분에 최대 10㎏까지 얹을 수 있다. 중앙 콘솔에는 에어컨 송풍구와 USB-C 포트 2개를 기본으로 담았다.

제원표상 트렁크 용량은 839L. 기존 토레스보다 대폭 늘어난 이유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트렁크 바닥에서 천장까지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 용량이다. 바닥 높이와 좌우 폭까지 내연기관 버전과 똑같기 때문에 703L로 알아두면 된다. 2열 폴딩 용량 역시 1,662L로 같다. 적재함 오른쪽에는 내부에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버튼도 달았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엔진과 변속기를 들어낸 보닛 아래에는 전기 모터 1개가 자리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07마력 및 34.6㎏·m. 차체 바닥에 깔린 73.4㎾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부터 전력을 끌어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8.1초. 복합전비와 주행거리는 18인치가 각각 5.0㎞/㎾h 및 433㎞며, 20인치 모델은 4.8㎞/㎾h 및 405㎞다.

배터리를 납품하는 곳은 중국의 BYD. 칼날(Blade)처럼 길고 평평한 모습 때문에 ‘블레이드 배터리’라고 부른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충격과 화재로부터 안전하고 단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겨울철 주행거리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하 8℃에서부터 작용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도 적용했다. 이로써 18인치 333㎞, 20인치 284㎞의 저온 주행거리를 인증 받았다. V2L 커넥터를 연결하면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빼 다양한 전자기기를 쓸 수도 있다.

④ 주행성능

시승 코스는 서울 영등포에서 영종도를 왕복하는 총 120㎞ 구간. 통행량이 제각각 다른 고속도로와 시내에서 토레스 EVX의 장단점을 알아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장점은 늘어난 고속 안정성이다. 기존 토레스는 저속에선 탄탄하나, 이 감각을 고속 영역으로 충분히 끌고 가지 못했다. 요철을 지난 뒤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 다소 투박했다. 코너를 빠른 속도로 통과하면 유독 이런 느낌이 잘 드러난다. 때문에 빠른 속도보단 유유자적 운전할 때가 가장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전기차로 변신하면서 무거운 배터리가 중심을 잡았다. 공차중량은 토레스 1.5 터보보다 420㎏ 더 무거운 1,940㎏. 덕분에 시속 100㎞를 훌쩍 넘는 속도에서도 노면을 지그시 누르며 안정적으로 달린다. 무게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서스펜션 세팅을 약간 수정했다고. 또한 뒷심 부족한 직렬 4기통 1.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느긋한 6단 자동변속기 조합보다 가속하는 과정도 시원시원하다.

두 번째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앞 차와의 거리와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은 물론, 방향지시등 조작만으로 차로를 바꾸는 기능까지 더했다. 방향지시등 레버를 반만 눌렀다 떼도 주변 교통 흐름을 확인한 뒤 부드럽게 차로를 옮긴다. 대신 이 기능을 쓰려면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활성화 버튼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나름 돋보이는 기능인데 접근성이 아쉽다.

이외에 차간거리나 차로 중앙 유지 능력도 훌륭하다. 모든 과정이 매끈하며, 감압식 스티어링 휠은 운전대를 살짝만 돌려도 직접 쥐고 있음을 감지한다. 운전대 위 버튼도 직관적으로 배치해 쓰기 편하다. 단 운전대 생김새에서 쌍용자동차 시절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실제 전비도 괜찮았다. 배터리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띄운 주행가능거리는 472㎞. 영종도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 트립 컴퓨터를 리셋하고 전비를 알아봤다. 약 59㎞ 구간에서 얻은 최종 전비는 6.4㎞/㎾h. 고속도로가 끝난 뒤 통행량이 많은 올림픽대로로 진입할 때 이미 1㎾h당 6.0㎞를 돌파했다. 3단계로 나눈 기본 회생제동과 스마트 회생제동 모드를 적절히 섞어 쓴 덕분이다.

지금부터는 단점이다. 고속 직진 실력은 마음에 들지만, 코너링은 여전히 불안했다. 우직하게 하중을 받아내야 할 바깥쪽 타이어가 충분히 버티지 못한다. 그대로 울퉁불퉁한 노면을 통과하면 균형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SUV로 무슨 코너링을 따지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도 자동차의 기본기에 해당한다. SUV라도 예외는 없다.

두 번째는 정숙성이다. 내연기관 토레스는 동급에서 실내 정숙성이 좋은 편에 속했다. 각진 외모와 다르게 맞바람을 흘려보내는 능력이 좋았다. 그런데 토레스 EVX는 두꺼운 배터리 덕분에 하부 소음이 줄어든 반면, A 필러 근처 바람 소리가 유독 잘 들렸다. 참고로 시속 90~100㎞에서 1열 시트 사이 소음측정 결과는 67~70㏈이었다.

마지막은 내비게이션. 운전대 위 버튼을 누르다 보면 중앙 모니터의 내비게이션 화면을 계기판에도 띄울 수 있다. 시선 이동이 줄어드는 건 좋은데, 화면 위아래 폭이 너무 좁다. 기본 축척을 너무 확대해서 자동차가 진행하는 방향의 길을 여유롭게 보여주지 않는다. 12.3인치의 넓은 화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⑤ 총평

토레스 EVX의 크기와 가격을 따져보면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 아이오닉 5, EV6 등을 구매 후보로 함께 올릴 수 있다. 이 사이에서 토레스 EVX의 위치는 절묘하다. 코나 일렉트릭 및 니로 EV와는 가격이 비슷하다. 대신 덩치가 압도적이다. 광활한 트렁크와 우뚝 솟은 2열 천장 덕분에 아웃도어 활동에 제격이다.

아이오닉 5 및 EV6보단 가성비가 좋다. 국고보조금과 서울시 보조금을 적용한 토레스 EVX의 가격은 4,055만~4,483만 원. 아이오닉 5는 4,470만~4,945만 원이며, EV6는 4,336만~5,071만 원이다(2WD 롱레인지 기준). 주행거리와 2열 무릎 공간은 E-GMP 플랫폼 기반의 두 차가 유리한데, 역시나 트렁크와 머리 공간은 토레스 EVX의 승리다.

내연기관 토레스와 비교하면 어떨까? 1.5 터보의 기본 가격은 2,797만~3,495만 원이다. 연간 1만5,000㎞ 기준 유류비를 계산해보면 기본형 토레스가 약 229만 원, 토레스 EVX가 60만 원이 든다. 연간 자동차세는 각각 27만2,440원 및 13만 원. 물론 전기차 버전과 가격 차이가 커서 누구에게나 합리적인 선택지는 아니다. 그러나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으면서 올라간 주행 질감과 V2L 기능, 높은 실용성만으로도 토레스 EVX를 구매할 이유는 충분하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