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중국자본에 고려아연 매각 반대"… 판 커진 경영권 분쟁

이한듬 기자 2024. 9. 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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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분쟁 막전막후] ② 노조·소액주주·지자체 등 고려아연 백기사로 참전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유빈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확산일로다.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손을 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주식 공개매수 방침을 발표하자 고려아연 노동조합과 소액주주, 지자체와 정치권까지 잇따라 고려아연의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중국계 자본이 포함된 MBK파트너스에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을 넘겨선 안된다며 공개매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노조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서울 광화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한다. 울산에 거점을 둔 고려아연 노조는 지난 19일부터 상경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노조가 집회를 펼치는 이유는 MBK의 주식 공개매수의 목적이 적대적·악의적·약탈적 M&A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MBK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제고를 핑계 삼아 회사를 장악한 뒤 인력 감축, 투자 축소, 배당 이익 극대화, 외국자본에 매각하는 그야말로 국민의 삶을 좀먹고 국가의 자산을 팔아 쳐먹는 매국 자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MBK의 즉각적인 공개매수 철회 선언 및 고려아연 노동자의 일자리 침탈 중단 ▲고려아연 노동자와 가정의 생존권 위협 중단 ▲국가기간산업의 핵심인 고려아연을 약탈해 해외자본으로 팔아 넘길 우려가 있는 이번 공개매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도 고려아연을 지지하고 나섰다. 액트는 최근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고려아연과 같이 주주환원율 최고의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액트에 따르면 현 경영진이 이끄는 고려아연은 연결 기준 상반기 주주환원율 71%(개별 기준 61%)를 달성했다. 상반기 순이익 2천879억원을 기록한 고려아연은 지난 8월 2천55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공시했다.

연결 기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작년 동기 대비 72.6% 증가한 2687억원으로 집계돼 호실적을 시현했으며 주가도 3월 주주총회 이후 24% 상승해 코스피 대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또한 "현대차, LG화학, 한화와 배터리 동맹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키워가는 만큼 현 경영진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액트의 입장이다.

지자체도 고려아연 지키기에 동참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8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이 중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짜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이들이 최대주주가 되면 고려아연 경영권은 사실상 MBK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는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근간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MBK는 고려아연 인수 후 수익 추구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나아가 해외 매각 등도 시도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 약화는 물론 나아가 국가와 울산의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지역 상공계와 힘 모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19일 울산대곡박물관을 찾은 김두겸 울산시장이 고려아연 주식을 1호로 매입한 기념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울산시
울산시의회 역시 김종섭 의장 직무대리를 비롯한 시의원 22명 일동 명의로 "적대적 인수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 유출과 이차전지 분야의 해외 공급망 와해는 물론 자칫 외국계 회사에 팔려나가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며 고려아연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종오 의원(진보당 원내대표·울산 북구)과 김태선 의원(더불어민주당·울산 동구)도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의 고려아연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앞서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남원장수임실순창) 역시 "중국자본과 관련 기업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세계1위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들은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인력들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며 이번 국감에서 MBK를 추궁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세력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MBK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MBK는 중국과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하며 향후 소통을 확대해 우려를 잠재운다는 방침이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전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서 우리를 외국계, 중국계 사모펀드라고 마타도어(근거 없는 중상모략, 흑색선전)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토종펀드로 외국계 펀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중국 자본 비중은 5% 안팎 밖에 안 돼서 투자하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고려아연의 사업은 한국의 기간산업으로 중국에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고 상장폐지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의 감독을 받는 토종펀드인만큼 고려아연을 중국 자본에 매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저희는 영풍과 10년짜리 (주주간)계약을 맺었다"며 "오랜기간 투자할 거고 먹튀 등의 논란의 대상이 될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노조·지자체 등의 반대가)소통 부족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울산시장께도 직간접적으로 저희 입장을 설명드리고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데 성사되는대로 울산에 내려가서 울산시장, 울산 상공회의소, 울산시의회 다 찾아뵙고 울산 경제에 기여하고 고용 창출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설명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도 마찬가지"라며 "어떠한 구조조정도 없고 고용 창출 기조 하에 노조와 함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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