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황선영 그룹장 "블록체인, 메이플스토리 성공 이어가는 도전 중 하나"

한국게임미디어협회가 주최하고 지디넷코리아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NFT/블록체인 게임 컨퍼런스'가 6월 27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습니다. 작년 6월 23일 개최 이후 두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NFT/블록체인 게임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 중인 업계 전문가들이 나와 자신의 견해를 공유했습니다.

이날 컨퍼런스의 강연들 중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것은 역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만들고 있는 넥슨의 황선영 그룹장의 강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이플스토리를 블록체인 게임으로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현재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지, 무엇보다 현재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는 게이머와도 관련이 있는 내용인지. 신경 쓰이는 내용이 많을 테니 말이죠.

대한민국 NFT/블록체인 게임 컨퍼런스

넥슨 게임을 오래 즐겨왔다면 넥슨 황선영 그룹장의 이름이 익숙할 겁니다. 마비노기와 메이플스토리의 디렉터를 역임하기도 했거든요. 여기에 우리가 모르는 그의 이력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2002년 '크립토 프로그래머'입니다. 지금의 블록체인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직종이라고 할 수 있지요.

황선영 그룹장은 "나도 잊고 있었던 경력인데, 이번에 블록체인 게임 관련 일을 하며 연결이 된 느낌이다. 그 당시엔 10년 후 가장 유망한 직종이 게임 보안 전문가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돌고 돌아 20년 뒤에 각광받는다는 생각에 이야기해봤다."라며 짧은 소감을 밝히기도 했어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블록체인 도입에 황선영 그룹장을 앞세운 것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넥슨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황선영 그룹장은 먼저 메이플스토리가 지난 20년 동안 매우 성공적으로 서비스해온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누적 플레이어 수가 1억 8천만 명 중 10년 이상 의미 있는 플레이 기록을 보여준 플레이어 수가 5천 만명이 넘는다는 이례적인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게임이거든요. 또, 게임 외에도 셀럽과의 콜라보레이션, 오프라인 행사, 방송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화 콘텐츠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넥슨은 그런 메이플스토리의 성공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도입한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블록체인을 도입한 것도 단순히 암호화폐, NFT 상품을 팔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메이플스토리가 20년간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었던 포인트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블록체인을 선택한 것이죠.

황선영 그룹장은 메이플스토리의 핵심 재미가 '득템'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투, 육성 등 다양한 즐거움을 담은 MMORPG이지만, 최종적으로 플레이어가 쾌감을 느끼는 것은 득템이라고 이야기했죠. 그리고 이를 '보상 경험(Reward eXperience, RX)'이라 정의했습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핵심 재미 요소를 '보상 경험'으로 꼽았다

그럼 이 '보상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좋은 아이템'을 제공하면 되는데, 이 좋은 아이템이라는 개념이 플레이어간 교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등 입체적인 개념이라 보상 경험 역시 입체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메이플스토리는 이 보상경험 설계에 있어 아이템이 다양한 콘텐츠에서 활용될 수 있는 사용성(Utility)과, 아이템의 수량을 게임 디자인적으로 조절하는 희귀도(Rarity)를 잘 조절했기에 오랜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이고요.

그리고 기존에는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템의 사용성을 확보하고, 모니터링, 서버 점검 등 강력한 라이브 대응으로 아이템의 희귀도를 관리해 왔습니다. 보상 경험의 강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개발팀을 확보해 더 많은 메이저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히고 맙니다.

그런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게임 내부에서 게임 외부로 이어지는 '파생 생태계'에 주목했습니다. 보통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고 하면 해당 게임 자체와 함께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포럼과 커뮤니티, 2차 창작 등 파생 생태계에도 관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게임을 그만둔다고 해도 파생 생태계에서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며, 이 파생 생태계의 활동을 그만두는 그 시점이 바로 게임을 접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때죠. 그만큼 파생 생태계는 온라인 게임 경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메이플스토리도 마찬가지고요.

발표하는 황선영 그룹장(사진 제공: 한국게임미디어협회)

그런데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와 아이템으로 보상 경험을 느끼는 영역은 게임 내부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파생 생태계에서는 인게임 만큼의 경험을 느낄 수 없죠. 넥슨은 지금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이 벽을 허물고자 했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블록체인'이라고 봤습니다. 캐릭터와 아이템을 NFT로 발행하면 파생 생태계로 나아갈 수 있고, 인게임 못지 않은 보상 경험으로 이어지며 아이템의 사용성 확장에도 극단적인 개선을 가져온다는 판단이었죠.

그리고 여기에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게임 개발에 참여시켜 개발팀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끌어들여 함께 게임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개발팀의 역할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어느 정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블록체인의 도입으로 캐릭터, 아이템이 파생 생태계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된다.(이미지 출처: https://medium.com/@MaplestoryU)

블록체인의 도입은 희귀도 관리에도 용이합니다. 희귀도 관리를 위해서는 아이템의 총량을 미리 정하고 그 이상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이전까지의 게임은 플레이어 수, 플레이 타임에 따라 나오는 아이템의 수가 달라졌거든요. 여기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아이템을 NFT화 하고 인게임 토크노믹스를 통해 어떤 형태로 플레리어에게 보상이 주어질지 계획을 세운다면 보상 경험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됩니다(황선영 그룹장은 이를 '다이나믹 밸런스'라 표현했습니다).

블록체인 도입을 통한 보상 경험의 강화, 이른바 RX 2.0으로 플레이어에게 근본적으로 강화된 보상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메이플스토리, 그것이 넥슨이 말하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입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메이플스토리 N', '메이플스토리 N 모바일', '메이플스토리 N SDK', '메이플스토리 월드'로 구성됩니다. '메이플스토리 N', '메이플스토리 N 모바일'은 현재 서비스 중인 메이플스토리를 기반으로 NFT 아이템 체계와 인게임 토크노믹스, 다이나믹 밸런스를 도입한 새로운 메이플스토리이며, 파생 생태계 크리에이터가 쉽게 안착하도록 돕는 것이 '메이플스토리 N sdk', 그리고 더 많은 플레이어가 참가해 dapp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 '메이플스토리 월드'입니다.

메이플스토리 N, 메이플스토리 N 모바일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아이템 파밍과 보상 방식이 변해 게임의 근간이 변화합니다. 아이템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인기 없는 필드, 아이템은 누적되며, 인기 아이템은 빠르게 소진돼 투자 노력 대비 획득 확률이 낮아집니다. 황선영 그룹장은 제한된 수량의 아이템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을 해야 하기에 좀 더 어려워지는 대신, 득템의 재미는 훨씬 강화된 메이플스토리가 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크리에이터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기여도 시스템'의 도입도 예고했습니다. 보상 경험을 늘리는 콘텐츠를 제작한 dapp와 크리에이터를 평가해 그에 근간한 보상을 나눠준다는 것으로, 크리에이터가 개발팀과 함께 IP를 운영하는데 협력하도록 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고 합니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기여도 시스템.

마지막으로, 황선영 그룹장은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통해 그리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서 메이플스토리라는 IP로 크리에이터와 함께 생태계를 이뤄가는 모습을 꿈꾸며, 넥슨 역시 개발사가 아닌 하나의 크리에이터라는 느낌으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넥슨이 빠져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하죠. 그리고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완성된 뒤에는 다른 IP와의 협업을 통해 블록체인이 가져올 진정한 자유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황선영 그룹장의 강연을 통해 넥슨이 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게임이 왜 메이플스토리였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그가 이야기한 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남들이 다 하니까 우리도…'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과연 블록체인이 도입된 메이플스토리가 20년 동안 이룩해 온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 결과를 두 눈으로 직접 볼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경험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