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무책임’에 온라인 전환 실패 덮쳐…30년 대형마트의 ‘몰락’

정대연 기자 2026. 7. 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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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인수 후 핵심 점포 대거 매각…팬데믹 등 유통 시장 변화 대응 못해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2021년 5월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강윤중 선임기자


홈플러스가 지난 3일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창사 30년 만에 파산위기까지 왔다. 유통업계에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무리한 차입 경영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온라인으로 급속히 주도권이 넘어간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경영이 악화된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6일 취재를 종합하면,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대구에 1호점을 열면서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경영권을 인수했고, 같은 해 삼성물산과 테스코의 합작법인이 설립됐다. 2008년엔 이랜드그룹의 홈에버까지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1년 홈플러스 지분 100%를 확보한 테스코는 2015년 MBK 컨소시엄에 팔았다. 매각 무렵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140여개, 슈퍼마켓 370여개, 편의점 320여개 등을 운영해 업계 1위 이마트에 비견되는 2위였다.

MBK의 인수대금은 약 7조2000억원이었다. MBK는 이 가운데 최소 2조7000억원을 인수금융 방식으로 마련했다. MBK는 인수 직후 2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MBK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보다는 차입금을 메꾸기 위한 자산 유동화에 집중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듬해인 2016년 핵심 점포 5곳을 매각해 6440억원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점포와 물류창고 총 28곳을 팔아 4조1149억원을 확보했다. 이 같은 방식은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홈플러스는 매각 점포 일부를 임차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영업을 지속했다. 이로 인해 임차료 부담이 늘면서 2023년 한 해 리스부채 관련 현금유출액은 4516억원에 달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19년 7351억원에서 2023년 3214억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한 반면, 연간 6000억원 수준의 임차료와 이자비용 부담을 감당하기에는 현금창출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EBITDA는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MBK 인수 이후 허약해진 홈플러스가 고꾸라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로 유통업계 주류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가속화했다. 산업통상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2021~2025년 온라인은 연평균 10.1% 성장한 반면 대형마트는 연평균 4.2% 감소했다. 신규 투자 여력이 없던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코로나19 사태 때 온라인 전환에 대응하지 못한 게 파산위기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MBK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4년 홈플러스는 매출 7조526억원, 영업이익 1944억원을 올렸다. 홈플러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엔 매출 7조3002억원, 영업이익 1602억원으로 수년째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5조7963억원, 영업손실은 5464억원이었다. 2021~2025년 누적 당기순손실이 2조7341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대형마트 중심 규제가 홈플러스 몰락의 한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유통시장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 오래인데도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출점 규제 등이 유지되고 있어 홈플러스가 반등을 모색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규제가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홈플러스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신선식품 등을 중심으로 자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정부 규제만으로는 홈플러스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반론도 뒤따른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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