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그렇게 또 한 걸음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로 또 한 걸음 성장했다. / 넷플릭스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로 한층 깊어진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 애순과 금명, 1인 2역을 오가며 두 인물의 성장과 변화를 깊이 있게 소화, 배우로서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뤄냈다.

청년 시절 애순과 그의 딸 금명, 1인 2역을 소화한 아이유를 향한 호평도 뜨겁다. 아이유는 1막부터 4막까지 극을 이끌며 두 인물의 삶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 몰입을 높였다. 꿈 많은 소녀의 모습부터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강인한 모성, 불완전한 청춘의 얼굴과 겉으론 툴툴대지만 그 누구보다 부모를 사랑하는 딸의 진심까지 폭넓게 그려내며 연기적 깊이를 확장했다.

애순과 금명, 1인 2역을 완벽 소화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연기했다”며 캐릭터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유가 종영 소감을 전했다. / 넷플릭스

-호평 속에 종영했다. 작품을 끝낸 소회는.

“한동안 인지가 안됐다. 촬영 끝나고 나서 바로 방영되는 게 아니라 1년간 후반 작업 시간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믿음을 갖고 기다리다 봤을 때 이제 진짜 끝났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실감을 했다. 좋은 평가도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시청자 반응을 다 읽어보진 못하지만 주변분들만 봐도 좋아하는 게 체감됐다. 많이 우셨다고도 하고 이입되면서 감동적이었다는 평도 많이 보이더라. 사랑을 많이 보내주신 것 같아 감사하고 이런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대본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제작이 확정되기 전에 임상춘 작가님으로부터 ‘그냥 이런 글이 있는데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침 스케줄이 없어서 바로 작가님에게 갔다. 제작이 확정된 작품도 아니었고 작가님도 굉장히 조심스러우셨기 때문에 나도 회사에 말도 안 하고 그냥 혼자 택시를 타고 갔다.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기와 특별한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만 들었을 때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작품이 언제 만들어지든 참여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역시나 대본이 너무 좋았다. 작가님이 오히려 줄여서 말을 했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이 훨씬 더 몰입도가 좋고 재밌었다. 물론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애순(왼쪽)과 금명, 1인 2역을 완벽 소화한 아이유. / 넷플릭스

-2인 1역이자 1인 2역을 소화했다. 애순과 금명, 각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

“애순은 여러 곡절이 있었지만 희한하게도 그늘이 생기지 않은 캐릭터, 생명력과 강인함이 정말 큰 캐릭터라고 느꼈다. 물론 역경이 닥칠 때마다 힘들어하고 지치고 하지만 그걸 극복해 가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강인하고 진짜 센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금명은 애순에 비해 덜 강하고 삶에 어떤 그늘이 있지만 금명도 금명의 방식대로 그늘을 떨쳐내고 성장해 가는 모습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였다. 나이가 들면서 성장하고 그늘을 떨쳐낼 수 있던 금명의 강인함은 애순에게서 받은 것이고 애순과 관식이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그 세월이 금명의 자존감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엄마와 딸의 입장을 다 연기한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겠다.

“희한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연기한 인물이 키운 딸이 나한테 또 그 모진 말을 하는 거잖나. 다른 작품에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일이다. 금명을 연기할 때 바로 내레이션이 나오거든. 엄마에게 모진 말을 하면 후회하는 속마음이 내레이션으로 붙어서 이해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다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마음이 들더라.(웃음) 단순히 엄마한테 그러면 안된다는 것보다 다른 영역으로 ‘내가 어떻게 금명을 키웠는데 너도 보면 알 걸!’ 그런 마음이 들었다. 금명의 마음과 애순의 마음이 동시에 다 들어오는 희한한 경험이었다.”

-더 애착이 간 캐릭터를 꼽자면.

“당연히 애순이다. 초반부터 이야기를 쭉 끌고 나가고 아역 시절부터 시작해서 훨씬 더 인생을 촘촘히 다룬 인물이잖나. 금명도 충분히 많이 사랑했지만 더 애정이 가는 인물을 꼽자면 애순이다. 어떤 분이 애순을 연기할 때는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하고 금명은 자신을 대하듯 연기한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듣고 보니 되게 그런 것 같더라. 내가 진짜 애순이를 많이 사랑했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연기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명은 청년 시절부터 중년까지 폭넓게 연기해야 했다. 어떤 고민을 했나.

“애순도 금명도 10대부터 순차적으로 나오는데 금명은 내가 연기한 애순의 나이대보다 더 시간이 흐른 모습도 나온다. 나이대별로 달라지는 그 인물의 성장에 대해 고민을 제일 많이 했다. 10대니까 어린척하면서 말하고 20대는 이렇고 30대에 갑자기 어른인 척하고 너무 그렇게 단순하게 분류하지 않으면서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너무 다르게 하지 않으면서도 나이 들어가는 게 보일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감독님과도 상의를 많이 했다. 금명 같은 경우는 첫 화부터 나오는 내레이션 시점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든 이야기 훨씬 이후거든. 그래서 목소리 설정을 잘해야 했다. 감정의 폭이 컸는데 어떨 때는 명랑하게 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되게 진지한 톤도 있었는데 내가 그 나이를 잊어버리고 막 하려고 할 때마다 감독님이 항상 주지시켜 줬다. 50대 이후라고. 내레이션 후반 작업이 오래 걸렸다.
연기할 때는 분장팀 도움을 많이 받았고 나도 지나온 시간이 있잖나. 애순의 시대와는 다르지만 10대 때 보통 인간이 이런 감정의 변화를 겪지, 금명도 마찬가지고 20대 초반에는 우리가 이렇게 철없이 할 때가 있지, 이렇게 지나온 시간에 있어 나라는 인물의 변화도 투영해 봤다.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는 온전히 대본에 기대서 믿음을 갖고 대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했다. 희한하게 임상춘 작가님의 글은 읽으면 음성이 들린다. 여기서 쉬고 이렇게 물결을 할 것 같고 그런 것들이 다 들린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동일하게 경험했다고 해서 이게 작가님의 힘이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대본에 표현된 것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게 몰두했다.”

아이유가 중년이 된 금명(오른쪽)을 표현하는데 고민한 과정을 떠올렸다. / 넷플릭스

-중년이 된 금명의 모습이 너무 어려 보인다는 반응도 많았는데.

“마지막 장면을 말하자면 대본상에서 50대일 때 모습이다. 그걸 두고 감독님, 작가님이 되게 오래 상의한 걸로 안다. 나와 (문)소리 선배를 동반해서도 많이 회의했다. 소리 선배는 70대, 나는 50대인데 그것을 우리가 직접 하는 게 맞는지, 몰입감 있게 이어지다가 어색하고 낯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첫 번째 의견은 70대 애순을 다른 선배가 하고 50대 금명을 문소리 선배가 하는 게 어떨까였는데 시청자들이 너무 헷갈리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어서 배우들이 분장해서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나도 소리 선배도 부담이 있었다. 분장팀, 의상팀도 여러모로 어려워하고 했는데 감독님이 되게 확신을 갖고 있었다. 금명이 50대긴 하지만 스타강사이기 때문에 연예인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리를 받는 유명인이라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문소리 선배도 실제로 보면 얼마나 젊어 보이냐고, 그렇게 먼 나이대가 아니라면서.(웃음) 소리 선배가 하신다고 해서 ‘그러면 저도 해야죠’ 했다. 잔주름 분장도 하고 손등 분장도 했는데 생각보다 드러나진 않은 것 같다. TV에 나오는 50대 스타강사라는 걸 놓치지 않고 분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유가 작품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 넷플릭스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여성으로서 느낀 것도 많았을 것 같은데.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시대로 쭉쭉 이어지잖나. 광례에서 애순으로, 애순에서 금명, 그리고 새봄으로 이어지는데 이 이야기를 작가님이 되게 아끼고 아껴서 쓰셨구나 싶었다. 누군가는 금명이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볼 수 있지만 결국 금명이 욕심을 꺾지 않았기 때문에 새봄은 또 새로운 세상을 만들 거다. 금명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애순이 밥상을 엎었기 때문이고 애순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광례가 물질을 하며 딸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모녀의 이야기가 크게 다가왔다. 작가님,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 이야기는 이전 세대에 대한 존경,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에 대한 응원이다.”

-지난해 발매한 미니음반 수록곡 ‘쉬(Shh..)’가 이 작품을 마치고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곡이라고.

“아마 이 작품을 촬영하지 않았다면 훨씬 늦게 나왔을 거다. 머릿속에 있던 테마였는데 구체화되지 않았거든. 모녀에 대한 이야기, 내 인생을 이루고 있는, 내게 영향을 준 많은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였는데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게 ‘폭싹 속았수다’가 영향을 줬다. 발매 당시에는 이런 이야기가 스포가 될 수 있어 다 할 수 없었는데 앨범이 나온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많은 분들이 이 곡을 자연스럽게 떠올려주셔서 그 자체가 되게 감사하고 신기했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물의 일생을 다루다 보니 많은 헤어짐이 있다. 그 헤어짐에서 인물이 좌절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헤어짐에 중점을 둔다기보다 헤어지고 난 후의 시간을 섬세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다. 헤어진 슬픔에 방점을 찍는 게 아니다. 애순은 관식이 떠나고 나서 비로소 시집을 다 쓴다. 헤어진 이후 시간에서도 이 삶이 왜 가치 있고 살아 나가야 하는 이유를 조명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위로가 되고 힘이 됐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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