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 아시안컵, 클린스만호는 '기분좋은' 출발! 개막전은 '씁쓸한' 출발

1월 12일 카타르 아시안컵의 화두는 '시작'이었다. 

아시안컵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 카타르와 레바논의 개막전 경기로 약 한 달간의 대장정이 스타트를 끊었다. 

#첫 아시안컵 시작하는 정우영-설영우

개막전에 앞선 12일 오전 10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훈련이 열렸다. 훈련 시작에 앞서 정우영과 설영우가 인터뷰이로 나섰다.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선수들 중 첫 인터뷰이였다. 

좋은 선택이었다. 정우영과 설영우 모두 아시안컵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좋은 기억도 공유하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3세 이하 대회는 평정했다. 이제 범위를 넓혀 아시안컵 평정에 나섰다.

잠시 그들과 만나보자.

사진출처=스포츠조선

#정우영과의 일문일답

-첫 아시안컵입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다시 아시아 무대 정복에 나서는데요.

▶아부다비에서부터 카타르에 와가지고 훈련하면서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호텔에서 지내면서 조금 더 아시안컵에 왔다는 것을 좀 더 실감을 하고 있고요.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다 잘 준비하고 좋은 기운과 좋은 기분으로 잘 준비하고 있어요. 저 또한 열심히 하고 꼭 우승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저희 선수들 다 잘 준비하고 있어서 좋은 기분으로 잘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안게임 때는 득점왕을 하면서 상승세를 탔어요. 아시안컵에서 더욱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타이밍인데요. 

▶어떤 시간에 들어가든 저라는 선수를 늘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경기에 들어가서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노력해서 경기장에서 저한테나 팀한테 도움이 돼서 꼭 승리를 할 수 있게 잘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12월 국내 훈련부터 함께 했어요. 분위기는 어떤가요

▶분위기는 너무 좋아요. 12월에 들어가서 운동도 너무 빡세게 했지만 이제 모든 선수들이 잘 준비한 것 같아요. 이제 운동을 하면서 너무나도 활기차고요. 형들도 저희한테 장난도 많이 쳐주고 저희 어린 선수들도 형들한테 분위기도 잘 맞춰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서 다 같이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포지션 상으로 감독님의 주문이 있나요

▶운동할 때나 감독님께서 저한테 늘 한 포지션에 있지 않고 로테이션으로 돌면서 어떠한 포지션에 가서 플레이를 하라고 말씀을 많이 하세요. 그리고 좀 더 공격적인 부분에서 강조를 하시는 것 같아요.

-상대 분석은 잘 되고 있나요?

▶네. 잘되고 있습니다. 

-우승까지 많은 경기를 해야합니다. 어떤 것이 중요할까요.

▶일단 한 4~5주간 저희 남자들끼리 있을 텐데 이 시간을 조금 더 운동적인 이 외 시간에 형들과, 아니면 저희 친구들과 아니면 후배들끼리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게 이제 최우선인 것 같습니다.

-선배들의 조언은 없었나요

▶(손)흥민이 형이나 아시안컵 해 본 (김)승규 형 (김)영권이 형이 모든 형들이 다 저희한테 그냥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하고 그리고 실수를 하지 않고 그냥 팀에 녹아들어서 조금 더 자신 있는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주었어요. 모두 선수들이 그런 거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그런 부분을 조금 팀한테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설영우와의 일문일답

-아시안컵에 임하는 각오는 어떤가요.

▶아시안컵이 처음이고 작년에 저희 대표팀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곳이기 때문에 여기 온 것이 너무 기분이 좋고요. 저로서는 (A)대표팀 옷을 입고 처음 대회에 나오는 것인데요.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요.

-경험이 중요한 대회인데요. 형들은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요.

▶따로 저한테 조언을 해주시는 것은 없는 것 같고요. 저도 어린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큰 대회는 (경험) 없을지언정 다른 대회에서 경험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알아서 잘 준비하는 것 같아요. 

-12월부터 국내훈련을 했어요. 팀 분위기는 어때요.

▶K리그 선수들은 시즌 뒤 약간 휴식기가 있다가 왔어요. 아부다비에서 몸이 100%일 수는 없고요. 거기서부터 저희가 꾸준히 잘 올렸어요. 이제 며칠 남지 않았고요. 컨디션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어떻게 해야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

▶팀 목표는 우승 하나고요. 거기에 있어서 저는 제 할 것만 잘하면 됩니다. 다른 형들은 잘하는 형들이기 때문에요. 저는 제 1인분만 하면 좋은 성적이 충분히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설영우 선수가 생각하는 1인분은 무엇일까요

▶저는 수비수니까 골을 안 먹도록 잘 해야하고요. 저 위에 있는 (이)강인이나 (황)희찬이 형이나 좋은 패스 넣어주고 뒤에서 열심히 뛰어주는 게 제가 할 일인 거 같아요. 

-풀백으로서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은데요

▶상대가 강한 팀이랑 하면 우리가 수비하는 상황이 많이 있겠지만요. 아시아에선 우리가 강팀이라서 우리가 잡고 가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예상해요. 잡고하는 경기들은 공간이 없다고 생각해요. 풀백들의 위치가 굉장히 중요하고요. 해야될 역할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공격적인 부분이 자신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는 더 자신이 있는 거 같습니다.

-소속팀에서 우승을 많이 했는데요. 실력 외 우승에 필요한 것은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대회를 치르면서 운도 필요한 거 같아요. 저희팀 자체가 전력적으로 좋아요. 컨디션만 잘 유지하면 원하는 성적 잘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항저우 금메달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깊게 이야기를 안해봤지만 이 대회에 있어서 각자 부담이 다 있을 거예요. 성적을 내자 이런 말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할 역할이 있어요. 저희 위에 형들이 많이 있어요. 저희는 막내 라인이니 열심히 하자는 말을 많이 해요. 

#도하 첫 본격 훈련 시작

클린스만호의 훈련이 시작됐다. 카타르 도하에 온 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훈련이었다. 11일에는 회복 훈련에만 전념했다. 10일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부다비에서의 마지막 훈련에서도 11대11 미니 게임을 하며 운동의 강도를 높였다. 때문에 11일은 1시간 남짓 간단한 운동을 하며 피로를 풀었다. 

12일 훈련은 체계적이었다. 드레싱룸에서 몸을 간단하게 푼 선수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파란색 조끼, 붉은색 조끼 그리고 조끼를 입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미디어에는 15분 남짓만 공개됐다. 서로 볼을 주고받거나 싸이클, 혹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어 동그랗게 서서 서로의 결의를 다졌다. 

피지컬 코치와 함께 본격적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다가 신호에 맞춰 같은 색의 선수들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웃음과 웃음으로 워밍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세 그룹은 서로 다른 운동을 시작했다. 로테이션이었다. 한 그룹은 뛰면서 드리블을 했고 또 한 그룹은 요가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에 집중했다. 마지막 그룹은 밴드를 이용한 운동에 돌입했다. 

그 사이 부상을 입은 황희찬과 김진수는 재활에 매진했다. 황희찬은 싸이클을 주로 했다. 엉덩이쪽 근육이 올라왔다. 김진수는 종아리 부상이었다. 계속 종아리를 풀면서 몸을 만들었다. 

15분이 지났다. 미디어들은 훈련장을 떠나야 했다. 벗어나면서 뒤를 돌아 선수들을 한 번 더 지켜봤다. 다들 웃음을 띄고 훈련하고 있었다. 기분은 좋아보였다.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 그 위대한 도전의 기분좋은 '시작'이었다. 

#AFC는 퍼펙트 스타트 자화자찬. 과연

오후 4시. 루사일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금요일. 무슬림들은 금요일을 휴일로 삼는다. 일요일을 쉬지 않는다. 이 날 개막전이 있었던 것도 금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버를 불렀다. 루사일 스타디움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고속도로에서 루사일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길목은 교통 통제에 들어갔다. 도저히 접근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루사일 스타디움 메트로역 바로 전인 카타르 대학 메트로역으로 향했다. 메트로로 접근하기로 했다. 메트로역은 이미 인산인해였다. 역 앞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대고 메트로로 경기장으로 향하려는 인파 때문이었다. 인파를 뚫고 겨우 루사일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경기 시작은 현지 시각으로 오후 7시. 2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터 화려한 개막식이 열렸다. 여러가지 공연과 퍼포먼스 그리고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오일 머니가 풍부한 나라답게 에너지를 마구마구 써댔다.

경기가 시작됐다. 지루했다. 경기에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 템포도 너무나 떨어졌다. 카타르 선수들은 몇몇 발재간을 부리기는 했다. 그러나 자신의 개인기를 뽐내려는 데 무게중심을 뒀을 뿐 팀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는 개인기였다. 레바논은 그냥 수비에만 치중했다. 그나마 아크람 아피프의 두 골에 힘입어 카타르가 3대0으로 승리했다. 

루사일 스타디움은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2022년 월드컵 결승전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명경기들이 펼쳐졌던 곳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최신식의 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저렇게 지루하고 수준낮은 경기를 본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루사일 스타디움의 다음 경기는 아시안컵 결승전이다. 최소한 스타디움에 걸맞는 경기가 펼쳐지길, 그리고 그 중 한 팀이 한국이길 바랄 뿐이었다. 

경기장에는 8만 2490명의 구름 관중이 찾아왔다. 그러나 후반전을 앞두고 반 가까이의 관중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후반 30분이 넘어서자 남아있는 사람보다도 경기장을 떠난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경기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럼에도 AFC는 경기 후 보도자료를 통해 '퍼펙트 스타트', 즉 완벽한 출발이라고 자평했다.

정말 그럴까.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