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아웃]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메달의 색깔을 논하기 전에 화면 밖에서 먼저 무너졌다. 개막식 시청률 1.8%. 이 처참한 숫자는 단순한 흥행 실패가 아니라, 접근 구조가 해체된 이벤트가 맞이할 필연적 결과다. 지상파 편성표에서 사라진 올림픽은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축제’에서 의식적으로 검색해야 하는 ‘수고로운 콘텐츠’로 전락했다. TV를 켜면 보이던 이벤트가 검색창을 두드려야 나오는 순간, 그 축제는 대중의 일상에서 이탈한다.

보편적 시청권의 함정, ‘볼 수 있는가’와 ‘보게 되는가’
핵심은 플랫폼이 아니라 구조다. 중계권을 독점한 JTBC는 종합편성채널로서 법적 보편적 시청권 기준을 충족하며, 디지털 유통은 네이버를 통해 이루어진다. 형식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지상파 3사가 구축했던 ‘다중 노출 구조’가 걷히자, 시청자는 선택권을 얻은 것이 아니라 탐색의 부담을 떠안았다. 결국 보편적 시청권의 본질은 "볼 권리가 있느냐"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게 되느냐"의 문제다.

파워는 최강이나 지속성이 없는 월드컵의 한계
스포츠 미디어 시장에서 '독점'은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이 무기가 실질적인 파괴력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콘텐츠의 '지속성(Long-term Continuity)'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PL이나 MLB 같은 프로 리그의 독점이 유효한 이유는 명확하다. 한 시즌 내내 매주 경기가 열리는 지속성이 담보되기에 팬들을 특정 플랫폼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월드컵은 파워 면에서는 압도적이지만,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모든 에너지가 소멸하는 단발성 이벤트다. 독점의 파워를 휘두르기엔 그 생명력이 너무 짧다.
이 강력한 콘텐츠를 다중 노출(지상파)과 집중 노출(종편)로 유연하게 나누지 않고 어느 한쪽이 고립시키는 순간, 월드컵의 파괴력은 확산되지 못한 채 사그라든다. 지속성이 결여된 독점은 결국 힘을 받을 수 없다.

수익 모델의 충돌이 만든 ‘예정된 파국’
스포츠 중계 시장의 문법은 명확하다. 시청률이 곧 광고 단가다. 여기서 치명적인 문제는 시청률이 분산되거나 특정 플랫폼에 고립되는 순간, 상업적 가치는 산술급수적 하락이 아니라 기하급수적 붕괴를 맞이한다는 점이다.
과거 모델: 동일 콘텐츠의 다중 채널 노출 → 시청률 집중 → 광고 가치 극대화
현재 모델: 플랫폼 및 접근 경로의 파편화 → 시청률 분산 → 광고 단가 급락
결국 ‘보는 사람’은 존재할지 몰라도 ‘돈이 되는 시청률’은 사라진다. 이 수익 모델의 불균형이 중계권 시장의 비즈니스적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본질적인 원인이다."

월드컵 중계권 협상 결렬, ‘50:50’의 수치 싸움
시선은 이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으로 향한다. 하지만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지난 30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중재에 나선 사장단 간담회에서도 JTBC와 지상파 3사는 끝내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JTBC는 중계권료 약 1억 2,500만 달러 중 50%를 자사가 부담하고, 나머지 50%를 지상파 3사가 각각 16.7%씩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상파는 독점 구매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비용을 전가받는 구조라며 반발한다. 투자금 회수가 절실한 단독 중계권자와 보편적 확산을 통해 광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지상파의 이해관계가 16.7%라는 숫자 뒤에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선구매는 죄가 없다, 부재한 것은 '실효적 입법'
민간 기업의 선구매 자체를 비즈니스적 '악(惡)'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기업을 탓하기보다, 국가적 중대 자산을 시장 경쟁의 소모품으로 방치한 정책적 진공 상태를 직시해야 한다. 보편적 시청권의 정의를 단순한 '기술적 도달'에서 '무료 접근성 보장'으로 구체화하지 못한 입법적 미비가 지금의 파행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리스트 A'로 분류해 반드시 무료 보편 채널에서 중계하도록 강제한다. 유료 채널이 중계권을 선구매하더라도 무료 채널에 공정 가격으로 재판매할 의무를 지우며 시청자의 실질적 권리를 보호한다. 반면 한국은 유료방송 포함 국민 90% 시청 가능이라는 느슨한 기준 탓에, 시청자가 구독료나 탐색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기형적 구조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해법은 명확하다. JTBC는 독점적 파워를 통한 투자 회수라는 단기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하며, 지상파는 파편화된 시청 경험을 다시 통합할 수 있는 공동 송출 전략을 선제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방송사 간의 소모적인 비용 전가 게임을 멈추고 보편적 도달률을 담보할 ‘수익 공유형 컨소시엄’ 모델을 즉각 가동하는 것만이, 월드컵이라는 공공재를 시청자에게 실질적으로 되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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