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소비시장 크로스오버] "먹고 입고 즐긴다" 日 브랜드 전방위 韓 상륙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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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와 J컬처가 국경을 넘어 교차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집중 조명합니다. K브랜드의 일본 진출과 J브랜드의 한국 재진출 사례를 들어 양국 소비시장의 연결고리를 분석합니다.

한국에 진출하는 일본 브랜드가 식음·패션·잡화·지식재산권(IP) 등 분야를 막론하고 늘어나고 있다. 한국이 K컬처에 힘입어 일본 진출을 가속하는 사례라면, 일본의 한국 진출은 이를 역으로 활용한 시장 확장 전략의 성격이 짙다. 최근 한일관계 개선에 따른 ‘웰컴 재팬’ 분위기도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양방향 교류가 확산되고 있다.

식문화 파고드는 日

15일 삿포로맥주를 수입·유통하는 매일홀딩스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스탠드’ 매장은 오픈 한달 반 만에 1만여명이 다녀갔다. 삿포로맥주의 첫 해외 상설매장인 이곳은 현지의 서서 마시는 음주문화, 즉 ‘다치노미’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입소문을 타며 주말 대기시간이 길게는 1시간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케 브랜드도 국내 기업과 협업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6월 일본 미야기현의 1위 양조장 ‘미야칸바이’의 사케 3종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하이트진로의 사케 수입 사업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06% 성장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프리미엄 브랜드 닷사이는 롯데면세점 주류 카테고리에서 구매액 기준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렸으며, 내국인 고객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7월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스탠드’ 매장 이미지 /사진 제공=엠즈베버리지

한때 노재팬 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일본 주류는 이처럼 옛 위상을 되찾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10.2% 늘어난 4만3676t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GS리테일의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의 사케 및 백주 매출 역시 전년동기 대비 250.1%(3.5배)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입증했다.

일본 먹거리도 파고들고 있다. 줄 서서 먹는 디저트 가게로 유명한 아임도넛은 6월 성수동에 1호점을 열었다. 노티드도넛, 올드페리도넛 등 토종 브랜드와 경쟁하는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디저트를 넘어 현지 도넛 신을 이끄는 ‘생도넛(부드럽고 촉촉한 반죽)’의 대표주자로서 독립된 장르를 한국에 전파한다는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패션, 잡화 IP까지

4월 열린 잠실 에비뉴엘 빔스 팝업스토어 대표 이미지컷 /사진 제공=롯데백화점

패션, 잡화는 국내 진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다. 4월 패션 편집숍 빔스가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팝업스토어를 열며 첫발을 디딘 것을 시작으로, 올해로 31주년을 맞은 라이프스타일 셀렉트숍 비샵은 10년간의 시장조사 끝에 5월 서울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6월에는 일본 워크웨어 전문 편집숍을 표방하는 아에르웍스가 2027년 매출 500억원을 목표로 부산에 첫 직영매장을 냈다. 액세서리 브랜드 도터스주얼리와 33club은 각각 1월과 4월 자사 온라인스토어를 열고 한국 공략을 본격화했다.

일본 대형 생활잡화점 돈키호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운영사인 팬퍼시픽인터내셔널홀딩스(PPIH)가 이달 초 글로벌 전용 브랜드인 ‘돈돈돈키(DON DON:DONKI)’ 상표를 국내에 출원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앞서 7월 GS25와 손잡고 선보인 팝업스토어에 누적 3만명이 다녀가는 등 시장성을 확인한 데 따른 후속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일본 돈키호테와 GS25가 7월8일부터 8월1일까지 더현대서울 지하1층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사진 제공=GS25

캐릭터와 콘텐츠 등 일본산 IP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CJ올리브영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이랜드 등 유통 업계는 캐릭터 기업 산리오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국내 개봉작 중 가장 빠르게 300만 관객을 동원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성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개봉과 동시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2주간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4만명 넘는 방문객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 기업 입장에서 테스트베드이자 성장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식음료부터 패션, 잡화, 캐릭터 IP까지 전방위로 진출이 확대되는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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