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다시 치솟는 청년 실업률

정석우 기자 2025. 11. 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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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4분기 연속 고용 악화
뉴스1이력서 쓰는 군인 15~29세 청년 실업률이 작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 악화됐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 부진 여파에 더해 정부·공공기관도 신입 사원 채용을 줄이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한 채용 박람회에서 한 청년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올해 청년 실업률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15~29세 실업률은 5.1%로 전년 같은 기간(4.9%)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청년 실업률이 악화했다. 이렇게 길게 악화된 것은 조선·해운 부실 위기로 이 분야 구조 조정이 한창이었던 2016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위기로 2020년 9%까지 치솟았던 청년 실업률은 2021년(7.8%)부터 작년(5.9%)까지 4년 연속 하락해 왔다. 올해 1~3분기 평균 실업률은 6.2%인데, 4분기도 악화될 경우 202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청년 실업률이 연간으로 상승한다.

그래픽=백형선

청년 실업률이 상승하는 이유는 최근 경기 부진으로 제조업, 숙박·음식점업, 건설업 등 20대를 많이 채용하는 주력 업종의 채용 문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력을 뽑는 기업들도 다른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경력직을 선호하는 점도 한몫한다. 이런 가운데 자동화와 AI(인공지능) 확산으로 청년 취업이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회 초년생인 청년층의 실업률이 악화되면 세금을 내고 소비를 지탱할 중산층이 약화되고 사회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

◇제조·건설업 부진에 청년 일자리 뚝… 체감 실업률은 3배

최근 청년 고용 사정이 나빠지는 주요한 이유는 청년을 가장 많이 뽑는 업종인 제조업 부진 때문이다. 석유화학·식료품 등 업종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업 부진 장기화로 철강·금속 등 연관 제조업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은 청년층 취업 1위 업종으로, 전체 청년층 취업자의 14.5%가 이 분야에서 일한다. 올해 5월 기준 학업을 마친 청년층 취업자(대학생 아르바이트 등 제외)는 296만2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1만5000명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가 5만4000명 줄어 감소 폭이 전체 업종의 47%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내수 부진 여파로 숙박·음식점업 청년 취업자도 3만3000명이나 줄었다.

◇체감 실업률은 3배

실제 청년 고용 상황은 공식 실업률이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또 다른 일을 하려 하는 추가 취업 가능자, 일할 생각은 있는데 구직 활동을 한동안 접은 잠재 구직자 등을 포함해 국가데이터처가 집계한 체감 청년 실업률은 올해 3분기 15.5%로 공식 실업률의 3배를 웃돈다.

그래픽=박상훈

정부가 실업자로 분류한 청년의 두 배가량이 지금 받는 월급으로 정상적인 생계를 꾸릴 수 없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청년이거나 잠시 구직을 접은 실질적인 실업자라는 뜻이다.

체감 청년 실업률은 코로나 이후 꾸준히 개선되다가 올해 1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악화했다. 코로나 여파로 체감 실업률이 4개 분기 연속 상승한 2020년 2분기~2021년 1분기 이후 가장 긴 기간 체감 실업률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청년 고용 사정은 한동안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장률 1% 안팎의 저성장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AI(인공지능)·자동화 확산 등 여파로 기업들이 대규모 채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미 투자 후폭풍도 악재

한국의 연 200억달러 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골자로 한 최근 관세 협상 타결도 국내 투자 위축과 청년 고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1~9월 설비투자가 자동차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4년 만에 가장 큰 폭인 4.3%나 증가했고, 같은 기간 소매 판매도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미국 투자 패키지가 앞으로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미 투자 확대로 국내 투자가 위축되면 제조업 주요 거점 지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형 공장 인근 소상공인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조선 등 10대 제조업의 투자 실적은 114조원으로, 전체 설비투자의 42%를 차지한다.

국내 투자 위축이 현실화할 경우 역대 최악 수준인 건설업 부진도 장기화할 수 있다. 올해 1~9월 건축·토목 공사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1997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신산업 中企 투자 늘려야”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채용을 꺼리는 중견·중소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채용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AI와 빅데이터, 양자컴퓨터, 로봇 등 신산업 분야에서 청년 고용을 늘리는 중견·중소기업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한 번 입사하면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고임금 정규직과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꿔야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기업들이 정규직을 한 번 뽑았다가 사업이 어려워지면 해고할 수 없다는 경험을 여러 차례 겪다 보니 젊은 사람들을 뽑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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