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자연의 분노가 하늘에서 내려앉은 듯했습니다. 하늘은 회색 소용돌이로 뒤덮였고, 도시 전체가 그 아래 움츠러들었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 잔해처럼 흩어진 일상

마치 외계의 우주선이 지구를 향해 착륙하듯, 태풍 ‘위파’의 중심부를 이룬 소용돌이 구름이 중국 남부를 뒤덮었습니다.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 일대의 하늘은 먹구름과 강풍으로 물들었고, 시속 118km를 넘나드는 바람은 화물차를 종잇장처럼 뒤엎고, 야자수는 광고판처럼 춤추듯 휘청였습니다.
바람에 넘어간 오토바이를 애써 일으켜 세우던 배달원들의 손끝도, 바람 앞에선 무력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기념으로 보냈던 조형물마저 화단을 벗어나 길거리로 날아가며 그 위력을 보여줬습니다.
67만 명의 대피, 마비된 교통

제6호 태풍 위파(유토파 Utor)는 남중국해를 거쳐 광둥성, 홍콩, 마카오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광둥성에서는 67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대피소로 몸을 옮겼고, 열차 운행이 중단됐으며 수많은 항공편과 선박도 일시에 멈췄습니다. 도시의 흐름이 순식간에 정지된 것입니다.
CCTV에는 위층에서 떨어진 창틀이 거리 위를 걷던 소년을 덮칠 뻔한 아찔한 장면이 포착됐고, 그 충격적인 순간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했습니다.
생존 수영으로 목숨을 건진 여성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한 여성은 ‘등뜨기 생존 수영법’을 배워두었던 덕분에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물이 깊고 흐름이 빨랐지만, 등을 물에 뜬 채 힘을 빼고 버티는 방법이 생명을 지킨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위기의 순간, 단순한 생존 기술 하나가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위세는 줄었지만, 비는 계속된다

태풍 위파는 육지를 관통하면서 세력이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넓고 두꺼운 비구름을 몰고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 중부 내륙 지역은 태풍 영향권에서는 벗어났지만, 앞으로도 찜통더위와 폭우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자연의 힘 앞에서 배워야 할 것

이번 태풍은 단순한 날씨 뉴스 그 이상의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급작스런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력, 일상 속 생존 기술의 필요성, 그리고 재난에 대비한 사회 시스템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 순간이었습니다.
강풍이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폭우가 흔적을 씻어낸 자리. 그곳엔 여전히, 인간의 삶이 남아 있습니다. 우린 또다시 일어나야 하기에, 이 모든 기록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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