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불렀는데 왜 내가 책임져야 해?” 죽어서도 보상 못 받는 현실

서울 동작구에서 발생한 한 대리운전 사고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술자리를 마친 50대 차주는 안전을 위해 대리기사를 호출해 귀가 중이었지만,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타깝게 사망했다. 경찰은 대리기사를 형사 입건할 예정이지만, 이보다 더 큰 논란은 사고 책임이 차량 소유주인 사망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고 처리와 보험 청구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운전자가 아닌데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의문이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는 ‘운행자 책임’이라는 개념을 명시하고 있다. 차량 소유주가 운전대를 잡지 않았더라도, 자동차를 운행해 얻는 이익을 취하고 이를 지배할 수 있는 자라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고 당시 운전자는 대리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차주의 자동차보험이 우선 손해를 배상하는 구조다. 사고로 인해 제3자가 다치거나 차량이 손상됐다면, 모두 차주 명의의 보험으로 처리된다. 이후 보험사는 대리기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 과정은 복잡하고 현실적으로 회수율도 낮다.
특히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 사고의 평균 수리비는 일반 사고보다 1.5배 이상 높다는 통계도 있다. 차량에 익숙하지 않은 기사나 야간 운행이 주된 원인이다. 결과적으로 차주는 보험금 지출, 보험료 할증 등 2차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리운전 이용자들은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자신의 자동차보험에 ‘대리운전 위험 담보 특약’을 추가하는 것이다. 연 1~2만 원 수준의 이 특약은 대리기사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에도 자차 손해나 사망 보상 등을 보장해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특약을 체결한 운전자는 전체의 30% 미만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운행자 책임’의 현실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리운전을 통해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며, 사전에 명확한 보험 대비책 없이는 사고 시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 관계자는 “운전을 맡긴다고 법적 책임까지 넘길 수는 없다”며 “자동차 소유주라면 대리운전 특약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 법 체계가 유지되는 한, ‘운전은 안 했지만 책임은 져야 하는’ 구조는 계속된다. 대리운전은 운전자에게 일시적인 편의를 제공할 뿐, 법적 보호막이 되어주지는 않는다. 안전과 법적 리스크를 모두 고려한 현명한 이용과 보험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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