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한국 성공 발판삼아 'IT 수출' 확대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프로젝트에서 현지 기업과 창사 첫 모빌리티 솔루션 수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 게이트 개발청에서 (왼쪽부터)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제리 인제릴로 디리야컴퍼니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디리야 내 플랫폼 중심 이동 경험 제공을 목표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시장 성과를 발판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수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회사는 해외 모빌리티 업체와의 택시 중개 플랫폼 서비스 연계를 확장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주차 플랫폼 솔루션 공급을 논의했다.

이 같은 정보기술(IT) 수출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IT 수출 모델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 먼저 우수 사례를 선보여야하는 만큼, 국내 기업을 위한 '테스트베드' 환경의 중요성도 커졌다.

중동에 '주차 플랫폼 솔루션' 공급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디리야컴퍼니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MOU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수도 리야드 근처 총 면적 14㎢ 부지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인프라·도시 개발 계획 '디리야 프로젝트'에 플랫폼 중심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MOU를 통해 1차적으로 디리야 프로젝트 부지 내 차량 6만 대 이상의 주차장 인프라를 운영한다. 또 이용객의 주차 예약·결제를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 시스템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가오픈 상태로 운영 중인 일부 구역의 주차 공간을 대상으로 PoC(실증)에 집중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디리야 프로젝트의 전체 주차장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 게이트 개발청 내 전시된 조감도 모형 앞에서 류긍선(사진 왼쪽 세 번째)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들이 디리야컴퍼니 관계자들로부터 디리야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 모바일 네트워크 신호 기반 실내 측위 기술인 '융합 실내 측위(FIN, Fused Indoor localizatioN)'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FIN 기술을 카카오내비에 적용함으로써, 위성항법장치(GPS) 신호가 닿지 않는 지하 주차장이나 터널에서도 정확한 길을 안내할 수 있다. 또한 광범위한 지역 내 서로 다른 인프라를 단일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UPC(Universal Parking Controller) 기술과 시설별 수요 패턴을 분석해 지역 단위로 주차 수요를 분산하는 데이터 중심 전략 등 차별화된 운영 노하우도 갖추고 있다.

중동지역은 한국 건설 기업이 진출해 핵심적인 도시 인프라 개발에 기여한 곳이다.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도 진출해 한국의 수출 영역을 넓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해외에서 적합한 수요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의 해외 진출 기회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 게이트 개발청 내 전시된 조감도 모형. 디리야 일부 구역의 지하 공간 계획이 표현되고 있다. /사진 제공= 카카오모빌리티

해외 앱·공급자 연계…'어디서든 카카오T' 도전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차 인프라의 운영 등 모빌리티 솔루션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플랫폼 진출 사례를 만들었다. 우선 카카오T 앱을 통해 국내 이용자가 해외에서도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는 해외 차량 호출 서비스를 유럽·아시아·동남아시아·미국 등 총 30여개국에 제공 중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던 경험 그대로 카카오T 앱을 통해  현지 차량 호출 서비스를 비롯한  주요 모빌리티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글로벌 중개 플랫폼 '스플리트(Splyt)'를 인수해 글로벌 연동 체계 구축 기반을 마련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고도화된 플랫폼 기술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스플리트의 글로벌 모빌리티 중개 기술과 결합해 전세계 현지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와 이용자 수요를 연결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발판을 닦은 것이다. 스플리트는 2015년 영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중개 플랫폼이다. 글로벌 슈퍼앱을 대상으로 데이터 연결을 통해 글로벌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표준화를 제공하며, 다양한 앱의 공급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기술을 지녔다.

괌에서는 국내 모빌리티 기업 최초로 2022년 7월부터 플랫폼-기사앱(픽커)-파트너어드민(관제시스템)에 이르는 모빌리티 플랫폼 인프라 전체를 괌 현지에 적용했다. '카카오T 괌 택시 예약 서비스' 운영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처음으로 플랫폼 운영 노하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해외 현지 인프라에 적용해 이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첫 사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서비스 구현을 위해 괌 최대 택시 브랜드인 '미키 택시 서비스(Miki Taxi Service)'와 협업했다.

OECD·일본 택시 단체도 모빌리티 기술 확인

카카오모빌리티 해외 수출 전략의 실질적인 뿌리는 국내 사업이다. 국내에서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모델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외 사업 기회도 열 수 있었다. 특정 물건이나 노동력과 달리 해외 수요처에 실체를 보여주고 입증하기 위해서는 해당 솔루션이나 플랫폼이 잘 작동하고 있는 현장 사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역량과 기술력은 중동지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주목받았다. 2024년10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의 디지털청 방문단이 직접 사옥을 찾아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체험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주요국 교통부처 고위급 관료가 포함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 글로벌 방문단, 일본 택시단체 'X Taxi(크로스택시)' 등 세계 각국 인사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사옥을 찾았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와 솔루션이 해외로 나갈 때 기존 산업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잘 작동되는 현장이 곧 시제품이다"며 "IT 수출 증가를 위해서는 자국 플랫폼 기업의 국내 활동이 장려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빌리티 업계는 향후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의 등장을 두고 글로벌 단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예정인 만큼,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 환경 조성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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