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솔루션에 지속가능성 심는 3M, 붙였다 떼는 산업용 테이프 만든다

경기 화성 한국3M 기술연구소 전경 /사진 제공=한국3M

첨단소재부터 생활용품까지 광범위한 화학제품을 만드는 3M이 산업용 테이프와 접착제에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이나 스마트폰 조립 시 사용하는 테이프를 쉽게 떼어낼 수 있게 만들어 수리 과정에서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재사용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3M은 고객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접착솔루션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한국3M은 21일 경기 화성 기술연구소에서 접착솔루션 제품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소개했다. 이하영 한국3M 산업용 접착제 및 테이프 기술지원팀장은 "3M은 오는 2030년 물 사용량과 탄소배출을 각각 25%, 50% 줄이고 궁극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테이프와 접착제(본드) 등 접착솔루션 분야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3M이 제작하는 접착솔루션은 자동차부터 전자제품, 배터리, 건축 등 산업 전반에서 사용된다. 기존에 기계식으로 결합한 부품을 접착소재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왔다.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을 조립할 때 별도 부품 대신 테이프를 쓰면 공간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자동차처럼 수많은 부품이 들어갈 때는 접착제를 활용해 무게를 쉽게 경량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3M은 광범위한 사용 분야와 제품군을 갖춘 접착솔루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 유해물질을 감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VOC는 공기로 방출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환경에도 피해를 준다. 3M은 접착제와 테이프에 적용한 화학성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할로겐이나 중금속, 용매(솔벤트)가 빠진 제품도 개발했다. 특히 3M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용매가 적용되지 않은 접착솔루션을 공급해왔다. 현재 주력제품은 모두 '솔벤트프리'로 만들어진다.

이하영 한국3M 산업용 접착제 및 테이프 기술지원팀장이 21일 경기 화성 한국3M 기술연구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3M

화학연료 기반 물질의 사용을 줄이는 방법도 추진한다. 제품의 원료를 석유가 아닌 식물에서 추출하는 것이다. 최근 선보인 'VHB 테이프 5981'은 강력한 접착력을 제공하면서도 소재의 35%를 식물성 물질로 대체했다. 이로써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3M은 제품 제조 과정에서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테이프에서 접착면에 붙는 종이인 이형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생산 공정도 간소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 팀장은 "제품을 쓸 때 따라오는 폐기물, 쓰레기를 줄이고 제품을 만들 때 드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접착제나 테이프가 붙어 있을 때는 강력한 접착력을 유지하다가도 특정 상황에서 쉽게 떼어낸 다음 다시 붙일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제품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어 수명이 연장되고 폐기물 발생을 줄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재활용과 재사용이 쉬우면 유지보수와 교체가 용이하다. 재사용이 가능한 테이프를 활용하면 스마트폰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을 교체하는 자가수리 과정이 수월해진다. 이를 전기자동차 배터리팩에 적용하면 테이프를 제거한 다음 수리가 필요한 모듈을 교체하는 식으로 제품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지속가능성을 갖춘 접착솔루션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진입장벽을 넘어야 한다. 유해물질 저감과 재사용을 위한 불가피하게 높은 가격과 성능으로 시장에서 외면받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지속가능성을 갖춘 제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판매량이 저조한 경우가 있다"며 "지속가능성의 강점을 가졌더라도 고객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격과 성능 역시 뛰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