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el터뷰!) 영화 '베테랑'의 정해인 배우를 만나다

영화는 사법제도의 문제점과 사적 단죄, 사이버 렉카, 언론의 기능, 학폭 등 최근 다양한 콘텐츠에서 다뤄지는 이슈를 녹여 냈다. 1편에서 보여준 선악 대결의 단순 명료한 구도를 버리고 한 사건의 입체적인 면을 고집스럽게 들여다본다. 그로 인한 여러 인물 간의 복잡한 얽힘이 계속되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영화가 끝나도 계속된다.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이 근간이기는 하나 그를 성장케하는 거대한 존재가 바로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란 인물이다.
9월 11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정해인을 만났다. 그는 9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속편의 기대감에 부담이라고 말은 했으나 소시오패스 성향을 연구하며 캐릭터 분석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액션을 제대로 배워볼 기회였다며 박선우로 살았던 시간을 차분히 전해주었다. 박선우는 팀에 합류한 막내 형사이자, 온라인에서는 UFC 경찰이라는 별명을 가진 고도의 무술 유단자다. 본격적인 액션과 새로운 얼굴로 대중과 만나게 될 시간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박선우라는 새로운 얼굴 발견

-박선우는 ‘신념과 정의의 싸움’이라는 주제를 상징한다. 그동안 바르고 맑은 정의로운 역할을 자주 맡아온 만큼 새로운 얼굴의 어려움이 따랐을 테다. 특별히 변신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캐릭터를 가장 먼저 이해하고 체화해야 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웠다. 박선우는 나르시시스트인 동시에 소시오패스 성향의 인물이다. 원하는 목적이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사람을 도구로 이용한다. 필요하면 가면을 쓰고 처세술도 펼친다. 존재만으로도 불쾌함과 껄끄러움을 선사하는 인물이란 방향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범죄자와 프로파일러가 면담하는 장면을 찾아보면서 소시오패스의 성향을 관찰했다. 일반적이라면 서로 상대방 시선을 5초 정도 맞추다가 피하는 데 소시오패스 성향의 범죄자들은 사람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쳐다보더라. 그걸 캐치 했다.
나르시시스트 성향도 벽에 부딪혔던 순간이 많았다. 박선우는 주변에서 해치라 부르며 칭송해 주고 띄워준다. 정의부장(박승환)이 사냥하듯 몰아 단두대에 올려 둔 먹잇감에 분노하는 대중의 반응을 지켜보며 쾌감을 맛본다. 관심받는 것도 좋지만 베테랑 팀과 함께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합류를 결정한다. 그래서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거고 원하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깊게 관여한 나머지 정체를 들킬 것 같으니 가짜 해치를 만들어 버리고 만다”
-자신만의 비뚤어진 신념이 있는 건가. 박선우의 의도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뚜렷한 전사가 없다.
“처음부터 박선우의 전사가 없었다. 제 나름대로 뿌리를 만들어 현장에 갔었는데 감독님이 다 필요 없다고..(웃음) 상황과 현장에만 집중하라고 하셔서 끝까지 불쾌한 에너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가 끝난 후 궁금증과 호기심, 찝찝함을 느끼도록 설정했다. 박선우는 영문 제목처럼 집행자인 동시에 왜곡된 집행자다. 누가 심판하는지, 정의는 무엇인지 질문은 서도철이 던져준다”

-서도철의 아들을 구해주는 행동도 의도된 설정인가.
“서도철 집에 처음 갔을 때부터 관찰하기 시작했고 아들이 아킬레스건임을 알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들을 도와주는 듯 보이는 선의는 결국 서도철을 흔들려는 계획의 일부였다. 감독님도 박선우는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더라. (웃음) 이 모든 것을 다 하려면 잠을 줄여야 했을 거다”
-극 중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언뜻 보인다. 정의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람마다 정의의 뜻을 다르게 생각할 것 같다. 일단 박선우는 정의를 품고 일에 임하는 건 아니다. 그 정의는 언론에서 만든 해치의 행위 때문에 만들어진 정의일 뿐이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정의는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도리와 상식선의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낼 수 있는 용기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제가 나서는 편이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 많으면 양보하겠다. (웃음)”
-맑은 광기의 눈, 동공 연기라고 할 만큼 눈빛 연기와 클로즈업도 많았다. 초반에는 옅은 미소까지 장착하다 보니 서늘한 공포가 배가 되더라.
“후반에는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서 눈만 보이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연기할지 답답했었다. 거울을 많이 보면서 준비했지만, 카메라에 어떻게 나올지 걱정되었다. 지금까지 거울을 그렇게 많이 본 적도 없었을 정도다. 안구를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해석이 확연히 달라졌는데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눈빛, 살면서 처음 지어보는 표정을 저도 스크린으로 보면서 놀랐다.
자세히 보면 웃는 장면이 많다. 의도한 설정이다. 초반에 신입 형사로 등장할 때는 사회적 가면의 연장선이었다. 중반부터는 웃을 일이 없어지면서 싸늘해진다. 마치 장기말을 움직이는 것처럼 즐기는 상황이 펼쳐지자 미소로 표현된 것이다. 그러다가 마지막 터널 장면으로 치닫게 되면, 잠깐이지만 ‘내가 돌아갈 곳은 없구나’ 느끼고 자기 연민의 표정을 드러냈다. 다만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져서 잘 안 보이는 게 문제였다. (웃음)”
정해인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다는 말 듣고 싶어

-본격적인 액션, 강도 높은 액션의 준비 과정이나 현장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제가 겁이 좀 없다. 크게 옥상, 마약 소굴, 남산 계단, 터널까지 네 액션 장면 중심에 (제가) 다 들어가 있으니까. 다치면 답이 없다면서 감독님이 만류할 정도였다. 박선우 복장과 분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서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에너지가 들어왔다. 상대 배우와 주변 분위기가 만들어주는 것도 있겠지만 다들 집중하고 있고, 그 상황이 되면 저도 집중하게 된다. 위험천만한 액션이 유독 많았던 촬영이라 스스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니며 종합격투기, 주짓수 등을 익혔다. 한파주의보가 발효되었을 때도 촬영했었는데 바닥이 미끄러워서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 폭설 때문에 결국 촬영을 철수했을 때도 있었다. 막상 해보니 가장 중요한 건 몇 번씩 반복하는 촬영을 견딜 수 있는 기초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거더라. 달리기도 하면서 기초체력 준비를 철저히 했다.
비하인드지만 안보현 배우가 도와주러 왔다가 고생을 곱절로 해서 제일 힘들었을 거다. 혼자 여러 명과 액션 장면을 소화해야 했으니까..(웃음) 힘들고 아픈 거 뻔히 보이는데 말도 안 하고 꾹 참고 있는 모습이 독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웃음)”
-1편 악역의 그림자가 커 스스로도 부담이 되었을 것 같다. 감독은 복덩이, 황정민은 럭키비키라고 부르던데.. (웃음)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는 얼굴이란 표현에 동의하나.
“저나 정민 선배나 칭찬 알레르기가 있다. 요새 뒤늦게 럭키비키를 자꾸 쓰시는데 민망하다. (웃음) 저는 아무래도 무게를 잡고 있어야 하니까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몫은 선배님이 책임져 주셨다. 배우란 어떤 역할이든 도전해야 하고 다양한 장르를 통해 발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변신의 무대가 ‘베테랑’인건 금상첨화다”

-요즘 한국 영화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석 극장가에 경쟁작이 없는 상황이다. 스코어에 대한 부담도 들거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명절 같은 대목 때 한국 영화가 여러 편이 함께 걸렸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 영화 제작 자체가 줄어들었다. 내년에 공개될 영화도 10편이 안 된다는 소식도 들었다. 영화가 많으면 경쟁하면서 발전도 하는데.. 안타깝다. 아무튼 (관객 수를) 잔뜩 기대하면 실망도 커지는 법이니까. 손익만 넘겨도 모두 고생한 보람은 있는 거 같다. 스스로 기대를 안 해야 건강하다. (웃음)
-‘베테랑’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개인적으로 선한 역할을 많이 해와서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쌓아두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제대로 한 대 맞았다는 말을 들으면 짜릿할 것 같다. 저의 팬들뿐만 아니라, 저를 잘 몰랐던 분들에게 어필하고 싶다. ‘정해인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다’ 는 반응이면 최고의 칭찬이다.
작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현장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나비효과처럼 커져 좌지우지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조심하게 되고 책임감도 생긴다. 드라마 촬영도 끝나서 일단 베테랑 홍보에 최선을 다할 거다. 추석 때 ‘아침마당’ 생방송도 나가게 되었는데 정민 선배가 어떻게든 해주시리라 믿는다. (웃음)”

글: 장혜령
사진: CJ ENM
- 감독
- 출연
- 신승환,오달수,오대환,김시후,안보현,권해효,변홍준,조관우,허준호,김재화,김가을,박준면,박경혜,주보비,신민재,이원재,류승완
- 평점
-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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